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오존

민경석  / 2004년09월23일 15시27분

몇 년 전까지 오존 하면 떠오르는 것은 남극과 그 위에 뚤린 커다란 구멍이었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와는 거의 관계없이 느껴지던 그 구멍이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물론 큰 건 아니었지만 냉장고 광고에서 친환경 냉매를 써서 비싸졌다느니, 스프레이 쓰지 말기 운동이니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1992년에는 세계의 140여국의 지도자들이 브라질의 리우라는데 모여 가장 합의를 빨리 이룬 것이 오존층 감소에 대한 합의였으며 이후 오존층 문제는 상당히 해소되어 최근에는 이에 대해 별말이 없는 듯하다.

오존층을 갉아먹던 나쁜 물질은 바로 프레온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온은 발견 당시 획기적인 냉매제로 냉장고와 에어컨 등의 상품이 개발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초기 프레온가스를 발명한 과학자는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먹어보기까지 했다.

하여간 이 가스의 발명으로 여름에 에어컨을 켜는 집안은 훨씬 시원해졌고 에어컨을 살 돈이 없거나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 값이 비싸 켜지 못하는 집들은 훨씬 더워졌다. 이제 공기의 온도도 상품화되어 빈부차가 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에어컨 값도 싸졌고 에어컨의 절전기능도 높아졌으며 무엇보다 기후온난화에 의해 여름철 온도가 훨씬 더워졌고, 양은 많지만 질은 훨씬 형편없는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약골이 되어 더위를 견디는 힘이 업어져서 상당히 많은 집에서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3-4년 전까지 오존은 획기적인 살균력을 지닌 물질로 평가되어 오존발생기라는 것을 중소기업에서 만들어 발의 병원균치료나 과일 씻을 때 쓰는 용도로 팔리기도 했다.

이런 오존이 최근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 700만이 넘게 시내로 몰려들어 세계를 경악케 했던 붉은악마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해 봄의 황사는 우리나라 개국 이래 최악이었다.

전국에 있는 많은 학교들이 공기오염에 의해 휴교를 한건 아마도 처음이었으리라 기억된다. 그것도 2-3일씩이나... 서울에서 하늘은커녕 10미터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황사는 기상청의 경보가 없어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후 어떤 이유인지 그런 황사는 다시 오지 않았고 이제 공기오염의 주범은 오존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지난 8월 9일까지 총 129회로 오존경보제를 도입한 1995년 이후 처음 100회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48회)는 물론 그동안 발령 횟수 최다를 기록했던 2000년(52회)보다 2.5배 가량 많다.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와 짧은 장마 등으로 인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것이다.

오존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표면의 오존은 왜 발생하는가? 주범은 자동차 매연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환경학자들은 공기오염의 전개에서 두 가지 단계를 이야기 한다.

첫 단계는 공장매연이 중심이 되어 SOX(황산화물)가 중심물질로 등장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공해유발 공장의 비도심지역 또는 후진국 이전으로 인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SOX에 의한 오염은 상당히 줄어들고 대신 자동차매연의 핵심물질인 NOX(질산화물)가 중요해진다. 이 NOX가 자외선을 쪼일 때 만들어지는 게 바로 오존이다.

여기에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올해(2004년) 6월 초 국내의 K대 연구진이 서울시내 가로수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플라타너스에서, 온도가 30도 이상 높아지는 여름철에, 자동차에서 발생되는 오존의 10배가 넘는 오존이 발생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6월 중순까지 그동안 오존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자동차업계는 희색이 만연했을 지도 모른다. 6월 중순 삼림업계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실험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그래도 플라타너스가 자동차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를 하며 논쟁은 없어졌다.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은 오존은 지구상의 프레온 가스가 거의 없어짐에 따라 소멸되지 않고 흐르다가 성층권으로 그대로 이동하게 되는 데 이러한 과정에서 오존이 발생되는 지역보다 기류가 머무르는 지역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존 경보는 자동차가 가장 많이 매연을 내뿜는 서울보다 경기도가 오존경보 발령이 훨씬 많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올 8월 초까지 오존 경보발령은 지역별로 경기도가 70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남(15회), 경남(10회), 대구(8회), 서울(6회), 인천(4회) 순이었다.

이 사실들을 통해 몇 가지 결론을 내 보았다.
우선 오존은 무조건 보존해서도 안 되고 줄여도 안 되는 적정 수준이 되어야 함이 중요하며 이는 자본주의 시대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극단으로만 치닫는 우리에게 하나의 경종이 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산이 있고 풍광이 좋은 청정지역이라고 환경문제가 비껴가지 않으며 오히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기류가 흐르지 못하게 되면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전망이 좋고 집값이 싼 지역이 이런 곳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을 해결할 주력군으로 파악되던 나무가 기후온난화에 의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붕괴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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