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한일투자협정인가?

4월 29일 투자협정·WTO반대국민행동의 주최로 한일투자협정 저지를 위한 한일연대토론회가 열렸다. 다음은 이 날 토론회와 지난 3월말 일본 토쿄에서 열린 일한토론회에서 채택된 한일공동선언문이다.

– 한일 양국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권리와 민주주의, 국가주권을 짓밟는 한일투자협정 체결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현재 한일 양국정부는 투자의 전면 자유화와 한일자유무역지대를 염두에 두고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7∼28일, 서울에서 2차 본 회담을 진행시키는 등, 현재까지 양국은 내국민 대우나 최혜국 대우 조항을 협정에 포함시켰고, 일본 정부가 현재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기업의 노동 애로 사항을 다룰 별도 협의회의 설치”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투자 제한 업종 등에 대한 약간의 의견 차이를 제외하면, 양국 정부는 대부분의 조항에 대해 합의한 셈이다.

한국의 한덕수 외교통상본부 본부장은, 한일투자협정이 “다자간투자협정(MAI)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협정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로 미뤄보아 한일투자협정은 지난 95년부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논의되어 오다 전세계 민중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98년 10월 논의가 공식적으로 중단된 다자간투자협정(MAI)의 복제판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제 다자간투자협정(MAI)은, 1) 투자자의 권리를 정부·지역사회·시민·노동자 그리고 환경의 권리보다 훨씬 우위에 놓고 있으며, 2) 해외투자자에 대한 민중들의 민주적 통제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으며, 3) 해외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국가주권의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한일 양국 민중들은 다자간투자협정이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한일투자협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한다.

특히 한일투자협정 협상 과정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일투자협정 실무협의에서 일본쪽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이 노사분규를 맞을 경우 이른바 ‘내국민 대우’를 하고 공정한 해결을 보장하는 규정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은 노사분규 중재기관이 객관적이고 공평한 태도로 중재에 임하며, 중재결과가 한국기업에 비해 일본기업에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으며, 아울러 일본기업의 노동애로사항을 다룰 별도 협의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의 요구는 말이 좋아 공정한 해결이지 특별 협의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고, 한국기업에 비해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은 기본적인 노동권과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모두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자유수출지역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었으며 파업도 공익사업장으로 금지되었는데 이러한 조항이 설치되면 노동기본권은 극도로 억압당하고 말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의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협정 기본안은 “진출기업의 고용에 관한 ‘국적요구’금지”나 “자재·부품의 현지조달이나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이행의무(performance)’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양국 정부의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른 정책의 구사를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에게 내국인 의무고용이나 자재, 부품의 현지조달 의무를 부과할 수 없어, 한일투자협정은 그야말로 한일양국 자본의 이익만을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반면, 양국의 민주주의와 국가주권은 빈껍데기에 불과한 것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이에, 한일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은 양국 정부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양국 정부는 밀실교섭으로 진행돼 온 한일투자협정 협상의 전 과정(협상안 텍스트 및 양국 정부 유보안 등)을 공개하고 노동,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양국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이 양국의 사회·생태·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전면적인 참여 속에서,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검토를 선행하라!

세째, 위의 과정이 전면적으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초국적기업의 투기를 보장하고 노동·환경·인권을 억압하고 국가주권을 침해할 뿐인 한일투자협정 교섭을 즉각 중단하라.

넷째, 이상의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일 양국 노동자·민중들은 민주주의와 삶의 권리, 그리고 생태계를 위해 한일투자협정 반대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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