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목소리만 담아 시민세력 권리 박탈
지난해 11월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추진하려 했던
자유무역의 확대와 개방의 요구는 경제와 정치에 있어서 WTO와는 관심사가
다른 5만 NGO 시민세력들의 저항을 받으면서 심대한 도전을 받았다. 노조, 환
경단체, 농민, 여성주의자, 동물보호, 무정부주의자, 동성연애자, 교회, 예술가,
학생들 등등 이 NGO들의 구성은 잡다하리만큼 복잡하고, 개별적으로 보면 소
속집단의 이해관계를 뚜렷히 반영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민세력은 WTO 주도의 비민주적이고 통제불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가 이들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공동의 상황인식을
갖는다는데서 일치한다. 직업불안정, 환경와해, 건강침해, 정치적 권한 박탈 등
이 그것이다. 이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시애틀보다는 소규모지만 NGO
들의 시위는 되풀이돼 향후 글로벌 시민세력의 저항은 언제든지 일어날수 있다
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있다. 인터넷 통신매체의 발달로 이들의 연대운동이 갖는
결집력과 응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들의 요구는 무엇보다도 복수주의적 경제의 구축에 있다. 시장경제를 제한
하고 세계 시민연대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다. 혹은 글로벌 경제를 유
엔인권선언과 같은 헌장 아래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
다.
프랑스의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이그나치오 라모네 편집장은 시이틀의
반WTO시위를 “지구적 주도세력에 반대하고 금융자본의 권력을 꺽어 국제시
민사회의 결집이 시작됐다는 신호를 각 민족에게 보내는 매혹적이면서 권위적
인 호소”로 보았다. 이 시애틀의 신호는 얼마후 스위스의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도 접하게 됐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집행의원장인 클라우스 쉬바브 교수는
“경제가 정부의 발바닥 아래 놓이게 할 수는 없다”며 글로벌 경제와 정치의
초지배적인 시스템 구축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대신 글로벌 경제와 정치에
“유연한 네트워크”, “시민사회의 이입”, “투명성” 등을 거론한다. 쉬바브
가 홈친 이러한 단어들의 원래 주인은 바로 시애틀 WTO 시위대들이었다.
교역 소수 전유물 아니다
미국주도의 세계화세력의 중심인물로 지탄을 받아왔던 빌 클린턴 조차도
“세계화 반대자들이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건설적 동반
자로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교역은 더이상 정치인과 경제인, 무
역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보스에 보인 이른바 글로벌 지도자 1500명에게 NGO들의 정치적 행
동주의는 아직 적극적 견제의 대상이다.
이들의 정신은 “다보스의 정신”이 곧 시대정신으로 믿어온 글로벌 지도자
의 그것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애틀에서 발아된 21세기 NGO들의 공
적 관심은 다보스에서도 그칠줄 모르고 피어나 아침의 여명처럼 붉게 무르익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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