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본 세상 : 평화책방 (혁명의 문화사, 이후)

이제 혁명을 문화로 읽는다

홍미경 /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에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를 부여해둔다.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일수록 그 이미지는 확고한 편이어서 자신이 저장한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가 쳐들어 올 때면 당혹함을 느끼기도 하고, 만일 거부감을 느낀다면 좋은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혁명’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연상하는가? 붉은 피, 분노한 민중들의 성난 함성소리, 제복을 입은 군대의 진군광경, 고뇌하는 혁명지도부의 논쟁, 혹은 ‘랜드 앤 프리덤’이나 ‘전함포템킨’같은 영화의 한 장면? 솔직히 말해, 혁명에 대한 이미지를 두, 세 가지 떠 올리라 했을 때 총이나 칼, 피, 권력의 붕괴 등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이 가진 혁명의 이미지에 ‘문화’라는 이미지를 접합시켜 보라. 어떤가, 결과가 만족할 만 한가? 머릿속에서 뭔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화내지는 말기를.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혁명의 문화사 -프랑스혁명에서 싸빠띠스따까지-』(강내희, 장혁 외 6인 공저, 이후출판사)는 혁명을 기존권력체계와 새로운 세력에 의한 ‘권력인수과정’으로 이해해왔던 기존의 관념을 ‘문화’라는 다른 각도로 접근한 저서이다. ‘혁명’도, ‘문화’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혁명이 국가장치나 기구의 전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전반과 문화의 작동체계 또한 새롭게 구성해내는 과정이라 했을 때, 문화적 개념으로의 혁명에 대한 접근은 적어도 도식적 의식습관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본 저는 혁명과정에 대한 정치적 인식의 단선적 사고를 지양하고 이의 중층성과 역동성을 되짚기 위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동일한 의도에서 98년 기획되었던 동일주제의 강좌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총 7개의 장과 보론으로 구성된 본 저는 건축 (강혁, 프랑스혁명과 모더니티 : 르두, 르꿰, 그리고 사드), 영화 (유중하, 러시아혁명(2) : 트로츠키와 마야코프스키)부터 사빠띠스따 (이창근, 멕시코혁명과 사빠띠스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사례, 텍스트를 넘나들며 역사 속에서의 혁명에 대한 문화적 개입이나 현재의 운동에 대한 문화적 함의들을 무난하고 쉬운 강의체로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친절하게도 각 장별로 더 읽어 볼만한 책도 소개해주고 있으니 혹 본 저를 읽고 관심이 고양되면 좀더 욕심을 부리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그냥 기우 하나.

욕심은 부리지 않을지언정 그저 혁명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진 것에 흡족한 마음만으로 끝내진 않았으면. 우리가 “A+B=A&B”가 아니라 “A+B=A&B+@(혹은C)” 라고 생각한다면 “혁명+문화=문화혁명(혹은 혁명문화)” 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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