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황금시대의 여명인가,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일격인가?
FAIR 미디어 보고서, 1/13 피터 하트
과거의 미디어 합병은 엄청난 언론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미디어 거대기업인 타임워너를 매입하겠다는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1월 10일자 발표 또한 이러한 경우이다.
그러나 업종을 막론하고 역사상 최대의 기업합병이라 불린 이 거래를 다룬 초기의 언론 보도들에서는 몇 가지 이슈가 가리워졌다.
합병과 그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기업의 하이테크 벤처 계획에 대해 열광하면서 언론 대다수는 이 거래의 즉각적인 결과를 과장스레 다루었다. NBC의 탐 브로코는 1월 10일 방송에서 “하룻밤새에 완전히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였다”고 언급하였고 「USA 투데이」 1월 11일자는 “13개 식민지가 영국을 물리친 것에 비견되는, 자고나니 세상이 바뀌어버린 희귀한 사건 중 하나”라고 설명하였다.
「USA 투데이」는 또한 “이러한 시점에서 제닝스, 브로코, 래더 같은 네트워크 뉴스 앵커들은 진정한 공룡”이라고 언급한 한 전문가의 말을 크게 인용하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AOL을 통해 “언제든지 원할 때 찾아서 읽을 수 있는” 잡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미래를 순진하게 예측하였다.
CNN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의 공동진행자인 밥 노박 또한 “AOL에 연결해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놀랍게도!- 작은 모니터에 바로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이 뜨는” 미래를 그려보였다.(CNN 웹사이트에서 이미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온라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해 공상에 빠지지 않으면서 많은 방송국들은 기업들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인물들에 관심을 돌렸다. 1월 10일자 ABC 방송은 AOL의 스티브 케이스를 “혁명가”라고 지칭했고 NBC는 같은 날 그에게 “천재소년”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이 날 가장 중요하게 선전된 것은 노타이 차림의 “올드 미디어”의 최고경영자인 제랄드 레빈과 대조적으로 “뉴 미디어”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케이스가 합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다음 날 「뉴욕타임즈」는 “AOL 회장, 인터넷에 관한 자신의 완벽한 비전과는 달리 의복 관례를 느슨하게 하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세상의 이목을 끈 그의 모습을 세 차례나 언급하였다.
타임워너의 테드 터너 회장이 “42년 전 첫날밤을 맞을 그랬던 때처럼 흥분과 열정을 갖고” 합병에 임하겠다고 공언하자, ABC의 샘 도날드슨은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에서 “터너씨는 현재 61세”라고 친절하게 덧붙였다.
역사상 최대의 기업합병에 관한 언론보도는 이런 식 말고 어떻게 다뤄질 수 있을까? 주류 언론(“올드 미디어”)이 거의 주목하지 않은 몇 가지 핵심적인 이슈는 다음과 같다.
공유(open access): AOL은 고속 케이블망에 대한 “공유”를 위한 싸움에서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전화선과 마찬가지로 케이블망도 경쟁자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AOL이 타임워너의 케이블망을 소유한 지금 공유에 대한 이전의 공언이 바뀔 것인가?
주류 미디어들은 AOL 회장 스티브 케이스가 그렇게 쉽게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뉴욕타임즈」의 1월 11일자 사설은 스티브 케이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만의 케이블망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그는 새롭게 탄생한 회사가 공유에 관한 이전의 공언을 지킬 것이라고 어제 약속하였다.” 같은 날짜에 방송된 ABC 나이트라인 뉴스의 말을 들어보자. “오늘 AOL과 타임워너의 간부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자들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기업은 다른 인터넷 콘텐트업체
들에게 여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AOL과 타임워너가 “공유”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나이트라인 방송에서 타임워너 회장 레빈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우리는 공유라는 문제를 워싱턴 당국과 시청으로부터 시장으로 끄집어낼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컨텐트를 담을 수 있도록 공유를 확대시키는 상업적 관계 속으로 말이다.”
분명 레빈은 케이블망 이용을 규제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경쟁사들에 대해 갖는 함의는 AOL/타임워너의 조건에 따라 케이블 접근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유”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워싱턴 포스트」 1월 11일자는 공유 문제에 관한 AOL의 새로운 입장이 “엄청난 탈바꿈”이라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AOL과 프라이버시: AOL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기업이 벌이는 끊임없는 마케팅과 온라인 토론에 대한 검열, 프라이버시/보안 문제 등이 인터넷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고 오랫 동안 주장해왔다. AOL은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외부 텔레마케팅 회사들에 임대하려는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거래는 AOL이 이전에 자사 고객들에게 한 약속에 위배된다는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1997년 7월 25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자사 고객에 대한 데이터 수집 능력은 생산물과 서비스를 마케팅하기 위해 이러한 인구조사 정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AOL이 엄청난 매력을 행사하는 주된 이유이다.
시장: 현재 미디어를 둘러싼 논의 가운데 합병 과정에서의 AOL의 가치가 대체로 자사의 주식가치(이는 다른 많은 소위 “하이테크 주식”들처럼 과대평가되어 있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뉴욕타임즈」 1월 10일자는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어제 경축인사를 받으며 급등한 주식은 한 부유한 후원자가 구해낸 버려진 탕아처럼, 헨리 루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설적인 유산을 지닌 타임워너의 주식이었다.” 독자들은 실제 매출액에서는 277억 달러의 타임워너가 52억 달러의 AOL을 압도한다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해보아야 했다. 국영라디오방송(NPR)의 세상만사(All Things Considered) 프로그램 1월 10일자 방송은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이 “연간 3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정확하게 보도하였다. 이 수치는 타임워너가 AOL과 합병하지 않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래: 1월 2일 CNN의 밀레니엄 2000 스페셜 방송에서 최고경영자 제랄드 레빈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였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지 며칠 후에 벌어진 일을 본다면 레빈의 말은 더욱 더 강력하고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레빈은 말하기를, 전지구적 미디어는 “21세기의 지배적 산업이 될 것이며 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제 미디어 산업의 지배력이 “정부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은 교육기관이나 비영리기구들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공공서비스 전달수단으로 재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것이 관료적 정부들보다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편이 될 것이다.”
“관료적” 정부들의 민주적 책임성에 아직도 집착하는가? 레빈은 완전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기업 지배가 “어쨌든 강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낡은 규제 체계는 길을 내주는 것이 순리이다.”
AOL/타임워너 합병체의 최고경영자가 상상하는 대로 21세기에 미디어가 이와 같이 강력한 힘이 된다면, 미디어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민주적 통제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