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인사들의 정당 진출을 보며

박윤배/노사문제연구소 창조와 모색 소장

이제 드디어 노동운동가 개인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다.

현직 위원장이라는 `자리의 경쟁력’이 아닌, 노동운동가 각 `개인의 경쟁력’에대해 곰곰이 걱정해야 할 때가 왔다.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박인상위원장이 왜 여러 가지 이치에 닿지 않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우며 민주당국회의원 자리에 문을 두드려야 했을까? 박 위원장은 역대 어느 위원장보다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가져왔으며, 안팎으로 한국노총의 권위를 한단계 높인위원장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 그가 왜 조직원으로서의 마지막을 명예와 박수 속에 매듭짓지 못하고혼란과 비난의 한 가운데서 쓸쓸히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까? 여러 가지복잡한 사정을 다 인정한다 쳐도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현직 위원장’ 다음에대한 불투명성, 일종의 공포와도 같은 개인적 전망의 부재가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노동계가 한국노총·민주노총을 가릴 것 없이 현직 이후에대한 마땅한 대안이나 사례를 가지고 있지 못한 데 따른 매우 불행한 결과라고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의 지도자는 그 직책을 끝마치고 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까?가장 단순한 정답은 다시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열의를 다 한 봉사활동을 끝내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한 사람의 평범한노동자로서 열심히 생활한다면 그것은 누가 보아도 너무나 자연스럽고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노동운동가가 겪은 여러 경험들은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발전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므로 가능한 방법과 활동을찾아내 그 쓰임새가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꽤나설득력을 가진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직 운동가’가 과연 직책이 빠진 상태에서도 계속노동운동 및 그외의 여러 사회영역에서 계속 쓰임새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무언가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개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과연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보라.

직책이 없더라도 이미 수십년의 운동경력을 통해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사회적능력과 명예와 권위를 축적해 왔다면 도대체 `현직’이라는 자리 다음에 대해걱정할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오히려 동료들의 축복 속에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는 기쁨과 보람이 충만할터인데.

그러나 이번 박 위원장 사건은 어느 한 개인의 초라한 모습에 초점이맞춰질 사건이 아니다.

현재 수백, 수천명에 이르는 현직들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노동운동가의개인경쟁력과 관련한 사건이다.

혹시라도 직책이 가져다 준 달콤한 권력에 취해 있지는 않은지, 직책이떨어짐과 동시에 권위와 영향력 모두가 함께 우수수 떨어지는 오직 `힘’ 위주의앙상한 노동운동은 아니었는지, 노조 안에서나 통용될 뿐 한치만 바깥으로건너가도 곧바로 불통이 되고 마는 호환불능의 상태에 오늘의 노동운동 또는노동운동가가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매우 심각한 고민을 던져준사건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노동운동가의 고난에 찬 전력과 경험을 한낱 대학졸업장보다도 못하게 취급하는 편견이 아주 지독한 사회다.

노동운동가에게 온갖 종류의 편견을 보내는 데는 아주 익숙하다.

반면 그들이 노동운동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회적 보편성을 체득하고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국가·사회적 투자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기울이지 않는다.

기껏 한다는 일이 집권 여당의 의석 하나를, 아무런 명분도 없이 그리고노동운동가에 대한 국가·사회적 차원의 개발과 발전 방안도 내놓지 않고 그냥그렇게 던져주는 게 고작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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