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23회 방송 대본 보기어떤날 - 출발
악다구니 같은 일상들 속에서,
어느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눈을 떴을 때 세상일이 참을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처럼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창문 밖 가볍게 흔들거리는 순수한 영혼의 나뭇가지가 잊혀졌던 옛 방황의 기억들을 흩날리며 꽃잎같은 4월의 그리움으로 말을 걸어오곤 합니다. 그런 날 듣기 딱 좋은,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동물원이나 여행스케치 냄새가 물씬 나는 밴드라고 할까요? 잊혀졌던 사춘기 시절 일기장 같은 포크듀오 '재주소년'의 2006년 발매된 3집 '꿈의 일부'에 수록된 'Sunday' 입니다. 아마도 20대의 감성이라는 것이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는, 어떤 설레임이라는 그 무엇가가 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문득 풋풋한 노래들에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건 바쁘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마음의 속삭임 때문이겠죠. 우연한 5분 23회. 오늘 들려드릴 노래 역시, 20대의 순수함이 묻어있는 명곡중 하나입니다. 도시 냄새나는 모던 포크뮤직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1980년대 포크듀오 이병우,조동익의 '어떤날'의 1993년 두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 '출발'입니다. 악다구니 쓰며 애써 살아가는 요즘.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자기만족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저 외로이 스쳐가는 바람이라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그동안 아마도, 외로움을 지우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