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8회 방송 대본 보기

유준열 - 추운날

우연한 5분 여덟번째 시간.
오늘은 동물원의 유준열 특집으로 2008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얼마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보니 작년 한해 나의 테마는 이런 것이었다"란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버리기였다고도 하시고,
심지어 어떤 분은 복수였던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다양한 삶 만큼이나 무척 다양한 테마가 있을텐데요.
여러분의 테마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공통된 점이 한가지 있다면,
이런 모든 테마들이 년 초에 꿈꾸었던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을 거라는 점이 아닐까요?

산다는게 '그리 단순하지 만은 않은 탓'이라고 위안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삶 자체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덫.
그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이기 때문이겠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생일대의 획을 긋듯 살아가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제가 올 한해의 테마는 무엇이냐고 뭇는 이유도 아마 그런이겠죠.

글쎄요, 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최승자 시인이 그랬던가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라고.

진심은 결국 혓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체
마음속 불결한 흉터로 덧나고
그래도 믿는 무언가가 있어서
이렇게 매일 발등을 찍히며
공허한 말들로 기어이 또 한해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추운 겨울

여러분은 올 한해 어떤 테마로 삶을 가꾸려 하십니까?
올 해 마지막은 또 어떤 낯선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오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곡은 동물원 6집에 수록된 유준열의 '추운날'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올 한 해의 테마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마도 '이 방송을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로 대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불결한 흉터를 가슴에 묻어두고 차마 지금 말할 수 있는 대답은
"내가 던진 말에 무게만큼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겠죠.
Hola America
6하원칙
매니악
우연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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