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 12
‘지역미디어센터’, 근거지가 필요하다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3월 한달 동안 있었던 여러 조직의 총회에 참석하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정말 세상의 변화가 빠르다는 것이다.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 계속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퍼블릭 엑세스, ‘참세상방송국’과 ‘노동의 소리’ 등 조직적 활동을 통해 점점 현실적인 의사소통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방송, 그리고 조만간 지역사회 단체에게 부분적으로나마 개방될 가능성이 있는 FM라디오 등 우리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은 새로운 차원의 실험대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그 동안 이 꼭지를 통해 정책생산과 조직정비를 강조해오기는 했지만, 한가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중적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는 상층의 정책과 로비중심의 운동은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상황에 대한 상층의 인식과 조직체계를 바꿔나가는 것, 그리고 대중적인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돼 결국 하나의 전략 속에서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노동자들이 미디어를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활용하고, 주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키워나가며 나아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을 고민해갈 수 있는 대중적 근거지는 무엇일까.
지역 차원에서 설립되는 미디어 센터는 이 질문에 대한 유력한 답변이다. 다양한 독립적인 진보적 미디어, 노동미디어 활동을 아우르며 영상매체 및 멀티미디어의 제작기재와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미디어센터의 설립은 미디어운동을 대중적으로 펴나가는 지역 근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노동운동 역량으로 이러한 미디어센터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따라서 방법은 다양하게 모색돼야 한다.
대기업 노조나 지역본부의 경우 자체적인 문화사업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며, 혹은 지방장치단체의 재정지원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 시민미디어센터, 아니면 이후 방송위원회의 전향적인 정책 도입 여하에 따라 그 가부가 판가름날 지역 미디어센터를 진보적 운동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끌어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아무튼 노동운동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차원의 미디어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역 근거지를 구축하고 그를 통해 조직적인 대중교육을 벌이고 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노동자 TV, 독립적인 노동자 미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지금 당장의 근거지 확보전략, 그것은 진보적인 미디어센터를 지역별로 만들어내면서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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