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女樂女樂’, 기획자 박 애 경씨

“비상업적 여성 대중문화 보여줬지요”

지난 27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는 여성음악인과 팬들의 한마당 축제가 5시간 동안 벌어졌다. 2000 여성음악 페스티발 ‘여악여락’.

한영애, 이상은, 이은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여성 음악인들과 3호선 버터플라이, 체리필터 등 락밴드가 참여, 각각 40여분씩 작은 콘서트를 이어가며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행사를 가졌다.

여성음악인과 여성팬의 상호교감·소통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노천을 메운 대부분의 관객은 여성. 그러나 남자관객들도 꽤 눈에 띄었으며 엄마와 딸이 함께 온 경우도 많아 연령층은 다양한 편이었다.

이전에도 여성들이 주체가 된 공연이 있었지만 그것은 참여하는 뮤지션이 인기가 있거나 우연찮게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성뮤지션과 여성관객의 연대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여성들만의 음악축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 대중음악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데 물꼬를 튼 이번 공연의 기획자 박애경씨를 만나 여악여락의 주장을 들어봤다.

-여성음악축제를 개최하게 된 동기는 .

△여성 음악인이 전체 대중음악계에서 아직 입지가 좁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팬들이 소외되어 왔다. 여성팬들은 팬이라기 보다 상업적인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거나 오빠부대로만 치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같은 10대라 해도 남자 청소년들이 힙합,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은 청소년 문화라 일컫고 10대 소녀들이 공개방송에 가거나 뮤지션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무조건 비난할 생각만했다. 인디음악계에서도 이런 식의 시선은 마찬가지이다. 락, 메탈 같은 음악이 ‘여성팬들이 많아지며 변질됐다, 질적으로 하락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실 여성의 문화적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키는 문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대는 공개방송에 따라다니고 아줌마들은 기껏 디너쇼나 관광버스식의 문화를 즐기고, 직장인 여성들은 2, 3만원하는 부담스런 돈으로 소극장 콘서트를 찾아 다니는 것으로 문화를 즐기는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다.

-‘여악여락’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이번 행사에 많은 자극을 주었던 미국의 ‘릴리쓰페어’라는 행사가 있다. 매년 40만명의 관객과 주류, 인디를 망라하는 1백여명의 여성뮤지션이 참여하는 축제이다. 남성적인 과격함을 배제하고, 획일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을 벗어버리고, 여성성을 존중하면서 음악 속에서 여성이 개입하고 개입되는 방식을 탐색하고 있는 여성들의 흥겨운 잔치이다. 또한 그 축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었는데, 관객석 한쪽에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타인의 관람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보통 락뮤직 공연에서 보여지는 스테이지 다이빙이나 슬램, 과격한 행동으로 무조건 신체적 감각으로만 공연을 즐기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신체적 약자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문화였다. 타인의 관람권을 해치는 공연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이번 공연은 여성 뮤지션, 팬을 당당하게 하는 공연이다. 다양한 색채를 드러내고, 음악을 편안히 즐길 수 있고, 엄마와 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초청 가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모두들 흔쾌히 응하고, 공연을 하면서도 편안하고 즐거워했다. 한영애씨 같은 경우 우리들이 전문 기획자가 아니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공연 준비단계에서부터 도와줬고, 이상은씨는 오히려 우리의 아마추어리즘이 좋았다고 말했다.

-‘무료공연 반대’라고 써있던데.

△기업이나 방송국들이 자사홍보를 위한 무료 공연을 많이 하는데, 이런 것들이 많아 지는 건 진짜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망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무료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정시에 입장하지도 않고 자기 보고싶은 것만 보고 공연장을 떠나는 등 매너없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마시고 노는데는 안아끼면서 문화를 소비하고 대가를 지불하는데는 인색하다.

공연문화의 질과 다양성을 위해서나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서나 무료공연은 지양되어야 한다.

-여악여락 홈페이지도 개설했던데.

△올 4월에 개설했다. 여악여락이 지향하는 것은 하위문화로서의 여성문화이다. 기존의 페미니스트와도 좀 다른데, 우먼컬트라고 해서 여성성을 지닌 자생적인 문화를 끌어내보자는 것이다. 하위문화라고 그동안 칭해지던 남성적이고 반항적인 문화보다도 여성성으로 하위문화의 한 층을 형성하고 싶었다. 이에 관한 얘기들이 홈페이지에 모두 오르게 된다.

-앞으로 하고싶은일

△여악여락 공연이 앞으로 비상업적이고 전문적인 이들에 의해 계속됐으면 하고, 이를 통해 한국 여성음악가들의 연대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최문주 기자 cmjoo@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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