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Ⅱ 되돌아본 99년 노동운동
스러져간 ‘동지’들…그러나 ‘희망’을 얻었다
IMF 광풍이 3년째 노동현장을 휩쓸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비정규직으로 밀려나고, 임금이 깍였다. 그러나 올해 잃은 것 가운데 가장 크고, 또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큰 손실은 무엇보다 우리 곁을 떠난 ‘동지’다. 우리의 투쟁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임에도 올해는 유난히 많은 동지가 채 펴지도 못한 꿈을 꺾이거나, 노동해방의 제단에 몸을 바쳤다.
정성범(31) 민주노총 충남서부지구협의회 조사통계부장이 폐질환으로 3년간 투병 끝에 1월30일 숨졌고, 김성진(30) 대우조선노조 편집2차장과 김리나(35) 거제시협 정책국장이 3월14일, 정병주(45) 대구지역건설노조 부위원장이 3월12일, 김종배(37) 공공연맹 교육국장이 8월27일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최경철(35) 현대차노조 조직1부장은 차내차량사고로 8월24일 숨졌다. 전교조 조합원인 전창수(44) 부산문현여중 체육교사는 5월24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스타택시 노동자 박용순(49)씨가 전액관리제 실시를 외치며 몸을 불살라 8월25일 숨졌다. 10월28일에는 김상숙(37)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장이 위암으로 숨졌고, 최근 12월14일에는 임동국(42) 민주노총 안양지구협의회 의장 역시 위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산업재해로 우리곁을 떠난 노동자도 많다. 특히 대우중공업에서 일하던 이상관(27)씨는 올 2월20일 허리를 다친 뒤 입원치료를 받아오다 근로복지공단의 무리한 통원조치 통보를 받고 6월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희양(36)씨는 10년 동안 일해온 동국합섬에서 심한 피부질환과 외이도 선암을 얻어 직업병 인정투쟁을 벌이다 11월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렇게 스러져간 ‘동지’들이 있기에 ‘얻은 것’도 있는 한 해였다.
올해 얻은 것은 무엇보다 조직이다. 여성노동자의 권익쟁취를 기치로 15개 지역에서 여성노조를 만들어 여성노조연맹으로 결집했다. 민주노조 황무지를 개척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도 노조가 발족해 조종사, 캐빈승무원, 지상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대거 가입했다. 한국노총 항운노조가 독점해온 부두노동자들도 민주노총 운송하역노조로 조직됐다. 명실상부하게 민주노총이 육해공 노동자를 모두 포괄하게 된 것이다. 진보정당의 모태인 민주노동당 준비위원회의 결성도 의미 있는 성과다.
그리고 ‘호적’을 얻었다. 7월1일 전교조가 합법화된 데 이어 민주노총 역시 11월23일 합법성을 쟁취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총연합단체로 거듭났음을 뜻한다. 최근 민중대회, 욕설소동 뒤 민주노총 사무실과 홈페이지에 격려와 항의가 빗발친 점은 그만큼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난 4월9일 대우캐리어노조가 임단협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40시간 노동제를 쟁취한 것은 한 사업장을 뛰어넘는 성과다. 지난 11월25일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12조5호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역시 이후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월17일에는 재능교사노조가 신고필증을 받아 계약직 노동자들의 단결권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다. 10만명에 이르는 학습지교사는 물론 요구르트 판매원, 보험설계사, 생명보험회사 외판원, 지입차량 운전자 겸 차주, 각종 배달원 등 1백만명이 훨씬 넘는 이른바 위탁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조결성의 길이 뚫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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