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구멍낸 총탄

[옵저버] 3/6 에드 불리아미

뉴욕 경찰에 의한 또 한명의 흑인 살해가 오래된 상처를 들춰내고 정치적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맨하탄 중간지구에서 패트릭 도리스몬드를 살해한 총탄은 토니 바스케스 형사의 권총에서

발사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정치적 격변을 가져왔다. 이 총성은 미국에서 가장 크게 울러퍼졌

으며 어제 치러진 도리스몬드의 장례식을 넘어 울려퍼질 것이다.

총탄은 자제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드러난 뉴욕경찰의 명성에 또다른 구멍을 냈다. 도리스

몬드에게 총탄이 발사된 것은 서부아프리카 출신 노점상인 아마두 디알로를 살해한 네 명의

경찰이 무죄방면되면서 발생한 전면적인 폭동을 가까스로 모면한 며칠 후였다.

이 총탄은 또한 경찰이 고문을 가하고 빗자루로 항문을 쑤신 또다른 아이티인인 애브너

루이마 사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재판에서 이제 막 회복해가고 있던 뉴욕의 아이티인 공동

체를 관통하였다.

총탄은 계속해서 역사상 가장 추잡한 선거전으로 돌변하고 있는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

와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운동을 갈갈이 찢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총기 규제

라는 영웅적인 무용담으로 유탄이 되어 튀었다. 이제 총기 규제라는 일제사격의 소리가 전

국에 울려퍼지고 있다.

줄리아니는 비밀 마약단속 작전 중에 일어난 살인이 ‘부당’한 것이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

도록 하기 위해 죽은이의 인격을 더럽히고 유가족 방문을 거부함으로써 이미 불붙은 뉴욕시

흑인 공동체의 분노에 불을 붙이는 쪽을 선택하였다.

줄리아니 시장은 오히려 사건의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도리스몬드의 경찰 기록을 공개하

도록 승인하였다(이 공개 자체가 현재 논쟁이 되고 있다). 줄리아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리스몬드는 결코 ‘착한 소년(altar boy)’이 아니었다. 그러나 줄리아니는 도리스몬드의 과거 행적이 ‘총기소지’와 ‘강도’였다고 말하면서 사실을 과장하였다.

물론 그의 과거는 깨끗하지 않았다. 그는 1993년과 1996년 풍기문란죄로 기소되었고 마리

화나 소지죄로 ‘현장’에서 체포된 적이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한 살짜리 딸아이를 안고 있던

여자친구를 구타한 혐의로 작년 3월에 고소당한 바 있다.

그러나 총기소지나 강도는 절대 아니다. 게다가 바스케스 형사에게도 비밀이 있다. 바스케

스의 아내 또한 가정폭력으로 그를 고소한 적이 있으며, 지난 4년간 바스케스는 아무 이유

도 없이 권총을 뽑아드는 식의 사건을 수많이 저질렀다. 1997년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싸움

을 해산시키기 위해 총기를 성급히 뽑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1998년에는 이웃집 개를

총으로 쏘기도 했다.

도리스몬드의 과거는 그가 자기 아이들(옛 여자친구 드와나 소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인

피니티와 결혼을 약속한 카렌 스터키의 한 살배기 데스티니)을 부양하기 위해 경비원으로

열심히 살았던 도시 물정에 밝고 진지한 남자였음을 보여준다. 그의 여자친구들은 자신들의

연인이 ‘죽을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이웃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아주 조용하고 썩 괜찮은 친구’였다고 진술하였다.

희생자를 악마로 만들어버린 줄리아니 시장의 뻔뻔한 태도는 힐러리 클린턴과의 첨예한

상원의원 선거전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힐러리에게 있어 이번 총격사건은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고마운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전

에 두 후보는 성패트릭의 날 행진을 정치무대로 만들었는데 군중들은 힐러리를 ‘뜨내기 후

보’라고 조롱하였다. 힐러리는 할렘 시청에서 떠들썩한 집회를 열어 상대 후보가 지역사회를

‘포기’하고 ‘뉴욕시를 둘로 나누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힐러리는 뉴욕 흑인공동체의 자칭 지도자인 앨 샤프턴과 부득이하게 함께하고 있다. 그는

도리스몬드 살해 사건을 자신의 대의 목록에 추가하고 그의 결백을 증언하도록 증인들을 조

직한 사람이다.

줄리아니 또한 이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도리스몬드 살해 사건 이후 줄리아니

자신의 공화당 선거팀 가운데 일부조차도 뉴욕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그의 반응에 당황하

였다. 줄리아니의 전직 보좌관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힐러리

는 그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을 패배시킬 수 있지요’라고 말하였다.

뉴욕의 공화당 주지사 조지 파타키는 줄리아니 시장의 태도에 ‘당황’했다고 공공연하게 언

급하였다.

의견이 분분한 뉴욕시청의 안쪽에서 (본지가 알기로는) 줄리아니 시장은 고위 관료들의

격한 공격을 받고 있다. 줄리아니 휘하의 관료들조차 그의 대응이 범죄율 저하에 의해 겨우

이루어진 시청과 흑인공동체 사이의 신뢰를 ‘결국 파멸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줄리아니 휘하의 시 감사관 앨런 헤베시는 시장의 행동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

였다. 헤베시는 자기 상관과는 달리 망자의 어머니인 마리 도리스몬드를 방문하여 애도를

표하였다. 시장은 또한 중도파를 둘러싼 싸움에서 지지를 필요로 하는 소위 ‘줄리아니파 민

주당원’들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보좌관들은 ‘범죄에 강력대처함으로써 잃

을 것보다는 얻을 표가 훨씬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에서 절정에 달한 말과 총탄의 전쟁은 이번 주에 제2의 총격전(무기제조업자와 클린

턴 행정부 사이의 전쟁, 군수 산업 내부의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총기제조업체이자 바스케스가 사건 당시 사용한 권총의 공급업체인 글록사는

미국 정부가 영국계 스미스&웨슨과 체결한 역사적 조약에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전쟁을 선

포하였다.

몇몇 주와 시가 시작한 소송에 직면하여 스미스&웨슨사는 권총의 판매 및 공급상의 제한

과 어린이는 다룰 수 없는 안전 자물쇠 등의 조치에 동의하였다.

조지아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록사는 이러한 제한과 이를 감독하기 위해 구성된 감독위

원회를 거부하였다. 글록사 부사장 폴 자누초는 ‘위원회라는 건 말도 안됩니다’라고 언급하

였다.

얕잡을 수 없는 전국총기협회의 축복을 등에 업은 이러한 도전적 태도는 거대한 법정 싸

움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예기치못한 정치적 부산물을 낳을 수도 있다. 총기 규제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있어 커다란 관심사이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표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

다. 조지 부시는 제한된 총기 개혁만을 약속하는 반면 그의 경쟁자인 앨 고어는 클린턴 행

정부가 스미스&웨슨과 맺은 돌파구를 훨씬 더 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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