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 ⑧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방송이 누구 편에 서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진실을 왜곡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정당한 투쟁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일어난 일은 아예 없었던 일로,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날조하는 방송의 비뚤어진 행태를 우리는 뼈저리게 겪었다. 또한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도 잘 알고 있다. 기존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노동운동을 자본과 권력의 입김 아래 있는 매체가 우호적으로 묘사해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공격에 대해 우리는 과연 제대로 이해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노동운동을 직접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영화만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내보이면서 날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미디어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

잠깐만 정신차리고 생각해보자. 퇴근 뒤 여가시간 대부분을 TV 앞에서 보내면서도 얼마나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지, 비디오 가게에 들러 무심코 들고 오는 영화 한편에 얼마나 객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안타깝게도 노동자들은 자신과 직접 연결돼 있는 사안에 대한 미디어의 묘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주류미디어의 일상적인 공세를 간파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자 TV, 노동자 미디어 운동을 하루 빨리 펼쳐나가야 할 우리가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 점,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일상적으로 어떻게 지닐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매체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관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노동자 영상운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는 출발선에서 이미 족쇄에 채워져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매체를 읽어내는 일상적인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직접, 또는 에둘러 조여오는 자본의 공세를 당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지치고 힘든 몸을 위로해주는 (혹은 위로해준다고 착각하게 하는) TV와 영화를 한 발짝 떨어져 비판적인 태도로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 채 멍청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일상을 한번쯤은 진지하게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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