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 양가죽을 뒤집어쓴 늑대
「주간녹색좌파」5/17 숀 힐리
4월 16일 세계 각지에서 온 시위자들이 워싱턴 D.C.의 세계은행 건물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전개하고 있을 때,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대응할 말을 연습하고 있었다. ‘가난한 자들을 지키는 것은 당신들이 아니다.’ 그는 비판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우리다.’
그는 세계은행의 휘황찬란한 새 “임무”(“지속적인 성과를 위해, 열정과 전문적 능력으로 빈곤과 싸우는 것”)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세계은행이 회원국들 및 비정부기구들과의 “역동적인 연계를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계획들을 통해 어떻게 “장기적 전망과 굳건한 동반자 관계에 기반할뿐만 아니라 성과에 초점을 맞춘 국가 주도의 통합적 접근”을 창출해내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비판자들을 달래줄 세계은행의 새로운 유행어인 “시민 사회”, “동반자 관계”, “이해 당사자(stakeholder)”, “사회적 자본” 등과 희망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몇몇 이들이 속아넘어갔다. ‘어린이를 보호하자(Save the Children)’나 ‘월드 비전’을 비롯 20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인터액션(Interaction)이라는 일단의 비정부기구들(NGOs)은 울펜손 총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우리는 세계은행과 IMF가 전체 비영리적 단체들과 심각하게 반목하고 있다며 우리 비정부기구 동료들이 이번 주 거리에서 펼친 주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울펜손의 대꾸가 선전용 읊조림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거시 경제의 안정성”에 계속 집착하는 “쌍생아” IMF와는 대조적으로 세계은행은 울펜손이 총재로 취임한 1995년 이후 자신을 재포장하기 위해 진지하게 시도했다. 이제 세계은행은 자신이 제3세계 독재자들의 편에서 돈이나 대주고, 대규모 외채를 떠안기는 곳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 최고의 개발 기구”로 보여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이 임무는 여전히 단순한 거짓 삼단논법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야말로 빈곤 감소에 필수적이며”, “민간 부문은 성장의 주동력이다.” 그래서 민간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빈곤 감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은행은 기업 복지 기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세계은행을 움직이는 것은 최상위의 부유한 국가들이며, 오직 자국 기업가 계급의 이익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또한 세계은행이 갖고 있는 수단이란 것은 거의 언제나 이 선진 부국들보다 가난했던 채무국들의 정책에 관여하기 위한 것이며, 그 기금이란 것도 채무국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이 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돈에 불과하다. 1999 회계년도에만 세계은행은 326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빌거나 빌려주었다.
조정(Adjustment)
세계은행은 네 개 금융기구들의 결합체이다. 가장 큰 두 기구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개발협회(IDA)로서 IBRD는 중저소득 국가들의 사회기반시설과 “능력 배양”을 위해 돈을 빌려주며, IDA는 극빈국들에 “소프트 론(soft loan, 외국차관가운데 상환기간이 길거나 금리가 낮아 차주에게 비교적 원리금상환 부담을 적게하는 차관으로 대개 상환기간이 1년이상 금리가 연 4%이하인 것을 보통 소프트 론의 범위에 넣고 있다)”이나 신용공여를 제공한다.
다른 두 기구는 오직 민간 투자만을 취급한다. 국제금융공사(IFC)는 회원국들에 대한 민간 투자에 융자를 제공하며, 국제투자보증기구(MIGA)는 비상업적 위험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민간 투자자에 대한 보장을 제공한다.
IBRD와 IDA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대출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출과 투자 대출로서, 구조조정 대출에는 특정 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한 부문조정대출(SECALs), 전면적인 경제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대출(SALs)이 있으며, 투자 대출은 구체적인 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에 기금을 댄다.
대출이나 Credits를 받기 위해서는 회원국이 되어야 하며(IBRD는 181개국, IDA는 16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의 이행에 동의하여야 한다. 이 조건에는 “민간 부문 주도의 성장”에 걸맞도록, 그리고 특히 서구 자본의 취향에 맞도록 경제 전 분야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SAP)이 포함된다.
1999 회계년도에 IBRD와 IDA의 조정 대출(153억 달러)이 처음으로 투자 대출(137억 달러)을 넘어섰다. 28개 나라가 구조조정대출을 받았으며, 18개 나라가 부문조정대출을 받았다. 이 모든 대출은 좀 더 “기업 친화적”인 무역 및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출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은행의 민영화를, 모로코에서는 경제 전 부문의 탈규제화를, 온두라스에서는 “공공 재정을 개선시키기 위해 공공 기관들과 고용 부문의 재구조화”(공무원 해고)를, 가나에서는 저임 수출 촉진 지대를 세움으로써 외국인 투자 유치를, 솔로몬 군도에서는 수출용 목재 가격이 붕괴한 후 탈규제화를, 코트디브와르에서는 공공도로국을 매각하는 것을 “도왔다”.
세계은행은 1999 회계년도 조정 대출의 69%가 “빈곤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주장했다. 많은 대출이 그 경제적 지시 사항이 야기하는 재앙스런 사회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것이다. 지난 해 세계은행은 자신이 부과한 민영화 정책이 불러일으킨 광산노동자들의 해고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폴란드에 3억 달러를 대출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 “사회안전망” 기금 조성을 위해 6억 달러를 대출했다. 이것은 15억 달러에 이르는 구조조정 대출의 타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생활 필수품에 대한 정부의 보조 삭감이 구조조정의 주된 요구사항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유출된 세계은행의 한 내부 연구에 따르면, 1997년 7월에서 1998년 12월 사이에 54건의 구조조정대출과 부문조정대출이 있었으며, “대출의 대다수가 빈곤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했으며” 빈곤층에 대해 제시된 계획 실행 상에 있어서 예기되었던 경제적 영향이나 개혁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20%가 채 안되는 조정 대출만이 환경 평가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투자
세계은행 대출의 나머지(투자 대출) 부문 역시 서구 기업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으며, 심지어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 대출의 절반 이상이 서구 자본의 틈입을 가속화하는데 필요한 기반시설의 확충을 위해 제시된 프로젝트로 흘러갔다. 통신 설비, 에너지 생산, 수도 공급, 도로, 그리고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은 거대한 댐 건설에 돈을 대는 세계 최대의 단일 기금원이다.
이 프로젝트들의 다수는 파국적인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야기한다. 댐 건설은 적정 수준의 보상도 없이 농촌 마을을 수몰시키며, 도시의 빈민가를 가로질러 도로가 건설되고, 자동차 매연은 급증한다. 또한 도로의 건설은 미답의 열대 우림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한 예로 세계은행이 기금을 댄 차드-카메룬 송유관 건설을 위해 차드 남부에는 300개의 석유 시추공이 굴착되었으며, 피그미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밀림을 헤치고 1,300 킬로의 파이프라인이 카메룬의 대서양 해변까지 놓여졌다. 송유관은 17번에 걸쳐 주요 강을 건너지만, 석유 누출에 대비한 그 어떤 관리 계획도 세워지지 않았다. 창출된 부의 일부라도 원주민들의 사회적 개발에 전용하기 위한 계획은 전혀 없다.
이러한 투자의 주된 수혜자는 서구의 초국적기업들이다. 차드-카메룬 송유관의 경우 석유 재벌 엑슨이 공동 투자한 것으로, 엑슨은 매년 카메룬 예산의 네 배, 차드 예산의 40배에 달하는 이윤을 거두는 회사이다. 볼리비아-브라질 국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습지인 판타날을 관통하여 건설되고 있는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에는 엔론과 셸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에 있어서 IFC는 훨씬 더 분명하다. 민간 부문에 대한 직접 투자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제3세계로 돌려진다. 1999 회계년도에 IFC는 79개국에서 민간 차관단을 주도하여, 자신이 36억 달러를, 그리고 민간 기금에서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동원했다.
이 투자에 포함되는 “빈곤 감소” 프로젝트에는 이집트의 호화 호텔 건설, 키르키즈스탄, 파푸아뉴기니, 가이아나의 금광 채굴, 과테말라 국립공원에서의 석유 탐사, 그리고 남아공에서의 도미노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 등이 있다.
1995년 당시 국제담당 재무차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매년 세계은행으로 유입되는 미국 자금은 1달러 당 1.3달러의 계약금으로 미국계 초국적기업들에 돌아간다고 증언했다.
프로젝트가 외국 투자가들의 이익으로 직접 돌아가지 않을 때조차 지역 주민들에게 수익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
브라질의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은행의 허울좋은 “시장에 기반한 토지개혁 프로젝트”는 결국 토지가의 상승, 광범위한 부패로 귀결되었으며, 이 프로젝트를 관할하는 지주 주도의 지역 및 지방 정부들에 더 큰 권력을 주었을 뿐이다.
IDA와 IBRD가 1억 6천만 달러를 대출한 “서중국 빈곤 감소 프로젝트”의 경우 5만 8천명에 이르는 중국인 농부들을 몽골 및 티베트인 자치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그 결과 인구 중 몽골인 비율은 69%에서 4.5%로 감소했으며, 농부들과 몽골 유목민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토지 분쟁이 야기되었다.
마스터 플랜
세계은행의 대출 정책 변화에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한 영역은 전사회적 “개발” 전략에 대한 더 큰 강조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세계은행이 빈곤 지수를 일인당 국내총생산만큼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책의 성격을 띤다.
1999년 세계은행은 두 가지의 새로운 계획을 공표했다. 하나는 “빈곤 감소 전략 보고서”(PRSP)로서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회원국간에 공동으로 작성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포괄적 개발 체제”(CDF)로서 회원국이 작성하는 경제, 사회 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틀거리”이다. 이 두 계획은 모두 비정부기구(NGOs)와 지역 사회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과의 폭넓은 협의에 강조점을 두도록 되어 있다.
CDF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여러 수사들로 뒤덮여 있다. 이에 반해 이미 협상 중에 있는 PRSP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담긴 세계은행과 IMF의 정책 처방을 조정하는데 채택된 바 있는 마스터 플랜으로서의 “정책 구조 보고서”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탄자니아의 PRSP 중간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이루어진 거시경제적 안정성 분야의 성과 유지”(이 성과가 의미하는 것은 학교 취학률이 1993년의 93%에서 현재 66%로 감소했다는 것 따위일 뿐이다) 등을 다루고 있으며, 수도 및 전기 회사의 민영화, 친기업적 세제 개혁, 탄자니아 투자센터의 “개선” 등도 언급하고 있다. 외국 자본을 규제하던 탄자니아 투자센터는 “투자자를 위한 효율적인 서비스센터”로 “개선”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PRSP는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초점을 경제 정책에서 사회 정책으로 확장시킴으로써, 그리고 회원국들에게 대출을 위한 전제조건에 사인하게 함으로써, PRSP는 “건전 통치의 확보”, “공공 관리에 있어서의 기술적 지원” 그리고 “반부패 전략”이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정부 모든 분야에 걸쳐 간섭할 수 있게끔 세계은행의 권력을 확대시켰다.
한 예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부패 유발 기회를 줄이기” 위한 개혁의 일부로서 세계은행은 정부로부터 광산업, 어업, 관광산업에 대한 권리와 허가를 배분할 수 있는 힘을 전취(?)하여 이러한 허가들을 “덜 불투명하고 보다 기계적인 절차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통합적” 계획의 시범 적용 국가는 볼리비아이다. 이 나라는 CDF를 진행하고 있는 선도적인 12개국 중의 하나이며, PRSP 협상에 있어서도 상당히 진전된 상태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정부를 꽤나 애호하고 있다.
볼리비아 민중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CDF와 PRSP의 절차 상 정부는 볼리비아 사회의 모든 부문과 “협의”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4월 8일 대통령은 군정을 선포했다.
그 전 주 볼리비아인들은 수도 사업을 미국-이탈리아 합작 회사에 매각한 것에 항의하여 시위와 파업, 행진을 전개했다. 민영화는 세계은행의 볼리비아에 대한 대출 지원의 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분명하게도 볼리비아 민중은 이 특이한 “빈곤 감소 전략”을 세계은행과는 꽤나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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