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부채 탕감”이 빈민들에게 주는 의미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 1/5 트레버 존스톤
영국 재무성 장관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은 크리스마스에 앞서 41개 최대 채무국들의 부채를 탕감하겠다고 발표했다. 표면상으로 이는 채무국들로부터 3억 파운드를 완전 탕감해주겠다는 약속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분명히 친절한 행동으로써 칭찬받을만하다.
그러나, 재무성은 이 정책이 20∼23년에 걸쳐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혜택을 받는 국가들에는 IMF와 세계은행식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수용을 보증하는 강력한 조건도 부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아이티, 페루같은 나라는 41개 최대 채무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기뻐할 것도 없으며 이자를 포함한 빚도 갚아야 할 것이다.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선택된 모든 나라들이 반드시 서명을 해야 하는 빈곤 축소 전략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시한과 기일이 있다. 빈국들은 부채 탕감에 해당하는 액수를 건강, 교육, 빈곤 구제사업에 쓰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그 돈이 무기 구입이나 부패한 행위에 쓰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브라운이 의미한 “빈곤 구제”는 미셸 초수도프스키의 저서「빈곤의 세계화」에 정확히 묘사되어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빈곤의 축소’는 세계은행 부채협약의 ‘조건’이 되었다. 그것은 선별적이고 명목뿐인 ‘빈민 우선 원칙’에 근거하여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예산 지출의 방향을 전환한다.”(66∼67쪽) 이것은 기존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폐지, 그리고 자선 사업과 국제적 “구호 프로그램”에 기반한 비정부기구의 활동에 상당부분 의지하는 빈약한 “사회 안전망”에 의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IMF와 세계 은행은 이미 코트디브와르 공화국과 가이아나가 만일 정부 정책을 이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중채무빈국(HIPC, 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 부채 탕감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의 발의 아래 변제된 돈은 영국 기업들의 해외 계약 성사를 지원하는 수출신용보증국(ECGD)이 소유하게 된다. 수출신용보증국은 영국 회사와 계약하려는 정부나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는 모든 영국 은행에게 파산시 상환을 보증한다. 이것은 처음에는 영국 세금 수입으로 적립되겠지만, 수출신용보증국에 빚진 잔여액은 채무국들이 이자와 함께 상환을 해야 한다. 브라운은 재무성이 수출신용보증국의 모든 손실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신용보증국의 부채 총액은 19억 파운드이며 정부는 그 중에서 16억 파운드를 포기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나머지 3억 파운드가 현재 상환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수출신용보증국과 채무국들 간의 상환 일정 합의에 따라 이는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재무성의 잔고를 고려해보았을 때 내년에는 약 천만 파운드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연간 비용은 영국의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고 41개국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채무국들이 원금 상환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자조차도 갚을 수 없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외채의 상당량은 어찌되었건 악성채무로 평가되어 사실상 탕감되었다.
전체 제3세계의 외채는 3조 파운드 정도로 추정된다. 브라운은 10월에 제3세계 국가들에 속한 모든 양자간 채무 탕감에 관심을 보였다. 곧이어 클린턴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브라운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세계은행, IMF 및 다른 주요 부국들과 의논한 다음의 일에 불과하다. 탕감될 총 채무의 양은 3억 파운드이다(정부가 인용한 6억 4천만 파운드라는 수치는 이미 잃어버린 이자를 포함한 수치이다). 이는 전체 제3세계 부채의 0.1% 정도이다. 41개 중채무국의 빚은 1320억 파운드이며, 그 중 영국에 빚진 돈은 겨우 20억 파운드이다.
브라운은 자신의 움직임이 영국의 경쟁 상대(일본, 독일, 프랑스 등등)에게 더 많은 부채 탕감의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까지 계산하고 있다. 브라운은 부채 탕감을 주저하는 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것은 목적이 있는 약속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선례를 따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선산업은 이미 이와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옥스팜(1) 정책 간부 저스틴 포시스는 브라운의 선언이 다른 산업국들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도전은 현재 독일, 프랑스, 일본같은 채권국들이 동일한 행위를 해야겠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채무 탕감 운동을 해 온 “쥬빌레 2000″은 브라운의 제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독특한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운의 약속이 정말 중요한 점은 다른 G7 채권자들 또한 그들의 쌍무간 부채 100%를 탕감하라는 압력을 넣는다는 점이다. 만약 모든 G7 채권자들이 중채무국을 위해 이를 이행 한다면, 전체 부채의 40%가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영국은 미국과 캐나다 대열에 합류했다. 남아 있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이 뒤를 따라야 한다. 이 나머지 나라들은 채권이 많기 때문에, 브라운이 힘을 실어 준 도미노 효과가 계속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프랑스와 일본은 41개 중채무국에게 훨씬 많은 채권이 있다. 프랑스는 117억 달러이고, 일본은 105억 달러이며 영국과 5위를 나누는 이탈리아는 각각 27억 달러에 이른다. 중채무국 부채 가운데 40%만이 탕감을 받을 수 있는 주요한 이유는 부채의 대부분이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제시된 방법들 중 아무것도 부채의 이러한 측면을 해결하지 않는다.
지난 가을 G7 정상회담은 41개 중채무국의 부채, 600억 파운드가 탕감된다고 거창하게 선언하였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심지어 “쥬빌레 2000″에 있는 브라운의 지지자마저도 과장된 부채 탕감 약속 이행의 우울한 기록을 지적해야 했다. “브라운 장관의 약속은 중채무국 발의에 기인한다. 이 발의는 1996년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로 41개국 가운데 오직 4개국만이 실제로 부채를 탕감받았다. 중채무국의 제안은 특정한 채권자들과 재정에 관한 논쟁으로 인해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IMF와 세계은행 영국 담당이었던 후 에반스(Huw Evans)는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부채 탕감 프로그램은 세계의 은행들과, 은행 체계에 대한 위험 때문에 계획되었다. 많은 은행들, 특히 미국이라든가 미국보다 그 정도는 크지 않지만 영국과 유럽의 나머지 은행들 또한 전체 은행 자본의 몇배가 되는 부채에 노출되어 있었다. 1980년대 부채 해결 전략은 은행이 자본을 재정비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2000년 1월부터 브라운의 새로운 정책이 적용될 첫 번째 나라들은 우간다, 볼리비아, 모잠비크, 모리타니 등이다. 탄자니아를 포함한 다른 5∼7개국에도 새 정책이 곧 적용될 것이며, 다른 25개 중채무국들은 내년 말쯤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 대변인은 이 정책이 채무국의 예산과 프로그램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이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자국민들에게 강제되는 IMF의 의제로부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 빈곤퇴치를 위한 기구( http://www.oneworld.org/ox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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