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를 등에 업고 학교 현장에서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지 않으면 조례는 죽 쒀서 개 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분명 우리에게 신작로를 열고 있다. 발길은 우리가 떼는 것이다.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오는데 밖에 여학생 하나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 이번에도 딱 걸렸다. “왜 숨어서 피워? 화장실에서 냄새나잖아. 화장실에 금연이라고 쓰여 있잖아. 2층 베란다가 흡연실이니까 거기서 피워.” 그 여자애가 윽박지르며 2층 흡연실로 데리고 갔다.
학생인권조례의 본무대는 조례 제정을 주민발의로 일구어 내고자 선택한 서울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서는 3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체를 꾸려 서울시민 1%의 서명을 받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로 하고 2010년 11월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학생인권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온 청소년·인권 단체들도 있지만, 이 운동의 의제에 이제 갓 공감하기 시작한 단체들도 함께하고 있다.
학교가 체벌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상 교사는 권위가 아니라 폭력과 강제적 처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권의 한계는 곧 교육의 한계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고,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지만 청소년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두발규제, 강제야자가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체벌도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이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9일 청계광장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실종신고: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집회를 열고 학생인권이 실종된 현실을 규탄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체벌을 찬성하는 학부모 사이에 때아닌 학생인권 논쟁이 벌어졌다. 14일 참교육학부모회 주관으로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서울교육의 희망을 찾다” 강연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가 곽 교육감의 인권의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
거리 서명을 받을 때 종종 듣게 되는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지요!”와 같은 말들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큰 상처는 ‘우리 편’에서 온다.
“차별과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동참해 주세요.” 쌀쌀한 바람이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8일 오후, 신촌역 앞에서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 서명을 받고 싶지만 3월답지 않게 추운 날씨 때문에 지나치는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 A 중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을 30대 이상 때리고, 한 교사는 빗자루가 망가질 정도로 체벌을 가하는 등 일부 교사들이 심각한 정도의 체벌과 모욕적인 언사를 자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학교 교사들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체벌금지 조치를 내린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체벌을 계속했으며 오히려 학생들 앞에서 체벌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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