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지겹다? 인터넷에 접속해 http://cast.jinbo.net를 치면 <참세상 방송국>의 여러 채널이 화면에 뜬다. `내가 찾는 노래’를 클릭하고 `이 노래들을 아십니까?’에 접속하면 조용한 배경음악과 함께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직히 시작된다.
“저는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올해까지는 20대 입니다. 386세대가 있지만 저같은 세대를 두고 297세대라고 하지는 않지요. 얼마전에 아주 귀한 노래 테이프 하나를 얻었습니다. 기쁘면서도 충격을 받았어요. 노래운동의 역사가 고작 20년인데, 난생 처음 듣는 곡이 한두곡이 아니었어요. 그런 잊혀진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네티즌들의 소감이 따라 붙는다. “노래나 목소리, 진행 모두 다 좋군요. 특히 내용이 기존 방송과는 달라서 무척 마음에 드는군요”(아이디 strife) “전 의경이에요. 그것도 데모 막으러 가는 기동대. …저로서는 (이곳이) 너무나도 편한 안식처이지요”(faerbass) “무기력하게 현실에 무너지는 그들 그리고 돈이란 이유 하나 때문에 삶의 현장으로 가는 옛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속 밑으로 저며 오는 울분들이 폭발할것 같습니다. …그들이 잘 살기를 바랍니다.”(tsitgli).
회고 취미나 만족시켜주는 방송? 아니다. 4개 사이트로 구성된 음악채널 앞뒤로 민중대회 현장, 현대자동차노조 식당 여성조합원 투쟁뉴스, 주간인권뉴스, 주간노동뉴스,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실황 등이 생생한 목소리로, 또는 영상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직설적인 정치적 주장이 부담스럽다? www.shutup.co.kr로 들어가면 마치 삼류 황색지같은 디자인의 화면이 뜬다. `내가 밤에 누구랑 자든 무슨 상관이야?’를 클릭하면 한 레스비언과 만날 수 있다. 그는 “결혼생활을 전제하지 않은 여성의 삶을 고민하다 애인이 생겼는데 하필 여자였고, 문득 이게 동성애라는 걸 깨달았다”며 “한국사회에서는 성적 취향도 교육받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한다. 또 `지원이 에로영화찍다’에서는 에로비디오영화에 출연중인 한 여자배우의 `심경’을 들을 수 있다. “편견 때문에 인권을 유린당하거나 오해를 받거나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 소수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여과없이 내보낸다”는 게 라디오 형식을 취한 이 방송의 `입닥치고 들어봐!’ 선언이다. 10대 삐끼, 폭주족, 외국인 노동자, 해외 입양아 등의 육성이 담겨있다.
듣는 것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다? http://inditv.hitel.net에 접속하면 독립영화계가 다양한 영상을 마련했다. 문화평론가 강영희씨의 인물 인터뷰를 촬영본 그대로 방송하는 `강영희씨의 노 컷 인터뷰’, `변재성의 뉴스비껴가기―한 탈북 여성의 기막힌 사연’, `<박하사탕>의 모든 것’ 등이다.
인터넷 방송은 국내에서만 100여개에 이를 정도로 활황이다. 연예나 증권 정보 등 대부분 상업적 색깔이 짙지만 <참세상 방송국> <샷업> <인디티브이>처럼 정치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 싸우는 현장의 목소리나 사회적 소수의 주장을 여과없이 담는 대안방송 또는 독립방송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80년대 민중가요의 `대부’인 김호철씨가 직접 앵커로 등장해 노동계 뉴스를 전하고 각종 민중가요를 들려주는 <노동의 소리>(www.nodong.com),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전문 <블루노이즈>(www.bluenoise.com), 독립 애니메이션과 카툰·영화 등을 방송하는 <인디섬>(www.indiz.com) 등도 이런 계열의 인터넷 방송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가치는 기존 방송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검열로 대표되는 제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이는 인터넷이 일찌감치 포르노의 세계적 유통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공유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들 방송이 대안매체가 될 미래가능성은, 역설적으로 인터넷이 벼락부자를 줄줄이 낳는 새로운 비지니스의 영역으로 각광받게된 이유에서 찾아진다. 전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유통혁명이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방 한구석에서 여성, 인종, 환경, 노동운동 등을 급진적 시각에서 다루는 미국의 <프리스피치티브이>(www.freespeech.org)나 캐나다의 대표적 독립방송 <워킹티브이>(www.workingtv.com)를 손쉽게 볼 수 있다. <프리스피치티브이>에는 로커 윤도현의 하드코어랩을 배경으로 국내 노동자들의 투쟁이 담긴 영상물이 방송중이다.
게다가 방송이라고 해서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진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참세상 방송국>의 비좁은 현장에는 펜티엄급 컴퓨터 두대와 오디오 한대가 덜렁 놓여있을 뿐이다. 김현우 피디는 “지금은 방송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 정도 장비로도 방송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저항언론이란 의식을 가진 전문인력과 각종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인터넷 방송의 활용에 눈을 뜨면 그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기술 수준은 멀찌감치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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