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서야할 때, WTO에 맞서야할 때를 맞은 UNCTAD

「무역포커스(Focus on Trade)」 44호 1/26 월든 벨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10차

총회(UNCTAD X)는 남반구에 매우 유리한 시점에서 열리게 된다. 북반구가 주도하는 지구

적 경제 질서를 담당하는 두 개의 중심 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심각한 적

법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방향 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다. 남반구가

주도권을 차지할 기회가 온 것이며, 지구적 질서의 미래에 관한 논의 조건들을 정초하고 진

정으로 남반구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기구들을 요구하거나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

를 잡은 것이다. UNCTAD는 이 과정에서 촉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돌아보기

미래를 위한 전술을 구체화시키는데 있어서, UNCTAD의 역사에서 잘했던 것들은 되살리고,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 분석이 시작되어야 할 곳은 1950년대와 60년대 탈식민화의 시기일 것이다. 수십 개의 신

생 독립국들이 출현했던 것은 냉전의 정치적 긴장 속에서였다. 이들이 때때로 정치적 동맹에

따라 동과 서로 분열되기는 했지만, 제3세계 국가들은 단일한 경제적 의제를 향해 함께 움직

였다. 그 의제의 기저에 놓인 두 가지 목표는 바로 고속 성장과 부의 지구적 재분배였다.

이 의제의 보다 급진적인 표현 양태로서 레닌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이 많은 주목을 받았고

또한 어떤 부분에선 비난도 함께 받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다양한 제3

세계 정부들을 하나의 공동 전선으로 이끌어내는데 가장 유효했던 것은 보다 온건한 입장이

었다. 이것은 라울 프레비쉬가 제기한 비전이며, 분석, 행동 프로그램이었다. 프레비쉬는 아

르헨티나 경제학자로서 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CEPAL)를 기반으로 그의 수많은 저작들을 통

해 개발에 관한 지구적 논의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에 걸쳐 논의되었던 프레비쉬의 이론은 산업국과 비산업국들 사이의

통상 조건의 악화와 다음의 정식, 즉 북반구의 공산품을 사기 위해 필요한 남반구의 천연 자

원과 농업 생산물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며,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된다는 정식에 초점을 맞

추고 있다. 나아가 북반구의 생산자들이 남반구의 천연 자원에 대한 대체물을 찾게 되고 또

한 엥겔의 법칙에 지적된 바와 같이 북반구의 소비자들이 남반구의 농업 생산물에 대한 소

득 지출을 줄여나간다는 점에서 통상 관계는 더 악화되리라는 것이다.<1>

개발론자들 사이에서 “구조주의”라고 알려진 프레비쉬의 “무혈의, 하지만 가차없는 착취”라

는 이론은 누군가 묘사한 것처럼<2> 비동맹운동, 77그룹, 석유수출국기구(OPEC), 신국제경제

질서(NIEO) 등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제3세계 기구들 및 그 형성과 프로그램들에 촉진

제로 작용했다. 또한 1964년 UNCTAD의 창립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UNCTAD는 다

음 십여 년 동안 제3세계 국가들의 세계 경제 재구축 노력에 있어서 주된 기제가 되었던 것

이다.

프레비쉬를 첫 사무총장으로 한 UNCTAD는 세 가지의 주된 접점을 통해 지구적 개혁 전략

을 진행시켜 나갔다. 첫 번째는 상품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최저 가격 협상을 통한 상품

가격 안정화였다. 두 번째는 관세 우대 정책으로서 개발이라는 기치 아래 제3세계의 공산품

수출품을 제일세계 시장에 다른 산업 국가들의 수출품보다 더 낮은 관세로 진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대외 원조의 확장과 촉진이다. UNCTAD의 관점에서 대외 원조는

자선이 아니라 “보상이며, 제3세계의 상품 구매력 하락에 대한 환급이다.”<3> UNCTAD는

또한 산업화를 위한 기제로서 남반구 국가들이 사용하는 보호 무역 정책이 적법하다는 주장

을 펼쳤으며, 남반구로의 기술 이전 가속화를 요구했다.

UNCTAD, 그 절정에서

많든 적든 간에 구조주의적 비판은 경제사회이사회(ECOSOC)와 유엔개발계획(UNDP) 같은

유엔의 여타 핵심적 경제 기구들의 접근법에 반영되게 되었으며, 총회에서는 다수를 점하는

주도적 견해가 되었다.

원조를 늘리는 대신 UNCTAD는 국제 통상의 규범들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 분야

에선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1976년 나이로비에서 열린 UNCTAD 4차 총회

(UNCTAD Ⅳ)에서는 선진국들의 어떤 반대도 없이 상품 통합프로그램(IPC)에 관한 동의안

이 통과되었다. IPC는 18개 품목의 상품들에 관한 동의안이 급격한 가격 변동을 피하며, 생

산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고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이와 상응하는 보상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상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협상, 재협상될 수 있도록 명기했다. 또한

가격이 협상된 수준보다 너무 많이 떨어지거나 오를 때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 공동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도 동의되었다.

UNCTAD와 77그룹의 압력은 또한 IMF가 보상금융제도(CFF)라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CFF는 제3세계 국가들이 수출하는 1차 상품 가격의 폭락으로

야기된 외환 위기를 관리하고 제3세계 국가들을 조력하기 위한 것이다. 또다른 UNCTAD의

성과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세 우대 원칙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 약 26개

의 선진국들이 1980년대 초까지 16개의 개별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가입했다.

이러한 양보들은 물론 제한적이다. 상품 가격 안정화의 경우 부유한 국가들이 대결 전략에서

구체적 협정안을 질질 끌거나 회피하는 전략으로 바꿨다는 것이 곧바로 명백해졌다.

UNCTAD 4차 총회 이후 10년 동안 천연 고무, 단 하나에만 새로운 상품 안정화 협정이 협

상되었을 뿐이다. 코코아에 관한 협정은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주석, 설탕에 대한 협정들은

붕괴되었다.<4>

우파적 반동과 유엔 죽이기

하지만 1970년대 말까지 이런 조그만 양보들은 점점 더 영향력을 증대하는 미국적 질서에

의해 불안 요인으로 비춰졌다. 유엔 체제 내의 이러한 양보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여타 개

발과 관련한 맥락 하에서 찾아질 수 있었다. 워싱턴의 자유주의적 국제론자들이 제기한 자유

주의적 억제 전략은 그것이 약속했던 바, 즉 제3세계 지배층의 내부 교체를 통한 남에서의

북의 이익 보장과 같은 성과를 결코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은 사실 1970년대 말에 이르

기까지 전후 시기의 대부분을 주도해 왔다. 유엔은 우파의 논자들이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정교화해온 남반구 배제론의 주된 대상이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유엔은 신국제경

제질서를 제기하는 남반구 전략의 주된 기제가 되어왔던 것이다. 우파의 씽크 탱크인 헤리티

지 재단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남반구의 정부들은 “유엔 체제 안팎을 막론하고 신국제경제질

서 이데올로기의 전파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으며, 사실상 그 어떤 유엔 기관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5> 남반구 국가들은 유엔 체제를 통해 지구적 경제 권력을

재분배하기 위한 일치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민간 기업 정보들의 흐름은 국제적으로, 또한 개별 제3세계 국가들에 의해 타격을 입고 있

다. 국제 약품 무역에 관한 엄격한 통제 제안은 하나 이상의 유엔 기관들에서 통과가 임박해

있으며, 다른 국제 기구들은 다국적 기업 활동에 대한 구속 규범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출판에 대해 국제적인 제약을 가할 것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6>

특히 헤리티지 재단에 있어서 중대한 위협은 천연 자원을 재분배하기 위한 제3세계의 노력

이었다. “(제3세계는) 해양법, 달과 기타 천체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 규제 협정(일명 달 조

약),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유엔의 남극 연구 및 논의 등을 통해 대륙붕, 우주, 남극 등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고 하고 있다. 유엔으로 하여금 남극에 대한 권리 주장들을 펼치게

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총리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는 유엔 총회에서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은 지구상 모든 부”는 “인류의 공동 유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런 식으로 그러한 부들은 제3세계의 정치적 통제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7>

유엔 개발 체제의 위기

1980년대가 펼쳐지면서 북반구에 의한 남반구 계도 공세가 가속화되었다. 제3세계의 채무 위

기에 편승한 IMF와 세계은행은 70개 이상의 나라들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제했다. 이 프

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급진적 탈규제화와 자유화, 민영화였다. 이것은 또한 남반구의 의제

설정 기제로서의 유엔을 무력화시키려는 주요한 노력과 병행했다. 돈줄을 쥔 미국(유엔 예산

의 20-25%를 담당하고 있다)은 남-북 문제를 다루는 모든 핵심적 유엔 기구들(경제사회이사

회, 유엔개발계획, 총회 등)에서 신국제경제질서에 관한 논의들을 침묵시키는 쪽으로 움직였

다. 미국의 압력은 또한 유엔다국적기업위원회(UNCTC)의 효과적인 해체에까지 이르렀다. 다

국적기업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UNTNC의 밀도 높은 연구가 다국적기업들의 분노를 샀던 것

이다. 국제경제협력개발 담당 사무총장 자리 역시 폐지되었다. 이 자리는 “신국제경제질서

협상 동안 국제적 경제협력과 개발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유엔의 위치를 보장하기 위한 개발

도상국들의 노력에서 얼마 안되는 성과 중의 하나였으며, 분명히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였

다.”<8>

하지만 북측 반격의 핵심은 만약 UNCTAD의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무력화시킨다는 것이었

다. 북측은 1976년 나이로비의 UNCTAD 4차 총회에서 상품통합프로그램(IPC)으로 알려진

상품 안정화 계획 통과에 동의함으로써 남반구에 굴복한 후, 베오그라드 UNCTAD 5차 총회

에서는 남반구의 부채 감면 프로그램을 거부했으며, 제3세계 경제를 되살려 전세계적 공황시

지구적 경제 회복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제안된 다른 대책안들에 대해서도 거부했다.<9> 북측

의 공격은 1992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UNCTAD 8차 총회에서 가속화되었다. 일종의 분기

점이 된 이번 회의에서 북반구는 UNCTAD의 그 어떤 논의도 GATT의 우루과이 라운드 협

상에 연계되는데 반대했고, 나아가 UNCTAD의 협상 기능을 침식시켰으며, 이렇게

UNCTAD의 존재 자체에 이의를 제기했다.<10>

이같은 UNCTAD 활동 반경에 대한 철저한 제한도 북측의 이익을 분명히 보장하기 위해선

불충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제네바의 지구적질서위원회(ICGG)는 UNCTAD를 유엔 체제

의 유연화를 위해 폐지될 수 있는 기관 중의 하나로 파악했다.<11> 이 위원회의 관점은 새

롭게 만들어진 유엔내부감독위원회(UNOIOS)의 수장인 칼 테오도르 파슈키의 견해와 명백히

일치한다. [슈테른]지는 UNCTAD가 WTO의 출범과 함께 낙후된 기관이 되었다는 그의 말

을 인용한 바 있다.<12>

방어에 나선 UNCTAD

UNCTAD 8차 총회에서 북반구는 UNCTAD의 기능을 “분석과 몇몇 무역 관련 이슈들에 있

어서 합의 도출, 기술적 조력”으로 한정시키도록 몰아부쳤다.<13> 하지만 이런 제한된 역할

속에서도 UNCTAD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걸쳐 남반구를 위해 필수적인 과업들을 수행

했다. 다음은 UNCTAD의 연구와 분석 작업의 성과들이다.

* 구조조정이 세계은행과 IMF가 약속했던 성장 가도가 아니라 불경기로 이끌 뿐이라는 사실

을 보여주었다.

* 어떠한 개발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과도한 채무에 대해 지적했으며, 주빌리 캠페인에 지적

인 조연을 제공했다.

* 제3세계 국가들의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 자유화의 결여가 아니라 천연 원료 및 농업 수출

품의 가격 요동이며, 통상 조건의 계속적인 악화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주었다.

* 탈규제화된 지구적 자본 흐름이 야기한 거대한 잠재적 불안정성과 개발도상국들의 자본

계정 자유화로 인한 위협을 지적했다.

* 만연한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국가의 역할을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증진시

키는 것으로 한정시키려 할 때 개발의 지속에 있어서 적극적인 국가 정책의 결정적 역할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 GATT-우루과이 라운드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많은 편견들을 지적했으며, 농업협약, 직물

및 섬유 협약과 같은 조약들에서 선진국들이 그들의 약속을 어떤 식으로 어겼는지를 보여주

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 보고서와 함께 UNCTAD의 출판물들은 지구화가 국가간

그리고 국가 내에서 더 큰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박의 여지없는 경험적 증거들을 내

놓았다. (UNCTAD의) 무역개발 보고서는 (세계은행)개발 보고서 같은 세계은행과 WTO 출

판물들이 찬미해 마지않는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에 대해 건강한 해독제의 역할을 했다.

다가온 기회

시애틀의 제3차 WTO 각료회의의 파국은 UNCTAD에 지구적 무역과 개발에 관한 규범들을

설정하는 중심적 역할을 다시 한번 떠맡을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

금까지의 UNCTAD식 접근을 특징지웠던 기존의 구조나 관행의 기반 위에선 불가능하다. 예

를 들어 프레비쉬적 모델의 기저에 놓인 기존의 전제, 즉 개발도상국들의 세계 경제로의 전

적인 통합이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제는 지구화의 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에 비추어

재고되어야 한다. 지구적 경제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으로부터 초래되는 농업 및 산업 생산의

자주성 약화를 동반할 위험성과 함께 지구화는 그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결과들을 명백히 드

러냈다. 개발도상국들의 농업이 수출 지향적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데서 오는 식량 안보의 약

화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UNCTAD가 여러 생태주의적 경제학의 입장들과 협력해야할 필요성과도 관련되어

있다. 지구적 무역은 통제되든, 자유롭든 간에 국내적, 지구적 환경의 안정성을 해치는 핵심

적인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UNCTAD는 이제 생산 및 무역 보조의 원칙에 대

해 환경과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방법으로서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합리적

비용을 투입하여 지역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면 뭐가 되었든 그것은 지역적으로 생산되고 교

역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태주의 및 여성주의적 경제학은 “효율성”이나 단위 비용의 절감 추구 등(신고전주의 경제

학의 주된 가치)의 원칙들이 퇴출되지는 못할 지라도 최소한 이에 문제 제기는 있어야 한다

는 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거들을 갖고 있으며, UNCTAD는 편협한 효율성을 사회적 연대

와 평등, 성 평등, 환경적 무해 등의 가치에 종속시키는 새롭고 다른 패러다임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UNCTAD의 분석은 또한 개발의 핵심요인으로서 국제 무역에 대한 압도적 관심

을 누그러뜨리고, 토지 개혁 등 자산과 소득 재분배를 포함하여 국내 시장에 보다 더 의지하

게 하는 경제적, 사회적 수단 모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담당할 수 있게끔 경제적으로 강화된 시민, 소비자층을 생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성

장과 국가 주권, 사회 개혁 사이의 필수 불가결한 연관은 무역 및 개발 정책의 중심에 놓여

져야 할 것이다.

일국적 사회 개혁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결여는 문제를 단순히 국제 경제 관계상 남-북의 관

점으로만 파악하는데서 온다. 하지만 UNCTAD가 너무 오랫동안 자신들 내부의 정치, 경제

적 상황 진단에 불편해했던 남반구 정부들과 국가들의 클럽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똑

같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UNCTAD는 자신의 기반이 정부를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그 시민

들에게까지 이르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하기에 UNCTAD는 시민 사회와 비정부기구들로

부터 지원을 얻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 정책 결정 과정을 이들에게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UNCTAD의 사무총장 루벤스 리쿠페로의 말은 WTO 뿐만 아니라 그 자신

이 이끄는 기구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시민 사회를 참여시키는데 있어서 국제 기구들의

“완강한 무능력”을 비난하며, 그는 이렇게 경고한다. “그 즉각적인 결과는 좌절과 공포, 근심

등이 종종 파국이나 혼란스러운 느낌으로 이끌리게 되며, 마침내 대결적인, 그리고 때때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 표현 양태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관심있는 개인들이나 단체들에 문호

를 개방하고 정부들에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야하는 분명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

이 거리에서 행진하고 항의 시위를 벌일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무역과 투자, 금융 위

기, 고용 불안, 국가간 그리고 국가 내의 불평등의 증가 등과 관련된 중심적 이슈들을 논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정연하고 격식있는 대화를 시작해야할 명백한 필요가 존재하는 것

이다.”<14>

중심 무대로 옮겨가기

UNCTAD가 부유한 나라들이 끼워 맞춘 틀로부터 뛰쳐나오려 한다면, 그리고 무역과 개발

이슈들에 있어서 훨씬 더 강력한 역할을 개척하려 한다면, 제도적이고 분석적인 면에서의 재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 함께 해야할 의지와 비전의 수립도 역시 필수적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행동 계획”이나 “방콕 합의안” 초안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두 초안

모두 대체적으로 “연구와 정책 분석, 합의안 도출, 그리고 주로 (개도국의) 능력 배양을 목표

로 하는 정책 권고 제공과 기술 지원” 등으로만 UNCTAD의 역할을 설정한 북측의 제한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15> 이런 접근법은 지난 몇년 동안의 “긍정적 의제 설정” 이상

은 아니다. 즉 WTO 협상의 맥락 속에서 기술적 권고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능력을 제고시

키는데 강조점을 둘 뿐인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개발도상국들이 WTO로 통합되도록 이들을

돕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UNCTAD를 논쟁적인 이슈들에 있어서 WTO를 위한 “조정

자”의 역할로 배치하게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이것은 1996년 싱가포르 각료회의 동안 투자

분야를 WTO의 관할로 돌리는 과정에 적법성을 부여하기 위해 UNCTAD를 투자에 관한

WTO 작업반의 일부로 만들었던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시애틀의 여파 속에 UNCTAD가 해야할 일은 무역과 개발에 관한 이슈들에 있어서 최종적

조정자로서의 WTO에 맞서는 역할이다. UNCTAD는 무역과 개발, 환경 이슈들이 지구적 기

구들로 이루어진 보다 넓은 장에서 구현되고 다뤄질 수 있게 하는 협정안을 제기해야 한다.

이 지구적 기구들에는 UNCTAD를 비롯, 국제노동기구나 여타 다자간 환경 협약 이행 기구

들, 지역 경제 블록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동등한 입장에서 국제 경제 정책들의 논점을 분

명히 밝히고, 규정, 이행하면서 서로 상호 작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UNCTAD는 단지 정책 논의만 하는 포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무총장 리쿠

페로가 최근 베를린에서 밝혔다시피 UNCTAD는 “지구화에 관한 세계 의회”<16>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역과 금융, 개발, 환경 등의 이슈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구속

력과 집행력을 가진 의회여야 한다. 1970년대 상품 가격 안정화나 수출품의 가격 요동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 기금의 설정에 관한 국제적 협약들은 UNCTAD의

후원 속에 단초된 것들이었다. 또한 제3세계의 수입품을 위한 일반특혜관세제도나 관세우대

체제가 마련된 것도 UNCTAD의 비호 아래 진행된 협상에서였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의 이

러한 능동적인 역할이 UNCTAD가 다시 찾아야할 역할이다.

UNCTAD의 개입을 요구하는 많은 영역이 있지만 특히 세 분야에서 광범위한 지구적 협약

이 긴급히 요청된다.

* 지구적 무역과 투자, 금융의 분야에서 개발도상국들에 허용되어야 할 “특별대우”에 관한

협약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협약은 무차별적 자유화의 위험으로부터 개발도상국 경제를 보

호하고, 무역 및 투자 정책을 통해 개발, 산업화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지원하며, 북반구

시장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진입 우대를 보장하기 위한 긍정적 및 부정적 양 측면 모두의 대

책을 명기해야 한다. UNCTAD가 지원하는 이 협약은 WTO나 IMF, 유럽연합을 비롯, 모든

여타 주요한 국제 경제 행위 주체들의 활동 방향을 인도하는 상위의 협정으로 기능할 수 있

을 것이다.

* UNCTAD는 또한 무역과 환경의 중대한 관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UNCTAD는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유엔개발계획(UNDP)과 더불어 폭넓지만 구

속력있는 가이드라인과 다원적 메커니즘을 구체화하고, 시민 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WTO와 다자간 환경 협약들, 정부와 비정부기구들 사이에 상반되는 주장들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협약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 G-7이 지구적 금융 질서의 긴급한 개혁 요청에 진지하게 대응하는데 실패했던 것에 비추

어 본다면, UNCTAD는 이 분야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개혁

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180여 회원국 간의 협정을 도출해야한다. 이렇게 개혁된 지구적

금융 질서는 토빈세와 지역적, 일국적 자본 통제, 다원주의적 규제 체제를 포함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혁신들은 지구적 금융 안정을 위해 필효한 조치이지만, 은행, 헤지펀드, IMF, 미

재무부 등의 저항을 받고 있다.

* UNCTAD는 또한 개발도상국들의 농업을 위한 “뉴딜”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강조는 농업을 세계 무역에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역을 개발 전략에 통합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개발 전략은 농업 부문에 있어서의 소득 및 고용 증대와 상당한 수준의 식

량 자급을 통한 식량 안보의 확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산의 증진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원적 체계를 갖춘 지구적 경제 질서 속의 UNCTAD

이 모든 것은 WTO와 IMF를 UNCTAD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UNCTAD가 WTO와 IMF의 권력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

을 의미한다.

WTO와 IMF 모두 현재 심각한 적법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둘

다 고도의 중앙집권화와 책임 회피,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지구적 기구로서, 지구적 경제, 정

치, 사회, 환경의 거대한 영역들을 지배, 통제하고, 이를 소수 국가들과 지배층, 초국적기업들

의 이익과 필요에 종속시키려하고 있다. 이 기구들의 활동 역학은 남과 북 모두의 민중과 국

가, 지역 사회에서 싹트고 있는 민주적 열망과 상충하며, 그 중앙집권화된 중층구조는 그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지배를 되찾고, 탈집중화, 탈중앙화된 경제적, 정치적 권력들로 가능한,

어느 정도의 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사회와 국가의 노력과도 상충한다. 다시 말해서 이

기구들은 정치적, 경제적 참여 민주주의의 시대와는 동떨어진 쥬라기 시절의 기구인 것이다.

UNCTAD는 이런 기구들이 가진 물질적 자산을 갖고 있지는 않을 지도 모르지만 세계은행

과 IMF의 수십억 달러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갖고 있다. 바로 개발도상국들 사

이에 인정된 적법한 권위이다.

무역과 금융, 투자,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지구적 규범을 설정하는 과정에 당당히 나서는

활력있는 UNCTAD는 지구적 기구나 제도, 협약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하는 다원적 지구

경제 체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것은 다층적인 견제와 균형이 존재하는, 더 유동적이며,

덜 구조화되고, 더 다원화된 세상이다. 이 속에서 남반구의 국가와 지역 사회는 자신들의 가

치와 리듬, 자신들이 선택한 전략의 기반 위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UNCTAD는 이러한 지구적 질서의 출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월든 벨로 박사는 필리핀 대학의 사회학, 행정학 교수이며, 남반구포커스의 대표이다. 남반

구포커스는 방콕 출라롱콘 대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구 및 분석, 참여 프로그램을 갖고 있

다. 그는 10권의 책의 저자 혹은 공저자이며, 아시아와 세계의 경제, 정치에 관해 많은 저술

을 하고 있다. 최근의 주요 저작으로는 {강철 우리: WTO, 브레튼우즈 체제의 기구들 그리고

남반구}(방콕: 남반구포커스, 1999)가 있다.

<후주>

1> 프레비쉬 보고서 ‘개발을 위한 새로운 통상 정책'(뉴욕: UNCTAD, 1964)

2> 버나드 노씨터, 더 많은 것을 향한 지구적 투쟁(뉴욕: Harper and Row, 1987), pp.42-43

3> 앞의 책, p.45

4> 알프레드 마이젤스, “세계 상품 경제의 개혁,” 마이클 쿠타잘 편, UNCTAD와 남-북 대

화(뉴욕: Pergamon Press, 1985), p.108

유엔, 세계 경제 조사(뉴욕: 유엔, 1988), p.42

5> 더그 밴도우, “제3세계 개발 촉진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 헤리티지 재단, 개발도상국들

에 대한 미국의 원조: 자유시장 아젠다(워싱턴: 헤리티지 재단, 1985), p.xxii

6> 같은 책, p.xxiv

7> 같은 책, pp.xxiii-xxiv

8> 아담스, p.43

9> 남반구위원회, 남반구에 대한 도전(뉴욕: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1991), p.217

10> 미리암 반 데 슈티켈레, “세계 무역-누구를 위한 자유무역,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Childers, p.69

11> “남반구, UNCTAD와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 폐지 움직임 비난,” TWR, #56, p.41

12> 같은 책

13> 같은 책

14> “UNCTAD Ⅹ-지구화에 관한 세계 의회?,” SUNS, #4584, 2000.1.14.

15> 77그룹 및 중국 9차 각료회의, “방콕 합의안 초안,” 모로코 마라케시, 1999.9.13.-16.

16> “UNCTAD Ⅹ-지구화에 관한 세계 의회?,” SUNS, #4584, 20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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