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흑인청년 아마두 디알로(22)를 살해한 4명의 백인 경찰관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후 뉴욕 곳곳에서는 연 사흘째 격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배심원들이 무죄를 확정한 순간 법원 소재지인 올버니와 사건발생 지역인 브롱크스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시위의 물결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6일 뉴욕 맨해튼에서는 1천여명 이상의 시위대가 저녁 늦게까지 시위를 벌이다 95명이 무더기로 체포됐고, 27일 오후에는 2천명 이상의 시위대가 유엔본부 앞에 모여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뉴욕경찰의 폭력성을 성토했다.

이날 시위대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외치며, 4명의 백인경찰관으로부터 41발의 총알세례를 받고 숨진 디알로의 죽음을 상기하는 의미에서 하나에서 마흔 하나까지 큰소리로 세기도 했다. 현장에는 수십명의 여성들이 검은 복장 차림으로 디알로의 사진을 들고 나타나 그의 비극적 죽음을 추모했으며, 어떤 이들은 `뉴욕경찰은 나치’ 라는 간판을 들고 다녔다. 유모차를 탄 아기와 휠체어를 탄 노인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 중 몇몇은 시위대 주위를 둘러싼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언성을 높이며 시위 참가자들의 감정을 부추기기도 했으나, 이날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유엔본부 앞 집회 뒤 시위대는 맨해튼 중심부를 옮겨다니며 가두시위를 벌인 데 이어 뉴욕시청 쪽으로 행진하며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죽은 디알로가 지갑을 꺼내려는 것을 총으로 오인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각자의 지갑을 하늘 높이 쳐들며 “이게 총으로 보이냐”고 주변에 서있는 경찰을 향해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흑인 및 다수의 이민자 외에 백인들도 많이 참가해 이번 무죄평결이 시민권의 침해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강력한 치안정책이 시민권을 침해했다”며 지나치게 억압적인 뉴욕경찰과 줄리아니 시장의 정책을 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그동안 줄리아니의 `안전한 뉴욕’ 정책과 이에 따른 경찰세력 확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살인자 없이 벌어진 살인’이 되어버린 디알로 사건은 더이상 인종 문제가 아닌 시민권 자체에 대한 문제로 불거지면서 다음달 2일 수도 워싱턴 집회를 통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뉴욕/조준용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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