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은 거리로 나서기가 슬슬 힘들어지는 때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카락에 땀이 흠뻑 젖도록 거리를 뛰어다닌다. 뜨거운 6월의 거리, 차가 씽씽 내달리는 길가에 노란 꽃이 피어 있다.
새싹들 색깔은 다 제각각이다. 귀룽나무처럼 처음부터 초록색을 드러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초록색으로 바뀌어간다.
전날 내렸던 빗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수수꽃다리 꽃잎이 한꺼번에 다 떨어져 버렸다. 그 옆 산철쭉 꽃잎도 뚝뚝 떨어져 시들어가고 있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꽃잎을 주워 책갈피에다 끼우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쑥은 이름처럼 쑥쑥 자란다. 쥐불을 놓아 검게 그을린 논이나 밭둑은 어느 사이 쑥 빛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쑥 새싹은 옆으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군데군데서 자라나온다.
이미 오래 전 콘크리트로 포장된 옆 골목길 구석구석엔 고들빼기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있다. 쓰레기봉투 옆에서 너무나 싱싱하게 꽃을 피웠다. 담장 위 틈에서도 여럿 자라 올라 꽃을 피웠다. 콘크리트 작은 틈에 어찌 그 큼직한 뿌리를 내렸을까?
벼룩나물이 코딱지 만한 잎을 닥지닥지 달고 줄기를 뻗으며 논둑을 뒤덮고 있다. 작은 잎이 마주 달린 줄기 끝에서 언제부턴가 조그만 꽃들이 다닥다닥 피고 있다.
긴병꽃풀은 숲 가장자리에 넓게 무리 지어 자란다. 산자락과 주택가가 만나는 이런 곳은 부서진 가구, 망가진 가전제품 따위가 마구 버려져 쓰레기장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이런 곳에서도 긴병꽃풀은 자기 자리를 넓혀가며 자라고 있다.
항상 옆에서 무감하다가 문득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동료와 닮은 풀이 있다. 광대나물이다. 광대나물은 들에 나가면 무더기로 자라나는 너무 흔한 풀이다.
엊그제 대추리에 갔다가 풀잎사귀 몇개 뜯어 왔다우 마지막 촛불집회는 눈물바다... 들꽃은 후회도 미련도 없이 꽃피고... 사람들이 떠나고 미군기지가 들어서도 거기 어느 귀퉁이에서 들꽃들은 꽃피우겠지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절실하게 느끼는 게 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다 못난 구석이 있으면 잘난 데가 있게 마련이고, 게다가 잘나고 못나고도 보기 나름이라 못났다는 게 다르게 보면 잘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잘나고 못난 게 아니라 다양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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