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본 세상 : 평화책방
{스크린쿼터와 문화주권}(원용진, 유지나, 심광현 편저.문화과학사)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경제}(이성형, 한길사)
신자유주의여, 너와는 같은길을 걷지않겠다.
홍미경 :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지구화, 세계화는 대세이며 역사의 필연인가?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지구화는 자본주의의 투쟁진행형의 일부이다. 자본의 축적위기로부터 비롯된 신자유주의는 ‘지구화’라는, 인류역사이래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수십년전 제국주의국가들에 의한 주변부국가들의 식민지화속도에 비할바 아니다. 하기야, 탱크와 미사일이 아무리 빨라도 금융자본만큼이야 하겠는가.
그네들 하는일이 늘 그렇듯이, 신자유주의와 이에 수반된 지구화 과정은 누군가 굶어야만하고 누군가 거리로 쫓겨나야하고 누군가는 죽어주어야만 한다. 좀 교양있는 말로 중언하면 신자유주의에 의한 전 세계의 경제적 통합과 재편과정은 불평등을 전제하며, WTO등을 통한 무역장벽의 완화와 개방은 일견 일리가 있어보이지만 이는 또다른 형태의 종속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고전적인 경제영역뿐 아니라 화폐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이 포함되며, 특히 문화 영역은 그 특수성 때문에 종종 국가간에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프랑스의 ‘문화예외주의’고수로 인한 MAI의 결렬이며, 가까운 경우로 바로 얼마전의 스크린쿼터 투쟁이 있다. 스크린쿼터사수와 폐지를 둘러싼 투쟁자체는 누구나 한번쯤은 화제에 올렸을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화제의 주된 내용이 영화배우 누구누구가 데모를 하러 나왔다/안나왔다더라, 아무개는 구호외칠때도 근사하더라, 감독 아무개가 삭발까지 했다더라는 가쉽성 대화가 대부분이 아니었는지는 우리모두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스크린쿼터와 문화주권}(원용진, 유지나, 심광현 편저.문화과학사)는 과학적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룬 저서이다. 영화평론가부터 경제학자, 정치학자, 법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진으로 구성된 본저는 한미투자협정 과정에서의 시장개방압력의 대표적 케이스인 스크린쿼터축소/폐지요구에 대한 투쟁의 정치적 함의를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상정하고 한국사회에서의 스크린쿼터의 정당성과 신자유주의와 스크린쿼터의 연계성, 다른 국가의 영화산업에 대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개방의 타당성과 시장의 자유경쟁을 근거로한 폐지론에 대한 이론적 반박과 단계적 축소론의 허구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감정적 호소를 지양하고 산업적, 경제적, 문화적 관점을 종합하여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본저는, 영화뿐 아니라 노동, 인권, 환경등 다른 영역과의 연대운동,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지구적 연대운동의 가능성 또한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스크린쿼터사수투쟁의 이론적 정당성을 실물화하고자하는 의도가 주된것인 까닭에, 다른 운동이나 지구적 연대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루는 부분이나 거시적인 조망등은 많지 않은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남한사회의 일부만 들여다보는 것으로 성에 안찰 요량이면, 혹은 전지구적 연대-운동의 지구화-에 관심이 많다면 우리와 비슷한 국가들의 풍부한 사례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경제}(이성형, 한길사)는 1980년대 이후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외채위기를 계기로 라틴아메리카에 행해졌던 신자유주의개혁과정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를 통해 과연 신자유주의가 대안인가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이제껏 화사하게 포장해냈던 중남미국가들의 개방을 통한 외환위기극복과 성장신화를 거침없이 벗겨내고 있다. 우리보다 십수여년 앞선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에서의 이들국가의 경제악화와 정치적 퇴보는 비슷한 조건을 지닌 한국으로서는 예사로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스크린…}본문중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재편과정에서 스크린쿼터연차감소로 인해 자국영화산업의 붕괴를 겪고, 다시 스크린쿼터를 추진하고자 하는 멕시코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있는데, {신자유주의…}에서 독립된 장으로 서술된 멕시코의 사례와 연결시켜 보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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