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국적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과 로슈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며, 백혈병과 에이즈 치료약의 국내 공급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요즈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듣는 인사는 “몸이 많이 좋아지셨네요”이다. 한동안 큰 고비를 넘기며 병마와 싸우느라 수척해진 모습을 보았던 이들은 내 변화를 놀라워하며 모두들 반가워한다.
면역력이 많이 올라 거대세포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주사약을 끊던 날, 나는 친구들과 축하 파티를 열어 함께 기뻐했다. 다시 살아봐야겠다, 이 말은 내게, 다국적 제약회사와 싸워야겠다는 말인 셈이다.
작년 5월경 공감 사무실에 A의 아버지라는 사람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자신의 아들이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 중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어느 날 관할보건소로부터 HIV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결과를 통보받은 당일에 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되어 보호실에 구금되고 강제 출국 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내용이었다.
A는 자신의 HIV 감염사실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감수할 시간도 없이, 한국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는 실질적으로 평생 동안 A를 자신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게 되는 것이다.
수원지검에 의해 드러난 5명의 HIV 양성인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은 이제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존중하는 선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재판은 비밀 재판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번에 소설을 쓴 기자들의 ‘회개’를 기대한다. 사회의 공기이고자 하는가, 독가스이고자 하는가?
이제 예방의 초점은 감염인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너무나 기초적인 사실이지만 감염인의 권리가 향상되고 양지로 나올 때만이 진정한 에이즈 예방을 이룰 수 있으며 동성애자들을 에이즈 고위험군으로 보는 지금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당한 차별에 대해서도 침묵해야 할 때가 많고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주장조차 말도 안 된다고 면박당하기 일쑤다. 이것은 차별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 차별의 결과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며 그 결정에 ‘이의 있다’고 말할 통로가 부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정정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은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에이즈를 예방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같은 접근이 예방을 위해서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며 \"검진을 받고, 치료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국회\"라고 꼬집었다.
누군가에 대한 폭력과 전쟁을 선동하고, 실행 가능성을 떠나 언어 자체가 폭력인 표현에까지 인권이라는 이름을 빌려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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