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임금인상수준 및 교섭 형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 다.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법학회 및 노사관계학회는 지난 11일 서울 하나증권빌딩 강당에서 ‘2000년 임금수준 및 교섭구조에 관한 3개 학회 합동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 “일자리 창출 위해 분배구조 악화 감수” 논란
이날 제1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박사는 “현재의 한국 노동시장에서 구조적 실업의 증가에 따른 고실업 시대를 예견할 수 있다”고 진단한 뒤, “정부는 과도한 실업대책을 지양하고 공공근로 역시 실업대책이 아닌 빈곤대책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의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해의 경우 실제실업률이 6.3%로 단기균형실업률 5.5%보다 높아 실업률 하락을 위한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이 옳았으나, 올해는 임금인상 예상률을 12.5%로 가정하고 정책 목표 실업률 4.5%를 놓고 보았을 때 단기균형 실업률이 6.7%나 된다는 추정치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근로 등 단기간에 걸친 지나친 실업률 하락은 임금, 물가 등 다른 거시적 변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 자리 창출을 통한 구조적 실업률 하락 쪽으로 정부정책이 변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런 구조적 실업이 만연한 사회에서 임금인상이 파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비용 증가를 꺼려하는 기업들의 인적투자 기피로 인해 신규 노동시장 진출희망자들이 사회의 외부자로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 박사는 따라서 앞으로 정부정책의 근간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과 그와 관련한 분배문제를 중심으로 사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토론에 나선 안종근 노동부 노정국장은 그러나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올 해 임금 상승률은 예상물가 상승률인 3∼5% 라는 결론이 나온다”면서 “이는 양 노동단체 뿐만 아니라 경총의 임금인상과도 차이가 날 뿐만아니라 ‘물가 상승률 및 생산성 증가’라는 기존 임금인상률 산출 기준을 폐지해야할 것인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발제문이 “임금과 실업률의 관계를 지나치게 과도하게 설정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금인상 억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시도’는 현재 기업의 수익성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증 가율 등 한국적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 부위원장은 그 예로서 지난 95년 하반기 기업 매출액대비 인건비 비중이 12.9%에서 99년 상반기 9.6%로 낮아진 사실을 지적했다.
– 민주노총 산별연맹 산별교섭 당분간 어렵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의 교섭 동향 에 대한 고찰 및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별교섭 형태를 검토한 결과 “한국적인 노사관계의 여건하에서 유럽식 산별교섭으로의 전환 시도가 상당한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노동조합원 간의 높은 연대의식, 강력한 사용자단체의 성장, 노조활동에 우호적인 정부 태도, 국가수준의 교섭구조 형성 등의 조건이 산별 교섭구조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지적한 뒤 “한국에서 도 항운, 선원, 자동차 운수부문에서는 지역 혹은 산업별 교섭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많아보이지만 다른 산별노조의 경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특히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을 지적하면서 “기업규모나 업종이 다양하여 기업단위의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화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면서 “더욱이 업종별 사용자단체는 많아도 산업전체를 대표하여 금속산별 노조와 교섭에 나설 사용자단체가 성숙되지 않은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산별 교섭에 대한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산별체제는 산별교섭이라는 의미에서만 추구되는 것은 아니며 대사용자, 대정부 영향력 강화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근 노동부 노정국장 역시 “사용자 측 거부감이 완화되는 등 통일교섭에 대한 노사의 여건이 성숙된다면 산별교섭체제의 장점이 기업별교섭체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양대노총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각각 “도시근로자가구의 노동산출 생계비 중 가구주가 벌어야할 소득(한국노총)”, “지난 2년간 임금원상회복 분과 금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분 반영(민주노총)”을 근거로 13∼15% 내외의 임금인상을 주장했다. 반면 경총에서는 한국은행 전망치를 기준으로 작성한 국민경제 생산성증가율에 기반 5.4%를 적정인상수준으로 재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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