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12회 방송 대본 보기Damien Rice - Delicate
12. Humpty-Dumpty
저에겐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 아이, 말 그대로 수퍼우먼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 아이는 밤늦게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무척 낯설어진 아이입니다. 일년에 한두번씩 서울에 올라올라 치면 미친 듯이 옛 동무들을 불러 모으던 그 아이가, 며칠 후면 일본으로 연수간다며 밤늦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에게 하는 말인지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투로. 네가 지금 가장 할 일은 노는 거야. 너를 위해 투자하는것 만큼 가치있는 게 없어. 네가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일이 너를 갉아 먹는거야. 그리고 쓸모없는 죄의식 좀 버리라고 하더군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문득, 시간의 비가역성에 몸서리 쳐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란 존재는 우연한 만남과 불행 속에서 돌이킬수 없는 수많은 문턱들과 망설임 그런 것들의 그림자에 다름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그만 하라고 강변하던, 그 아이에게도 떠남도 지난 삶의 불가역성에 대한 회의이자 또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삶의 다른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겠죠. 그런 되돌리기 힘든 문턱의 순간에 맞닿아뜨렸을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글쎄요. 지금 저에겐 두렵다기 보단 단지 조금 더 예민해졌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영국 아리리쉬 출신의 포크 뮤지션이죠. Damien Rice의 Delicate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