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꿈’은 소수 경영진들만의 잔치에 불과해요.

`실리콘 칼라’들은 오히려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벤처기업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벤처기업 (주)멀티데이타시스템에서

일어난 노동쟁의를 계기로 `벤처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열풍을 타고 화려한 사회적 조명을 받는 이들 `실리콘 칼라’의

노동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시스템통합(SI) 전문 벤처기업인 ㅂ사 프로젝트 팀장 김아무개(27)씨는

“공식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지만 자정이 돼야 퇴근할 때가

많다”며 “서버프로그램의 기획, 개발, 설치, 애프터서비스까지 모두 혼자

도맡아 하다 보니 밤샘근무도 흔하다”고 말했다.

유명 벤처기업 ㄷ사 직원 ㅈ(26)씨도 “한 사원은 결혼 당일에도 새벽 4시에

퇴근하기도 했다”며 “납품기한이 닥치면 두어달씩 집에 안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 기업이라면 두세명이 하는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벤처업계

노동의 특징으로, 그러다 보니 밤 10시 전엔 퇴근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열시불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오덕영 멀티데이타시스템 노조 부위원장은 “벤처업체에선 밤샘근무조차도

기술이나 능력 부족 탓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이런 탓에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는 관행이 뿌리깊다”고 말했다.

일부 극소수 회사를 빼면 실리콘 칼라들이 받는 보수도 풍문과는

딴판이다.

멀티데이타시스템은 대졸 초임이 55만원, 입사 2년차 대리가 65만원을 받는다.

ㅂ사도 과장 연봉이 2천만원이 채 안된다.

건설자재관리프로그램 개발업체인 ㄹ사의 이아무개(27)씨는 “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월급이 적다 보니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며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한 과장은 퇴직금 550만원 가운데 1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경력 3년인 그는 지난해 연봉이 1천만원 정도였고, 올해엔 1700만원을받기로

합의했다.

벤처기업 ㅈ사에서 일하는 손아무개(29)씨는 “시스템통합작업(SI)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사업을 하는 벤처업체 대부분이 `인건비 따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며 “코스닥 열풍과 창업 열풍 속에 벤처기업들의 열악한 현실이

감춰지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주)로커스나 새롬기술처럼 주가 폭등으로 회사 주식을 나눠 받은

직원들이 `재미’를 본 기업들도 있지만 대다수 실리콘 칼라들에겐 먼나라

일이다.

게다가 최근엔 주가 폭락으로 코스닥에 걸었던 희망마저도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한 벤처기업 사원은 “무명의 벤처기업 사원들도 대부분 주식으로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자기최면과 허상으로 극심한 노동강도를 참아왔다”며 “그러나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벤처기업 가운데 주식 상장이 가능한 곳은 별로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강용범 상담부장은 “지난해 2천여개였던

벤처기업이 올해는 6천개를 넘어섰다”며 “벤처기업들의 도태와 그에 따른

합병, 퇴출의 소용돌이 속에 벤처 실업대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재성 기자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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