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24회 방송 대본 보기

유재하 - 가리워진 길

음~~ 김현식 목소리를 오랜만에 듣네요.
유재하 노래를 신청해주신 '소소'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유재하는 한때 김현식 밴드였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키보드를 연주했습니다.
그 때, 지금 듣고 계신 '가리워진 길'을 작곡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역시 김현식의 유작 앨범이었으니,
또 묘한 인연이라 할 수 있겠네요.
고 유재하의 유작이자 유일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실제로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위한 노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녀를 만나서 '그대 내품에'를 만들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뒤 '우리들의 사랑'을 쓰고
그녀와 헤어진뒤 '우울한 편지'를 작사하고
다시 재회한후 '사랑하기 때문에'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유재하의 길을 밝혀준 사람은
단 한 사람, 그녀였던 셈이죠.
외로움이 크다는 건 그만치, 사랑이 크다는 걸
사랑이 크면 그만큼, 다시 외로움인걸
산다는거, 그 어떤 이유도 없는 아득한 심연.
그래도 이끌려 가듯 살아진다는거,
그건 아마도 외로움과 사랑의 역설 때문이겠죠.
외로움이 지겨워지면 이별이 찾아오고,
이별이 또 지겨워지면 사랑이 필요할테니까요.
여러분들은 누군가를 위해, 또 그 무엇을 위해
사랑하고 외로워하며 존재의 빛을 비추고 계신가요.
연인? 가족? 혁명? 아니면 추억인가요.
뭐 상관있나요.
별빛하나 보이지 않는 이 칡흑같이 어두는 세상
단 한사람 발걸음이라도 비춰줄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그래도 원곡을 들어야겠죠?
유재하가 다시 부릅니다.
'가리워진 길' 들려드리며.
우연한 5분 24회 인사드립니다.
Hola America
6하원칙
매니악
우연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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