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FTA가 필요하지 않는가
[한미FTA저지특별기획](1) - '국정브리핑 특별기획' 검토와 비판①
김종필(문화연대) dadai@chol.com / 2006년03월14일 8시16분
[한미FTA저지특별기획] - '한미FTA를 저지하라'를 시작하며
민중언론 참세상은 '한미FTA저지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우리 사회구성원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가운데, 한미FTA를 저지하는 부문 현장의 실천을 독려하는 방향에서 보도할 계획이다.
한미FTA는 찬성하고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고 저지하는 쪽이나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싸움으로 보여진다. 노무현정부는 국가의 장래를 거론하며 한미FTA 추진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고, 자본은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검토하는 가운데 빠른 추진을 추동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의 의지가 투합된 한미FTA는 한국에 있어 자유무역협정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미FTA가 미칠 파장이 부분적이고 계기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와 질서를 바꿔놓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각계각층, 부문 영역에서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부문별 공대위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실천에 나서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정부와 자본의 한미FTA 추진 과정을 주시하는 한편,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저항과 실천에 주목하고 보도함으로써, 한미FTA 저지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취재방향을 채택했다.
'한미FTA저지특별기획'은 국정브리핑의 '한미FTA특별기획'을 검토 비판하는 기고와 함께 부문 영역별 과제와 실천을 집중해서 앞으로 약 20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 편집자 주
정부가 발간하는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FTA'를 6회차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소개글에서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FT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한층 나아질 것이고 개방에 따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먹거리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개방은 시대적 흐름이다. 과거처럼 압력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이번 한미FTA처럼 능동적으로 전략적 개방을 꾀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국정브리핑은 이에 "한미 FTA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정부의 협상방향을 심층분석하고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첫 연재글 '①우리는 왜 FTA를 필요로 하는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② 스크린쿼터 축소, 새로운 시작이다'는 3월 10일 각각 발표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네 개의 글은 '③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④국민이 함께 하는 한·미 FTA 협상전략' '⑤한미FTA의 손익계산서' '⑥경제대국 미국을 분석한다' 등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한미FTA저지특별기획'의 한 내용으로, '국정브리핑'의 특별기획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연재글을 게재한다. 아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글을 김종필 문화여대 활동가가 검토 비판하여 보내온 글이다. 한미FTA에 대한 참세상 독자 여러분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 편집자 주
몇 년 전 쯤 한글날로 기억된다. 한 시민단체에서 한글 사용을 장려하고 외래어의 남용을 막자는 취지로 외래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곳을 시상(?)한 바 있다. 이 시상에는 청와대 및 주요 정부기관이 당연히 포함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좋아하는 외래어 중 하나가 바로 ‘로드맵’이다. 그들에게 로드맵은 전가의 보도이다. 노사관계로드맵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여기 ‘FTA추진로드맵’이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정브리핑의 FTA 기획시리즈를 통해 “사회 일부에서는 지난달 3일 한미FTA 협상 출범 선언이 다소 갑작스럽다고 하지만, 한미FTA 추진의 타당성에 대해 이미 ‘FTA 추진로드맵’의 수립 단계부터 검토됐”다고 밝혔다. 역시 로드맵이 등장한다.
그러나 알 사람들은 다 안다.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개시 선언 하루 전인 2월 2일 한미FTA와 관련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답시고 공청회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공청회는 20여 분 만에 무산된다.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이 이루어진다. 갑작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지 않다고 우기니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인가?
그는 갑작스럽지 않음의 증거로 작년 상반기에 진행된 한미FTA 예비협의, 양국 통상장관 간의 협의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우리는 - 그 우리는 도대체 어떤 우리란 말인가 - 미국과의 FTA 추진을 전략적이고 자주적으로 선택했단다. 그 결과는? 미국이 FTA를 추진함에 있어 4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요구사항인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의약품 약가 산정 문제를 제대로 된 협상 한 번 거치지 않고 모두 들어줘 버렸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한미FTA 관련 진행사항은 미국과 한국의 권력자들에게는 갑작스럽지 않았을지 몰라도 한국의 대다수 민중들에게는 너무도 갑작스럽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쿼터 축소 과정을 보면 그것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크린쿼터는 무역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이 절반으로 허리를 뚝 잘라버렸다.
누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인가?
미국과의 FTA는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는 ‘잘’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는 광우병의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아파도 약을 먹을 수 없다. 병원에 가는 것은 더욱 요원하다.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그저 허접한 법조문에 불과할 뿐 우리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된다. 돈 있는 자들은 돈의 힘으로 ‘좋은 대학’을 가게 되고 그들은 다시 권력을 거머쥔다. 그 권력으로 돈을 쓸어 모은다.
이 카르텔은 깨지지 않는 신화가 된다. 쌀을 제외한 농업분야 생산 감소는 2조 원에 달하고, 쌀을 포함시키면 최대 8조 8000억 가량이 감소된다. 우리의 농업생산을 약 20조로 볼 때 최대 44%가 감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한미FTA 체결 후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전 분야에 걸쳐 초토화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질문해본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는 ‘잘’ 생존할 수 있을까?
고속도로의 실체
그는 ‘고속도로론’을 내세운다. “차에 비유하자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전용고속도로에서 100Km 이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 국가는 복잡한 국도에서 법정속도인 60Km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란다. 참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특히 차를 가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김현종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올 것이다. 시간은 없어 죽겠는데 차는 밀리고, 도로도 엉망이고, 여기저기서 끼어들고....그런데 전용고속도로를 내 준다니 그야말로 선진대국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고속도로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에 누가 진입하느냐, 무엇을 나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실제 한미FTA가 체결되면 교육, 의료, 상하수도, 에너지, 금융, 쌀, 축산류, 과실류 등이 이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이동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들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서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 20:80의 사회는 10:90의 극단적 양극화를 향해 치닫게 되고 90%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고속도로에 한번 진입도 못해본 채 죽도록 도로 건설만 하다 죽음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이 FTA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이다.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 FTA'] ① 왜 FTA인가?
-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우리가 주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참여정부는 2003년에 만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로드맵’에 따라 전략적이고도 단계적으로 FTA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미 전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국가 간에 이뤄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최초의 FTA였던 한·칠레 FTA 비준에도 큰 진통을 겪고 있던 ‘FTA 지각생’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 일본, 중국, 아세안(ASEAN) 등은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해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불리한 경쟁 환경에 처하게 됐고, 일부 시장에서는 퇴출당하는 위험에 빠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동시다발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칠레·싱가포르·EFTA에 이어 현재 ASEAN,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과 FTA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 일부에서는 지난달 3일 한·미 FTA 협상 출범 선언이 다소 갑작스럽다고 하지만, 한·미 FTA 추진의 타당성에 대해 이미 ‘FTA 추진 로드맵’의 수립 단계부터 검토됐었고,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국책연구기관 등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다양하고 면밀한 연구들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작년 상반기에는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정부 차원의 한·미 FTA 예비협의, 양국 통상장관 간의 협의 등 수년간에 걸친 검토과정을 통해 한·미 FTA 협상 출범에 합의하게 된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일부에서는 세계무역 질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다자차원의 DDA와는 달리, 우리가 선택적으로 추진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왜 높은 개방 파고가 예상되는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시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FTA 추진을 전략적이고 자주적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중국의 무서운 속도의 추격, 우리 제품의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하락 등 우리가 처한 환경을 돌아보면, 거대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우리가 5년 후, 10년 후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대학생에 비유하자면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인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 출범과정에 미국의 압력이 벌써부터 작용했다는 오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조선 말 이후 개방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팽배해 왔습니다. 80년대 이후의 미국의 통상압력, 90년대 초반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심지어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까지 외국의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는 소극적 보도가 지배적이었고, 그 결과 국민들은 우리가 주도하는 FTA 협상마저 외부의 개방 압력을 연상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 출범은 어디까지나 개혁과 개방이라는 정책방향 속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업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과 FTA 체결 추진을 희망한 25개 후보국가 중에서 결국 한국만을 협상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미국 의회 내에서 미국이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나름의 이해득실과 정치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었겠지만, 그 결정과정에 우리의 주도면밀한 설득 노력이 매우 유효하게 작용해 이러한 결실을 이뤄낸 것입니다.
‘업그레이드 코리아’ 처방
지난 1997년 12월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시련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 때의 경험으로 볼 때, 이제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격적으로 개방과 구조조정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수술대에 올라서야 후회를 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운동도 하고 체력관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도 개방과 지속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언제 쓰러질지 모릅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다음세대가 먹고 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입에 달지만은 않은 ‘한·미 FTA’라는 약을 복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미 통용되지 않는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미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 사회와 경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개방과 경쟁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 경제를 달성하자는 것이 한·미 FTA 추진의 핵심입니다.
물론 ‘경쟁’ 또는 ‘개방’이라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의 경제정책과 사회운영 방식을 고수해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물론, 경제규모 세계 11위, 무역 규모 세계 12위라는 각고의 노력 끝에 도달한 현재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미 경제 고속도로’ 될 것
미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여건은 악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차에 비유하자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전용고속도로에서 100Km 이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 국가는 복잡한 국도에서 법정속도인 60Km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 FTA 추진은 우리 기업을 위해 한·미 간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전용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관세 철폐 및 비관세 장벽의 해소, 투자 유치의 확대, 미국기업 수준의 공정한 경쟁여건 보장 등은 우리 기업이 한·미 FTA라는 전용고속도로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미 FTA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상품 무역의 개방은 소비자의 선택권의 확대와 함께 물가하락을 가져오는 것으로 검증돼 왔습니다. 또한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보다 양질의 의료, 교육, 법률 등의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한·미 FTA에 의한 개방 파고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연착륙(soft-landing)이 가능한 구조조정을 유도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범정부 차원의 피해분야별 보완대책을 협상발효 전에 마련해 피해 수준을 낮추고 한·미 FTA의 과실이 우리 사회 전체에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달 16일 대통령님이 지적하신 바와 같이,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므로 협상과정에서 국내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저항으로 FTA가 좌초되고 소탐대실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은 협상 과정을 통해 반드시 지켜 나갈 것입니다.
한·미 FTA 협상은 범위가 넓고 이해관계도 복잡해 쉽지 않은 협상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는 물론 언론을 통해 국민 여러분들과 계속적인 대화 및 조정 하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열정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슬기로운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한 마음으로 지지해 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합니다. (출처 - 국정브리핑 : http://www.new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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