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정규직화 – 에이씨닐슨 코리아 노동조합

김 혜 선(서울여성노조 사무국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쟁취!’ 소식은 오랜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

다. 에이씨닐슨코리아 노동조합(위원장 정찬영, 이하 에이씨닐슨노조)은 19일간

의 파업을 통해 ▲ RMS 자료조사부 계약직 7명 정규직 임용(실제로 15명이 정규

직으로 임용되었음) ▲ 임금관련 진정서 제출자가 요구하는 수당 및 성과금 지

급 ▲ 2000년도 내에 임금체계 개선안 마련 ▲ 임금인상 ▲ 개별연봉계약서 철

회 등을 쟁취해냈다.

노조를 찾아가면서 궁금했던 건 노조에서 비정규직(대부분이 여성인)문제를

전면에 놓고 싸우게 된 배경-어려운 싸움이라는 걸 알기에 정말 알고 싶었다-과

무엇이 노조결성 10년만에 처음으로 파업투쟁을 하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22명

의 조합원이 시작한 싸움이 승리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들이었다.

에이씨닐슨은 전문적인 리서치기업으로 104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이며 전세계 리서치업계 1위이자 국내 1위의 회사다. 한국에는 서울본사와 부

산, 광주, 대구, 대전에 4개의 지부를 두고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250여명의 노

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 1위 회사의 노조 사무실은 건물 지하 2층의 작은 방이었고 옆 사무실에서

는 에이씨닐슨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번드르르한 건물 지

하에서 일하는 그들은 그 건물의 층만큼이나 많은 차별에 눌려 있는것처럼 느껴

졌다.

전임 노조위원장들이 조합원탈퇴를 종용하다

에이씨닐슨 노조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여 90년에 설립되어 그 동안 별

다른 활동 없이 위원장은 전임도 하지 않은 채 여사무원 한 사람이 고용되어 회

계를 보며 노조사무실을 지키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 전통 때문인지 지금도 에

이씨닐슨 노조는 사무국장 혼자 전임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 러던 중 97년 새로운 노조를 내세운 김인호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노총 공

공연맹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였다. 이때부터 회사의 노조와해공작이 시작되었

다. 특히 99년 5월 에이씨닐슨노조가 공공연맹으로 교섭권을 위임하면서부터는

회사의 노조탄압과 와해공작은 더욱 심해졌다.

전임 노조위원장들과 임원진들은 노조를 집단탈퇴 하였고 ‘지금의 조합활동은

민주노총의 사주를 받아서 하는 거다.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개대자보를 붙였

다. 이런 와중에 폭언 등으로 인해 사무국장이 유산을 하게 되는 사고도 발생했

다.

더욱이 관리자가 된 전임 노조위원장들과 임원들은 인사고과를 가지고 부하직

원을 통제했다. 에이씨닐슨은 인사고과에 따라 임금, 승진, 승급도 차등적용되

고 있었기 때문에 80명 정도이던 조합원이 줄고 줄어 22명만 남게 되었다. 부

산지부같은 경우는 모두 탈퇴해서 지금은 조합원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9차례

교섭을 했지만 회사의 유일한 안은 ‘연봉제 도입해서 임금인상을 0%부터 알아서

하겠다’는 거였다.

여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것만이 노조가 살 길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여성차별문제로 접근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여성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비정규직은 조합원이 아니었는데

파업에 들어가면서 계약직에게도 모두 조합원 가입서를 받았다. 더불어 노조는

쟁의행위 신청 들어갈 때 시간외근로수당, 연차휴가, 생리휴가 미사용분에 대

한 체불임금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문제와 단협위반에 대한 고

소, 고발도 함께 진행했다.

“사실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여부와 비정규직의 여성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 조합원들을 설득시키기가 힘들었어요. 비정규직이 조합원으로 가

입하면 자기들의 고용문제가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을 공공연히 했었거

든요. 또 비정규직에게 뭔가 해주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게 적어질거라는 피해

의식도 있구요. 자기는 가장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보장받아야 한다고도 하구

요.”

“개중에는 노조에서 할 일도 많은데 왜 그 문제를 건드리냐는 불만을 표시하

기도 했어요. 그랬던 사람들이 자기가 다급하니까 막 전화를 하더라구요. 비정

규직에게 조합원으로 가입하라고. 비정규직들과 합쳐서 안싸우면 못이기니까.

그 동안 조합탈퇴를 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당하고 차별받아온 조합원들과 비

정규직이라서 차별받아온 약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번 싸움을 승리로 이끈거죠.”

이번 투쟁을 통해 노조는 ‘입사하여 3개월 이상 일하면 비정규직이라 하더라

도 정규직과 비교하여 차별받을 이유없다’는 비정규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확

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이씨닐슨 노조에게 이번 싸움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성과

는 임금인상보다도 조합원들의 의식이 많이 바뀐 것과 회사가 임의로 분리한 정

규직,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을 투쟁을 통해서 극복해낸 점이라고 김경화 사무국

장은 강조한다.

세계각국에 에이씨닐슨 노조탄생의 깃발이 되길…

104개국에 퍼져있는 에이씨닐슨 중에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일본

에 노조가 건설된 적이 있었는데 회사의 철저한 노무관리와 두 번에 걸친 폐업

신고로 노조가 와해되었다고 한다.

10년이 넘었지만 사실상 새 출발을 시작한 한국의 에이씨닐슨노조가 전세계에

에이씨닐슨 노조가 탄생하는 데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한 곳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전세계의 에이씨닐슨이 운영을 멈추는 날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서울여성노조의 방문을 환대해주고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경화 사무국장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22명까지 줄어들었던 조합원이 지금은

49명(방문 당시)으로 배 이상이 늘었고 계속해서 늘고있는 에이씨닐슨 노조의

올해 목표인 ‘조합원 100명 달성!’을 거뜬히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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