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습니다. ”
9일 재계의 총선 후보자 의정평가 내용을 본 한 기업간부는 “그동안 뭣 때문에 그토록 요란을 떨었는지 모르겠다”며 “후보 선택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곳곳에 정치권의 눈 치를 본 흔적이 드러나 재계의 체면만 구겼다는 얘기였다.
당초 재계가 의정평가 대상자로 선정한 인사는 노사문제 관련 56명. 그러 나 재계가 보낸 설문지에 응답이 별로 없자 대상자를 24명으로 줄였다. 더 욱 문제는 평가 잣대가 고무줄이고 내용도 두루뭉수리하기 짝이 없다는 점 이다.
실제 재계 입장에 동조하면 무조건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이라는 도장 을 찍고, 노조 입장을 지지하면 ‘노동계 편향’이라고 못박았다. 또 표를 의식해 누구의 입장도 옹호하지 않고 민감한 사안에 어정쩡하게 중립을 지 키면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됐다.
여성근로자의 생리휴가를 없애고 정리해고를 인정한 후보가 시장경제 파 수꾼으로 둔갑되고, 노총 간부 출신 후보가 ‘중립적’으로 표현되는 아이 러니도 있었다. 기대했던 경제정책 입안과 노사관계 전반에 관한 꼼꼼한의 정평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평가작업을 하면서 여러 곳으로부터 시달렸 다”며 “일부 후보들은 ‘재계 평가 때문에 떨어지면 책임져라’고 항변해 오기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재벌의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뒤로한 채 일을 벌였지만, 결국 감당하지 못할 사안이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재계가 정치권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의원평가 등의 ‘큰 일’을 벌 이려면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부터 앞서야함을 보여준 하나의 촌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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