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다루는 물질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반도체 사업장 공정에서 벤젠 등 발암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삼성 반도체 등에서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50여 명, 제보된 피해사례만 140여 건에 이르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더 어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증거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다시 대답하고 싶다. 일을 하다 병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고, 이 기록이 그들의 증거라고.
현재 반올림으로 들어온 제보는 150명에 다다른다. 영문을 모른 채 자식을 먼저 보내야 했던 늙은 부모들은 소문을 듣고 반올림에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묻는다. “내 아이도 회사에서 병을 얻은 걸까요?”
“모든 게 다 바뀌었어요. 들어가는 입구마저도. 전혀 딴 세상이에요. 제가 일하던 설비는 다 없어지고. 딴 라인이 생겨가지고. 저한테 이렇게 일을 했냐, 이걸 사용했냐 묻는데 전혀...모르겠고 기억도 안 나고. 제가 납 도금을 했는데, 아예 그 자체가 없어졌으니까요.”
“죽기 3일 전에 제정신이 돌아 온 거예요. 자기가 중환자실에 있는 걸 안 거예요. 울더라고요. 우느라고 말도 못 하고, 내 손만 붙들고. 내가 ‘자기야, 끝까지 버틸 거지?’ 그러니까 끝까지 버틴대,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그러면서 산재(신청)를 하라고. 마지막 말이었지, 그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을 비롯한 연대 단체들은 28일 오후 12시, 6.3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28일을 산업 현장에서 건강과 생명을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반도체 노동자의 날’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정연 씨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3년을 일했다. 다리가 마비되는 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려 퇴사를 했다. 그때 나이 22살이었다. 13년이 지나, 지금은 일반사람처럼 걷고 생활하지만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예전처럼 두 다리를 쓸 수 없을지 모른다. 재발을 걱정하고 작은 감기조차 두려워한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후 노동부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가 지난 7월 14일 밝힌 자체 보건관리 개선계획에 대해 세부실천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인바이런사의 ‘사업장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은 무관하다’는 발표와 함께 ‘삼성 직업병 2차 행정소송’ 3건의 보조참가인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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