국제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머 한다고 그 지옥을 맹글어 보내놨노?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머 한다고 그 지옥을 맹글어 보내놨노?

“평화를 나누어 드려요!” 울진 장날, 오늘은 단식순례단이 장터 선전전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비가 그치지 않는다. 울진 모임 분들 몇 사람과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가 이렇게 오면 장에 사람이 없는데 이래도 할거냐 하는 얘기였다. 사람이 너무 없으니 하지 말자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바퀴라도 돌고 오자 하며 길을 나섰다. 모두 비옷 하나씩을 입었다. 두 사람은 어제 열심히 만들어 놓은 ‘엿판’을 끈으로 매어 목에 걸었다. 포도 상자로 쓰던 스티로폼을 가지고 만든 ‘엿판’이었다. ‘엿판’에는 사탕을 수북히 담았다. 그 옆에는 <평화를 나누어 드립니다> 하는 피켓을 들었고, 그 뒤로 줄줄이 전쟁반대, 파병철회 피켓들을 들고 뒤따랐다. 시장에 들어갔지만 장날 분위기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장날이야 정말 지나길 수가 없을 정도로 골목골목마다 집에서 가꾼 푸성귀를 들고 나와 자리에 편 할머니들이 길에 가득했다. 옴짝달짝할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푸성귀를 내놓고 도라지 껍질을 벗기거나 밤 껍질을 깠다. 그런데 오늘은 장날이 아닌 평소처럼 시장이 한가했다. 하지만 다니다 보니 오히려 이게 더 나았구나 싶기도 했다. 장날처럼 난전이 아니었으니 늘 장사하는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또다시 어제오늘 죽어간 이들 앞에서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또다시 어제오늘 죽어간 이들 앞에서

전쟁 안하고 얘기로 하면 안 돼요? 오전에는 수사님과 울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만났다. 수사님은 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어 사진을 찍느라 교실까지 가는 길이 더디고 더뎠다. 수사님은 이라크에 함께 있을 때도 언제나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특히 아이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다. 다만 그 때하고 지금 바뀐 게 있다면 그 때는 렌즈가 두꺼운 필름 사진기였는데 지금은 바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뿐이다. 그런 수사님이 초등학교에 들어왔으니 얼마나 바빴겠는가? 복도마다, 계단마다 아이들이 만들고 그린 것들로 전시해 놓은 게 가득했는데 수사님은 그것들이 너무 예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몇 걸음 움직이는 게 더디다. 2층, 3층 계단으로 올라가면서는 더했다. 쉬는 시간이라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계단 쪽 복도 끝에 서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 복도마다 발 딛을 틈 없이 셋씩 넷씩 앉아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꼭대기 층 5학년 4반 교실까지 가는 길은 유난히 멀었다. 교실에는 책상을 모두 뒤로 미루고 바닥에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 수가 좀 많다 싶어 보니까 일다 님네 반인 5학년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우리들의 하느님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우리들의 하느님

김재복 수사님과 문정현 신부님은 오전부터 잇달아 성당에 가서 미사 시간에 성당의 신도들과 만났다. 열 시 반 울진 성당, 그리고 바로 이어서 열한 시 반 북면 성가정 성당. 울진에서는 미사 시간을 아예 두 분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대신했고, 북면 성당에서는 미사를 마친 뒤 바로 이어서 하기로 한 거였다. 두 곳 성당 모두 신도가 가장 많은 시간에 수사님과 신부님을 모시고 싶다 하여 그렇게 무리한 일정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울진에서 수사님이 먼저 말씀을 하고 나면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수사님은 북면으로 옮겨가 있고, 북면 성당에서 수사님이 말씀을 하고 있는 사이에 신부님도 그쪽으로 옮겨와 수사님 이야기에 뒤이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수사님이 북면 성가정 성당으로 옮겼을 때 그 때부터 함께 했다. 북면 성당 앞은 자주 오갔지만 안으로 들어가보기는 처음이었다. 참 예뻤다. 아담한 정원에 예쁘게 지은 건물. 들어가는 길에 가톨릭 단체에서 일을 하는 안원영 선생님께 성당은 다 이렇게 예뻐요? 하고 물었더니 웃으시며 예뻐서 그게 문제지요 한다. 그래, 옳다. 너무 예뻐서 문제, 너무 멋있어서 문제, 너무 커서

파병철회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파병철회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편집자 주 : 이 영상은 평화유랑단의 일원이기도 한 문정현 신부님이 제작한 것으로, ‘평화유랑단’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볼 수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김재복 수사님은 9월 6일 현재 43일째 단식 중이며, 29일째 단식 중인 동화작가 박기범님과 함께 지난 4일부터 울진을 시작으로 이라크 파병철회 단식평화 순례길에 올랐다.] 나는 자이툰 부대 파병 전 전쟁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이라크 파병 반대 도보행진을 하였다. 부산 경산 대구 거창 광주 익산 대전 천안 평택 매향리 광화문을 거쳤다.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 민주노동당과 단체들과 함께 천주교 기도단이 단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김재복 수사님도 함께 하고 있었다. 파병반대투쟁은 끝났는가? 파병전과 같이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단식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재복 수사님은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옮겨 34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58일 동안 단식하던 바로 그자리다. 지율 스님과 김재복 수사님이 목적은 다르지만 단식하고 있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한 주간을 제주도 평화유랑을 하고 있었기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육지에 올라와 바로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가던날 지율 스님은 57일 째 병원으로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평화의 바람, 철군의 바람!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평화의 바람, 철군의 바람!

문정현 할아버지와 어린이들 맑은 토요일 아침. 오늘은 모두 부구에서 일정이 시작한다. 울진읍에서 자동차로 이십 분쯤 올라가는 곳. 오전 일찍부터 부구 중학교에서 김재복 수사님과 햇살님네 반 학급 아이들과 만남, 그리고 부구 초등학교에서 문정현 신부님과 어린이들의 만남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모두 같은 시간에 하는 거여서 함께 가는 사람들도 두 패로 나누어 가야 했다. 나는 문신부님과 함께 초등학교 교실로.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줄을 잘 맞추어 앉아 있다. 아마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귀한 손님이 오니까 떠들지 말고 말씀 잘 들으라 일러 놓았나 보다 싶었다. 신부님은 그 동안 억울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일들로 살아왔다며 이야기를 시작한 뒤 군산의 미군 비행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서 미선이, 효순이 이야기까지, 그리고 도룡뇽과 지율스님, 천성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새만금 갯벌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것들을 엮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모두 작고 약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고, 결국은 생명과 자연, 평화로 이어지는 얘기였다. 그리고 나서 신부님은 이라크 전쟁을, 우리 나라 군대의 파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제만 놓고 보면 하나 같이 아주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침략군대를 보낸 나라의 백성이 걷는 길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침략군대를 보낸 나라의 백성이 걷는 길

파병연장동의안 예상 못한 바 아니었지만 국방부가 파병연장 방침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바로 열릴 정기 국회에서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다. 지난 해 12월 연장 동의안을 낼 때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들만 늘여 놓았다. “평화애호국가로서 테러행위 근절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지원하는 국제적 연대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한-미 동맹관계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파견된 국군부대의 파견기간을 1년 연장하려는 것임.” 반박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 테러행위 근절을 위한다니? 결혼 잔치를 하는 자리에 폭탄을 쏟아 붓고, 어린아이까지 조준 사격을 하는 일보다 더 끔찍한 테러라는 게 어디 있나? 한 마을의 물과 전기를 다 끊어 놓고,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다 죽여대는 짓보다 더한 테러가 도무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테러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거라면 미국의 침략행위에 맞서야 한다.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면 점령군을 당장 떠나게 해야 한다. 이라크는 평화로운 나라였다. 평화를 깬 것은 침략군이고, 평화가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점령군이다. 결국 ‘동의안 제안 이유서’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말이 되는

“수천 수만의 희망을 안고 다시 청와대로 올 것”

“수천 수만의 희망을 안고 다시 청와대로 올 것”

지난 7월 26일 단식기도를 시작해 9월 3일로 단식 40일을 맞은 김재복 수사가 단식을 계속하면서 전국을 도는 단식평화순례를 한다고 밝히고 더욱 강도높은 투쟁에 나선다. 단식평화순례는 울진에서 단식 26일을 맞고 있는 동화작가 박기범 씨와 함께 진행된다. 단식평화순례는 울진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아 다시 서울 청와대 앞으로 온다는 계획이다. 김재복 수사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도둑 파병을 강행함으로써 우리국민을 전범 국가의 국민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면서 ” 비생명적이며 반평화적인 추가파병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어 노무현 정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재복 수사는 파병철회 투쟁을 통해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고 전했다. 김재복 수사는 “단식 41일째의 첫 걸음은 모든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두 번째 걸음은 한국군의 완전한 철군과 이라크 평화를 위하여, 세 번째 걸음은 단식평화 순례길에서 만나게 될 모든 평화의 고리들을 위하여 내딛을 것이며 수천 수만의 희망을 안고 다시 이곳 청와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히고 “생명평화의 길에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식평화 순례에는 평화유랑단, 천주교 제단체, 평화를 바라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순례에 함께 한다. 김재복

세계반전운동전략회의 17일부터 베이루트에서 개최

세계반전운동전략회의 17일부터 베이루트에서 개최

전세계 반전운동의 대표들이 반전운동의 다음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 모여 “반전 반세계화 운동은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내용으로 국제반전운동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세계반전운동전략회의(전략회의)에는 다양한 반전연대체, 사회운동체, NGO 등 세계 곳곳의 운동조직들을 대표해 2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전략회의는 “반세계화 운동은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큰 주제로 “운동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라크 저항운동과 연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 등의 주제들이 뜨겁게 논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구체적 행동계획을 제안함으로써 반전 반세계화 운동이 국제적 상황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회의에서 대표단들의 참여와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각 대륙의 사회운동, 노조, 반전연대체와 지역조직들로 구성된 국제워킹그룹이 만들어진 상태다. 이 워킹그룹은 지난 5월부터 이 회의 참여와 조직을 위해 일해왔다. 워킹그룹은 또 전략회의 참가 호소문을 발표하고 “각 조직들이 전략과 행동 제안을 베이루트에 가져올 것을 권장한다”고 호소했다. 전략회의는 현재까지 49개국 245개 조직이 참가 의사를 밝혔으며 한국은 반전단체인 다함께와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사회진보연대 등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평]공화당 정강정책, 좌시할 수 없는 선제공격독트린

[논평]공화당 정강정책, 좌시할 수 없는 선제공격독트린

부시정권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선제공격독트린’을 재차 천명하였다. 정강정책 보고서에서 확인된 선제공격독트린은 단 두 문장, “문명의 적인 테러리스트가 대량살상무기를 입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 미국은 적대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에 따라 선제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독트린으로 명명되기도 하는 신국가안보전략(N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U.S.A. 2002.9)은 클린턴 행정부의 세계전략(engagement and enlargement)을 수정, 힘의 우위에 근거한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을 표명한 것으로 미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안보의 목표와 방향을 담고 있다. 신국가안보전략에 등장했던 내용은 “적이 대량살상무기로 미국 및 미국의 우방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예방한다”는 것으로, 부시정권은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독트린이 발표되기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한 달만에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고, 다시 세 달 뒤 부시의 연두 연설을 통해 악의 축(axis of evil)을 발표하였다. 북,이라크,이란,리비아,시리아,중국,러시아 등 7개국을 일일이 거명하며 대테러전쟁의 의지를 피력하였다. 핵태세보고서(NPR : Nuclear Posture Review. 2002.1)도 같은 시기에 발표되었다. “상대방이 핵을 사용해 공격하지 않는 한 핵을 동원해 보복하지 않고,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내 안의 미국, 우리 안의 미국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내 안의 미국, 우리 안의 미국

바빴다 바빠졌다. 어제 회의에서 짠 울진 순례 일정을 준비하는 데 해 놓을 일이 많다. 햇살 님이나 일다 님은 고장 안에 있는 학교 선생님들께 연락을 해서 수사님이나 신부님이 아이들과 어느 날, 몇 시에 만날지를 확정지어야 했다. 그리고 성당 쪽에 알아보아 성당을 찾는 군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또한 그게 가능한지, 날짜와 시간들을 알아봐야 했다. 그 밖에 다른 작은 모임들. 일다 님이 함께 하는 엄마들 동화 모임이랄지, 바라 님이 강습하는 어머니들 풍물패랄지, 순례단이 울진에 머무는 동안 그런 크고 작은 모임들과 어떻게 만나게 해주고, 어떻게 평화 이야기를 나누어갈지에 대해 하나 하나 다 짜야 했다. 그런데 적어도 내일부터는 현수막이며 초대장, 포스터 따위 홍보도 나가야 하고, 미리 집회 신고도 내 놓아야 서둘러 알아보고 확정을 지어야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평화바람 쪽 분들, 수사님, 민중법정 제안팀과도 준비하고 있는 내용을 수시로 소통하면서 공유해야 했다. 바쁘지만 바빠도 일이 되어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 때는 마음이 한결 좋다. 몸이 바쁘고, 손이 바빠야지 그게 아니라 무얼 할지 몰라하면서 마음만 바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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