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1회 방송 대본 보기Gomez - Notice
요새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한다죠.
20대 노동자들 95%가 평균임금 88만원의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된 LG 신형 휴대폰이 88만원이라고 해서, 양극화 시대를 해쳐나가는 지금의 우울한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한답니다. 아이엠에프에 직격탄은 맞은 세대들의 자조섞인 486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들이 유행한게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세대에 걸쳐 패배감에 젖어든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안정된 시스템을 갈구하고, 스스로 체제에 구속받기를 원하는것 같습니다. 정규직만 될 수 있다면 뇌물도 서슴치 않고, 한편으로는 국가나 민족 그리고 더 작게는 소속된 조직에 스스로를 동일시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안정된 울타리안에 둘러쌓이면, 매일 아침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을 뜨고,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고, 주말에는 가끔씩 객기도 부려볼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사람 사는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넌 잘 되고 있어.. 난 그녀의 그 한 사람이야.. 라고 누군가 알려주는 일따윈 절대 없을테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불안이 삶 전체를 휘감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날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맹목적으로 견뎌내는 건 아닐까요?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익숙해진 패배감과, 말랑말랑한 저항에 만족하고. 맹목이 잠깐 숨을 멈추는 사이 불안감과 공포를 누군가 위로해 주길 바라면서. 뭐 저희라고 별 뾰족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닙니다. 말로는 입바른 소리 하는것 같지만 기껏해야 이렇게 징징거리는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은 거죠. 어떤 사람들은 British Rock을 징징거리고 패배감에 젖은 말랑말랑한 노래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만. 요새 나오는 국내 인디밴드 대부분이 British Rock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사회도 영국 못지 않게, 벌써 늙어버린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살아있는한 말하고 노래하는 걸 멈출 수는 없습니다. 첫회라 말이 길었습니다. 띄워드릴 곡은, 영국 밴드같지 않은 영국 밴드죠. Gomez의 2006년 How we operate 앨범에 수록된 곡 Notice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