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안에게 보내는 미국 언론의 사랑의 편지
[주간녹색좌파」 4/12 노먼 솔로몬
아 엘리안아, 우린 너를 사랑한단다! 우리는 뉴스미디어란다. 너는 너무나도 특별하구나.
많은 정치인과 법률 전문가, 심리학자, 유명인사, 석학들이 무엇이 너한테 최선의 방안인지 하는 문제를 열렬히 고심하고 있단다. 우리는 네가 뒷마당에서 그네타고 노는 장면이나 애완 토끼 에스페란사를 안고 있는 장면을 (가능하면 생중계로) 전국 방송에 방영하게 되어 기쁘단다. 우린 너의 미래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길 바라마지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네 또래의 아이들은 언론에 종사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 아이들은 위험이나 빈곤을 겪기 마련이지만 별반 중요치 않은 그네들의 사소한 삶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기회는 드물단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문제는 황금시간대에 방송되기에는 너무 음울하거나 단조롭기 쉽지. 자세히 다룰만한 비극적인 파멸이나 선명한 법적 싸움이 없잖아. 그저 계속되는 사회적 상황일 뿐이지. 지루한 얘기일 뿐이야.
의료 태만이나 영양실조, 싸구려 주택, 재정이 빈약한 학교 같은 불행은 그저 진저리쳐지는 삶의 현실일 뿐이어서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없단다. 그런데 너의 이야기는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색다르구나. 수백만 아이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야. 물론 우린 간혹 한번씩 덧없는 이미지를 통해 빈민 아동들의 삶을 다루고 있어. 하지만 전국 방송의 음항효과실에서 북소리가 들리진 않지.
미국이 선진산업국가 가운데 최고의 아동빈곤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야겠구나. 미국 어린이 다섯 명중 한 명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거지. 미국 농림성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3천 6백만(그중 어린이는 천 4백만이야)이 적절한 식생활을 누리고 있지 못하단다. 미국의 유아사망률(유아 천 명당 7.2명이 사망한단다)은 현재 21개 선진산업국 가운데 최하위이기도 하지.
한편 미국은 “서로 다른 민족 및 인종 집단 사이의 불균형을 감소시키지 못했다”고 아동보호기금(Children’s Defense Fund) 보고서는 말하고 있어. 한번 인용해 볼게. “흑인 유아의 사망률은 백인 유아의 두 배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흑인 유아의 사망 원인은 백인 유아에 비해 출생 당시 몸무게와 네 배 이상 관련이 있다. 이는 태아 시기의 의료 관리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런 끔찍한 상황은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제도화된 인종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린 이런 걸 뭐라고 지칭할 필요가 별로 없어. 거의 언급도 안하니까 말야.
현재 미국에서 이러저러한 식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가난으로 죽어가고 있어. 살아남은 수백만의 사람들도 가난으로 인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지. 이봐, 그런데 말야, 이건 정말 지겨운 얘기야.
어쨌든, 이런 식의 소재를 줄줄이 늘어놓는 건 미국에서 사회적 우선순위에 관한 풀리지 않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뉴스미디어로서 우리는 무엇이 뉴스거리가 되는지 분별할 수 있지. 우리는 오히려 마이애미 현지에서 극적인 특집방송을 전파하고 쿠바에 관한 냉전시대의 주장을 특집으로 다루는 걸 좋아하거든.
엘리안아, 올봄 내내 우리는 수많은 미국민들로 하여금 너에 관해 계속 생각하도록 만들었어. 네 이야기는 인기가 있지. 그러니 네가 누리는 축복을 생각하렴. 영화배우도 아니고 특출나지도 않은 여섯 살짜리 어린이가 마술같은 미국언론의 연금술 덕분에 자신의 고통이 오락정보물이 되는 경우는 사실 꿈도 못꾸는 거야.
너는 흔하디흔한 평범한 어린애가 아냐. 가령 이민온 아이가 “불법” 입국자라면 사회복지 혜택이 굉장히 제한되지(그 아이 부모의 월급봉투에서 얼마나 많은 세금이 빠져나가는지는 중요치 않아).
합법적 이민자의 아이들조차 복지법 개정이 발효된 1996년 이후에 온 경우라면 사회보조를 받기가 힘들어. 저소득층 식량보조나 의료보조, 그외 연방 정부가 베푸는 프로그램을 받기가 쉽지 않단 말야.
언론에는 미국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스포트라이트 공간이 많지 않아. ‘래리킹 라이브’에서 다뤄지거나 CNN, MSNBC, CNBC, 폭스 뉴스 채널 등의 숨막히는 뉴스시간에 나오는 경우는 없지. 이런 케이블 방송망들은 보통 화면 아래에 최근 증시 동향을 싣는 걸 더 좋아하거든. 최고경영자가 관계되는 한 빈민 아동에 관한 최근의 중요한 통계는 대실패에 불과한 거야.
너는 빼고 말야. 너는 너무나도 특별해! 네가 겪고 있는 시련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비극이자 매혹적인 사이코드라마거든.
아 엘리안아,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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