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전쟁 속에서 우리가 선 곳은 언제나 피해자의 자리였다.반세기 전의 태평양전 쟁 속의 정신대가,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학살이 그러했다. 진상규명, 공식사 과와 배상은 너무나 당연한 우리의 요구였다.
최근 밝혀진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학살의 진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가까운 가족 중 두명이나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어릴 적 그들이 가져다준 김치와 고기통조림의 맛도, 베트남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선한 한국군 사진이 실린 엽서도 생생히 기억한다.
양민학살의 진상은 물론, 지난 30여년간 가해자인 우리의 침묵했던 모습에 또 한 전율을 느낀다. 지난 1964년부터 8년 넘는 기간동안 파병된 한국군은 32만 여명. 그중 1만명 이상이 부상당했고 아직도 이만여 명이 고엽제와 정신착란 후 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사한 한국군의 수는 5천여명, 그 수만큼 베트남양민 이 학살되었다. 베트남 여기저기에도 수많은 노근리가 있었던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라는 월남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전쟁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의 몸과 마음 속의 전쟁의 잔해는 그대로이다.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 전사한 군인과 그 가족들, 무고하게 죽은 민간인들, 부상의 후유증을 앓는 참전병과 그 가족들 그 리고 한국군을 아버지로 둔 ‘라이 띠이한’들. 그들 모두에게 ‘아직, 평화는 없다 ‘.
‘과거를 덮고 미래를 향해’가 한국과 베트남 정부의 원칙적인 정책이라 한다. 한국이 베트남의 4위 교역국이고, 5위의 투자국이어서, 또한 형식논리상으로 따 지면 양민학살의 궁극적 책임이 베트남정부에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양국정부 모두 양민학살문제를 덮어 둔 채 그냥 넘어가기 바라는 듯하다. 그러 나 그건 불가능한 소망이다. ‘전쟁에 대한 반성’없이 평화가 거저오지 않기 때문 이다. 우리가 정신대문제나 노근리학살을 그대로 덮고가지 않음도 그 이유가 아 닌가.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참전군, 학살된 양민과 그 가족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보상이 절실하다. 전쟁의 그늘을 덮어둔 채 평화를 말하는 것은 거짓이 다. 올해는 UN이 정한 평화의 문화’해이다. ’21세기 평화와 화해는 20세기의 ‘ 전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함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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