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거가 끝난 뒤 14일 새벽녘이 지나도록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사나 각 지구당사에서는 독자정당을 통한 노동자 후보의 최초 원내 진출 여 부를 두고 ‘환호’와 ‘탄식’으로 밤을 새운 당원들로 북적였다. 초미의 관심 을 모았던 울산 북구 최용규 후보는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와 막판까지 엎치 락뒤치락 선두를 다투다 불과 563표차로 지고 말았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 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진보당의 조봉암 이후 맥이 끊기다시피한 진보 정당 후보로는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사건’을 기록할 것인지 기대를 모았지 만, 지역주의의 높은 벽과 1인2표제 무산 등 제도적 장벽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 원내진출 부푼 꿈, 양대 노총 엇갈린 행보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울산 5개 선거구 가운데 3곳 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모두 21곳에서 후보를 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얻 은 유효득표율은 1.2%. ‘총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2% 미만의 득표율 을 기록한 정당은 정당등록이 취소된다’는 정당법 38조의 규정에 따라 자동 해산되는 처지에 놓였다. 민주노총은 14일 “불과 몇백표가 모자라 민주노동 당 후보가 원내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짧은 준비기간, 부족한 자금 등은 물론 지역감정·각종 법제도의 장벽, 엄청난 금권·관권선거 등에도 불구하고 출마자 평균 13.1%의 지지를 얻은 것은 노동자 정치세 력화의 진일보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조한천, 조성준, 이훈평, 송영길(이상 민주), 김문수(한나라) 후보와 비례대표 박인상(민주), 김락기(한나라) 후보 등 한국노총 출신 7명과 친노동계 후보 14명 등 21명을 당선시키는 ‘쾌거’를 이뤘다고 자 축했다. 다만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박종근(안양 만안·한나라), 3선에 도전하는 이강희(인천 남을·민주) 후보 등이 고배를 마신 데는 유감을 표했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독자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민주노총에겐 ‘당선 자는 없지만 가능성을 연’ 선거로, 제도권을 통한 정치활동에 나선 한국노 총에겐 ‘당선자는 있지만, 노동자 정치활동 방향 모색의 과제를 남긴’ 선거 로 평가된다.
민주노동당 진영에 남긴 과제로는 우선 인물중심의 1인1표제, 고액의 기탁금 제도 등 신생 정당의 원내 진입을 제약하는 각종 법제도적 장벽을 우선 타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거 종반 ‘남북정상회담 발표’에 따른 영남지역 ‘신북풍 증후군’ 등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깨기 위해서라도 정강정책을 앞세운 신생정당의 약진은 필수적이다. 또한 유효득표율 2% 미만일 경우 당이 자동 해산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진보정당이 몇차례 선거후유증으로 해산되고 또다시 창당해야 했던 ‘순환적 상처’들 때문에 지역사회내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극복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인하대 정영태 교수는 “지 역구도에 식상한 유권자가 많고 낙천·낙선운동과 맞물려 깨끗한 정치에 대 한 바램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하지 못한 것은 ‘선거철 반짝 특수’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노조 중심 지역사회 일상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원내진출에 성공한 한국노총에게도 노동계출신 의원들의 의정활동 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노총 출신 후보들을 중심으로 원내에 ‘노동포럼’을 구성, 노동 관련 제도개선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같은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밖 노동자들과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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