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22회 방송 대본 보기Five For Fighting - Superman
지난 주말,
우연히 영화 'John Q'를 보게 되었습니다. John은 갑자기 쓰러진 아들에게 심장이식 수술이 필요한 걸 알게 됩니다. 전액보상보험에 들어있다고 생각했지만, 보험사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충분한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고, 병원에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입원하려면 감당하기 힘든 보증금을 지불하라는 압박을 가해오죠. 백방으로 도움을 구걸하다 결국, John은 병원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게 됩니다. 요구사항은 단 하나. '아들에게 심장을 달라'는 것이었죠. 근데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더군요. 문득 얼마전 개봉한 Michael Moore의 새 다큐먼터리 'Sicko'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네요.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Sicko' OST에 수록된 Staple Singers의 I'll take you there 입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다는 우리도, 약간의 중병에도 주변 도움의 손길 없인, 집안 거덜나는것은 시간문제더군요. 이제 심지어 이런 최소한의 공공의료제도조차 정부가 자본시장에 맡기겠다고 하니 정말, 남의 일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Michael Moore는 무슨 다큐멘터리를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블럭버스터급으로 만드는지, 제 입장에서는 마냥 부럽기만 하네요. 도대체 일관성이라는 눈씻고 찾아봐도 전혀 없는, 우연한 5분 22회. 오늘 들려드릴 곡은 두 영화와는 아무 상관없는 Five For Fighting의 2000년 발매 앨범 American Town에 수록된 Superman 입니다. 사람의 목숨까지 자본의 이윤추구에 내맡기고 있는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슈퍼맨의 삶을 강요당하고, 심지어 아프지도 말아야 하죠. 아플 권리도 없는 세상이니까요. 보너스 트랙! 왜 또 보너스냐고요? 지난주 영국의 Radiohead는 미국의 Radiohead라고 소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대한 보상 쯤이라고 해두죠. ^^ 지금 듣고 계신 곡은 1960년대 소위 록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중 하나인 The Who의 Baba O' Riley입니다.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 'House MD'에서 닥터 하우스가 병원규정을 무시하면서 환자의 생명을 구한 후 영리 추구를 지상과제로 삼는 새 병원 이사장 보거스의 탄압에 맞서 의기양양하게 대들던 장면에서 흘러나왔죠? 풍요로움 속에 수반된 공허함과 현실에 대한 엇박자의 시선을 대표하는 The Who의 노래를 성격 괴팍한 하우스가 미국 의료시스템에 맞서는 장면에서 사용한 것은 나름대로 센스넘치는 선곡이었던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럼, 청취자 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