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17회 방송 대본 보기Joni Mitchell - Big Yellow Taxi (보너스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클링턴 미국 전 대통령에게
집에 불이나서 딱하나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오겠냐는 물었더니, 지금 듣고 계신 Both Sides, Now가 들어있는 Judy Collins의 앨범을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죠. 이 노래는 Joni Mitchell 이 만든 곡입니다. Judy Collins가 매우 친한 사이라 먼저 불렀다고 하네요. Joni Mitchell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6,70년대 히피 문화의 아이콘이자. 밥딥런과 양성의 조화라 불리웠던 여성 포크 싱어송 라이터입니다. 아마도 클린턴이 그런 답을 한 것도 히피세대중 한명 이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영 틀려먹게 늙어버린 히피였겠지만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부동산 토지 문서? 아님 대운하 개발 계획서 일까요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Joni Mitchell 곡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Big Yellow Taxi' 입니다. 그녀가 하와이에 처음 방문했을 때, 산들 바람에 흔들거리는 그림 같은 야자수 풍경 속에서 추한 콘크리트 길에 서있는 차를 보고, '그들은 이렇게 멋진 낙원에다 포장된 길을 깔고 그곳을 주차장으로 만들었어!' 라고 생각하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도 전혀 나무랄데 없는 경쾌하고 감성적인 사운드이지만,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 나무 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그것을 보기 위한 사람들에게 1달라 50센트씩 돈을 징수하네"란 노래가사에서도 보듯이 환경과 관련된 노래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태우고 떠난 Big Yellow Tax에 빗대어 사람들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며 비판한 노래이죠. 무거운 내용이지만 가사는 아주 죽입니다. 같이 들어보시죠. == 보너스 트랙 == 음~~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 보너스 트랙! 오늘은 답가도 아닌데 왜 두곡이냐고요? 왜냐하면 'Both Sides, Now'는 제목처럼 두번 들어야 제맛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Joni Mitchell도 이 곡을 69년과 99년, 30년 간격으로 두번 불렀으니까요. 20대 초반의 'Both Sides, Now'가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세상을 관통하고 싶어하던 젊은 치기와 천재적인 시적 허무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면 허스키하고 재즈풍의 목소리로 변해버린 99년 앨범에서는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중년의 인내와 사랑이라면 이제 신물이 넘어올것 같은 나이에도 여전히 풀지 못한 삶의 비밀과 사랑이라는 환상에 대한 짙은 고독이 묻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itchell의 30년, 두 사이드의 딱 중간 쯤 서 있는 지금 저로서는.. 뭐 글쎄요.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에 이런 싯구절이 있죠.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