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은 말이 많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강연 이후에 질의 응답 시 간이 있으니, 그 때까지는 발언을 자제해 주십시오”

18일 오전 11시 금속노조대표자대회 식전행사 가운데 하나인 박인상 한국 노총위원장의 강연을 소개하면서 사회를 맡은 김홍룡 노사대책 본부장은 미리 단서를 붙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인상 위원장의 이 날 강연 역시 ‘새천년의 주인으로’라는 주제보다는 정계진출과 관련한 심경들을 밝히는 내용이 많았다. 박 위원장은 조직통합 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외국의 사례 등을 간략히 논한 이후 정계진줄 얘기 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솔직히 중앙정치위의 결정이 났을 때, 산골산사를 찾아가 망가진 몸이라 도 추스리며 살아가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조직의 결정이 났을 때 위원장 으로서 도망만 다닐 수는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을 나도 읽 고 있다. ‘(정계에) 가지 않는다고 말해놓고 왜 가는거냐’ 이렇게 물어보면 사실 할말이 없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 듭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조직적 혼선이 있어서는 안된다. 결론을 빨리 지 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정치위원회 결의를 받아 들이기로 결정했다. 오늘이 어쩌면 노총 위원장으로서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고별인사가 될 수도 있다”

짤막한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시간은 순식간에 격렬한 난상토론장으로 변 했다.

“정계진출과 관련해 대다수는 정계진출 결정의 방법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 가정을 버리고 떠나는 아버지 아니냐는 얘기가 빗발치고 있다.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이 문제가 진작 진지하고 투명성있게 논의돼야 했는데 측근들, 정계진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밀실흥정을 한 것 아니냐?(삼신노조 강한우 위원장)”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의원대회를 소집해달라. 또한 일설에는 민주당 비례대표 3,4번 내지는 부총재직을 받을거라는 데 확실히 밝혀달라 (LG전선노조 도종복 위원장)”

이날 대회에서는 박인상 위원장의 정계진출에 대한 찬성발언도 나왔다.

“서울지역본부의 입장은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정계진출 결정이 났으니만큼 , 이에 따르자는 것이다. 앞으로 노동정당을 만들자면 습작도 해야 한다.

현재 박 위원장 만한 인물이 있나? 이 기회에 정계진출하는 것이 노동자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도 된다(동부제강노조 강창영위원장)”

찬성 발언을 기화로 객석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위원장은 “오늘 당장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그 와중에 충남지역본부 간부들이 일시 퇴장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다시 박인상 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죄송하다. 이 모든 충고를 받아들이겠다. 전임자 임금 문제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해 결자해 지의 심정으로 가겠다. 국회내에 노동계출신 의원들의 블록이 형성돼야 한 다고 믿는다. 그리고 노총위원장 사퇴하겠다. 당장이라도 사표쓰겠다”

친정에서 맞는 매가 더 아픈 것일까. 이날 박 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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