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차량, 한국우주항공, 여천석유화학 등 지난 해 대규모사업교환 (빅딜)을 통해 새롭게탄생한 이후 노조 승계 등으로 몸살을 앓아오던 기업 들의 노사관계가 최근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급한 불만 끈 상태에서 향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은 그대로 묻혀 있다는 게 관계 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한국철도차량의 1사3노조, 10개월만에 교섭창구단일화 가능성 보여

한국철도차량(대표이사 정훈보)은 현대정공 창원공장의 철도차량 사업부, 대우중공업 의왕공장, 한진중공업 다대포 공장 등 세 곳의 공장을 합쳐 지 난 해 7월 출범한 기업이다. 한국철도차량은 출범을 전후해 고용, 노조, 단 협 승계를 주장하는 이들 세 회사의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통합법인은 출범했으나, 여전히 1사3노조의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단체협약의 승계문제다. 한 회사에 세 가지 의 상이한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하에서 회사측은 “기존 단협 의 채무적 부분은 승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들은 “법률상 전혀 하자가 없는 노조형태를 문제삼아 억지로 통합을 강요하면서 단협승계 를 회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이처럼 한국철도차량 노사는 ‘교 섭창구일원화’와 ‘단협승계’ 사이에서 10개월 넘게 지리한 공방전을 벌였다 .

특히 회사측과 최대 노조인 현대정공노조(위원장 송찬섭)간 갈등이 주된 진원지가 됐는데, 지난 1월1일부로 회사측이 현대정공노조 전임자 중 철도 차량 소속 전임자 수를 현재의 10명에서 3명으로 줄이라고 통보하며 나머지 인원에 대한 급여지급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더욱 증폭돼왔다.

그러나 4월7일 쟁점현안에 대한 노사교섭이 타결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전임자 수와 관련, 회사는 현재의 전임자수를 인정하고 5월말 (기존 단협의 유효기간)까지 타결이 안될 경우에는 일단 전임자 3명에 임시 상근자로 4명을 추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상호 고소고발은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특히 회사측이 주장해 온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 해 현대정공노조가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편, 문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노조통합과 관련해서 현대정공 노조도 최 대한 빠른 시일내에 통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으나, 쉽게 이뤄질 문제 는 아니라는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2개노조와 무노조 사업장의 공존

지난 해 10월1일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3사의 항공사업부 를 통합해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대표이사 임인택)의 경우도 한국철도차 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공장에는 대우중공업노조 창원지부(지부장 박 종권)가, 서산공장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노조(위원장 류안수)가, 과거 삼성 항공이었던 사천공장은 무노조 사업장으로 노사협의회만 존재하고 있다.

이들 세 지역별로 별도의 임단협을 치뤄야 하는 한국항공은 이미 서산공 장에서 70여일간의 파업사태를 빚은 바 있다.

과거 현대우주항공 항공사업부 소속인 서산공장 노동자들은 통합법인 출 범 직후인 지난 해 10월16일 노조를 설립하고 회사측과 교섭에 나섰으나,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1월26일 파업에 돌입했다.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이 반 복되는 과정에서 노조간부 20여명에게 수배 및 소환장이 발부되는 등 사태 가 극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 7일 오후 ▲분규타결 성과급 지급(상여금 90%) ▲임금 69,530원 정액 인상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보장 등의 내용에 잠정합의했 다. 이로써 서산공장의 임단협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창원공장, 사 천공장의 임단협이 남아있는데다 이들 세공장을 아우르는 통합노조의 결성 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마찰의 불씨는 곳곳에 남아 있는 상태.

* 여천석유화학, 17일 통합노조위원장 선거

지난해 12월29일 대림산업 석유화학부와 한화석유화학의 통합으로 출범한 여천NCC(석유화학)(대표이사 정동진)는 출범 직후 두 개의 노조가 결성돼 혼선을 빚어온 곳이다. 법인통합과 동시에 결성된 여천NCC노조(위원장 방성 기)는 한화전직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2공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1노5사 방침을 내세운 대림산업노조와 의견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1월 11일 빅딜과정에서 대림측 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며 부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여천NCC노조에 이어 2월22일에는 1공장과 3공장 즉, 구 대림산업 직원들 이 노조(위원장 정완수)를 결성하고 이를 대림산업노조와 통합, 연합단체 성격의 여천산단노조로 출범했다.

과거 소속사를 중심으로 두 개의 노조가 구성돼 자칫 노노갈등까지 우려되 던 상황은 그러나 이들 노조들이 통합에 합의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8일 통 합위원장 선거를 공고한 두 노조는 오는 17일 경 통합하게 된다.

* 기업간 인수합병, 노조와의 대화도 중요하다

이들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노조의 교통정리 문제다. 한국 철도차량처럼 노조통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는가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 처럼 따로따로 교섭을 진행하는 비능률적인 사례도 있다. 여천NCC의 경우는 노조 문제로 인해 임단협이 뒤로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들 두고 회사 관계자들은 “빅딜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지금과 같은 복 잡한 노사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중론이다. 그러나 김기덕 금속산업연 맹 법률원장은 “기업별노조형태에 집착하는 회사측의 사고방식”이라며 “산 별노조로 가는 흐름속에서 보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차 역시 현저하다. 전경련 은 지난 해 11월 “통합, 기업분할, 인수, 합병 등에 의한 기업형태 변경시 노조통합을 의무화해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즉각 반 박에 나서 “노조통합은 노조원의 권한”이라며 전경련의 이같은 주장은 “신 규노조가 되면 전임자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 노조를 위축시 키려는 저의”라고 맞받았다.

그런데 이 기업들의 빅딜과정을 살펴보면 노사갈등은 필연적이었다는 것 을 쉽게 알 수 있다.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빅딜과정에서 노조를 성실 한 대화파트너로 인정한 사업장은 거의 없다. 통합법인과 기존 회사들이 필 요에 따라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노조의 고용 및 근로조건 승계 요 구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결과 핵심 쟁점들에 대한 노사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빅딜이 이뤄졌고, 이들 기업들은 그에 대한 값비싼 비용을 이제와서 치루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기업 형태 변경이 일반화되는 구조조정기에 노사간의 성숙한 교섭문화의 정착이 없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소모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