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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예외조항과 무기무역 1

스티븐 스테이플스 & 마리암 펨버톤 (2000.2)

1999년 2월, 워싱턴을 방문한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200여명의 마이크로소프트 노동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짧은 연설을 했다. : “정보화시대의 주축인 하이테크 산업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경제력은 여전히 군사력과 튼튼한 군수기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리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이 적절히 표현했듯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뒤에는 주먹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코언 같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어떤 신조를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세계도처에 투사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번영을 보증해줄뿐만 아니라, 지구화된 무역을 통해 얻고 있는 경제적 이득 또한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비지출과 무기수출 면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건강, 교육, 환경보호와 같은 국가적 필요들에 써야할 자원을 냉전시기의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탕진하고 있으며, 지구경제를 파괴시키는 분쟁의 도구(무기)를 세계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나라이다.

사실, 경제의 세계화와 여러 무역규범들을 조절하고 있는 금융 기구들은 전쟁경제에 투자하고 있는 자들에게 많은 이득을 제공하고 있다. 대략적으로 말해보자면, 경제의 세계화는 엄청난 부를 소수의 엘리트에게 집중시키고 초국적 기업들의 경제적 정치적 활동무대를 확장시킴으로써,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국가의 역할 또한 축소시키고 있다. 증대되고 있는 자연자원 (산림, 원유, 수자원 등등)의 고갈, 환경파괴, 노동조건의 악화 등은 분쟁과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군사력 강화의 명분이 되고 있다.

국가안보 예외조항

무기제조업자들 또한 WTO체제하에서(WTO는 단일한 무역규범을 창출하고 집행하는 국제기구로 지난 1995년 설립되었다) 특별한 보호를 받으면서 이득을 얻고 있다. WTO체제하에서 개별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 환경, 인권,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들은 기업 측의 이윤을 제한하는 ‘비관세장벽’으로 제소 당할 수 있다. WTO체제 내에서 건강, 환경, 노동권 등은 보호되지 못한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호르몬이 함유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으며, 가스 세정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공기정화법 또한 불공정한 장벽으로 제소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사부문과 관련한 행위들 -예를 들어, 무기연구 및 수출에 지급되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같은- 은 WTO 체제 내에서 보호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조항인 가트 21조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개별 나라들은 어떠한 행동이건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국의 불가피한 안보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행위들… 예컨대, 무기 및 군수품의 이동, 전쟁수단들, 군수용으로 여겨지는 여러 물품의 이동, 혹은 전쟁이나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와 관련한 목적으로 이동되는 여러 물품의 이동”

가트(GATT)와 관련해 처음으로 협상이 진행되던 1947년, 각국 정부들은 주권에 대한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가트에 “국가안보 예외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오늘날 이 안보 예외조항은 WTO, NAFTA, 그리고 다른 국제 무역협정들에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은 어떤 이유에서건 국가안보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군비지출에 대해 포괄적으로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는 정부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 다시 말해 외부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대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군대와 경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21조는 WTO내에서 가장 강력한 예외조항이다. 왜냐하면, 이 조항으로 인해 개별 정부들은 ‘불가피한 안보이해’라는 것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군사문제가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국가주권의 영역’이라는 견해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은 안보예외조항에 따라 채무국들의 군비축소의지와는 상관없이 차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군비지출이 경제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채무국들이 군비축소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WTO의 국가안보 예외조항은 이런 공식적인 권고와는 상반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군사부문은 WTO가 정부활동의 자유를 인정한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WTO회원국들을 군수생산과 무기무역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하고 있다.

세계 군사비 지출의 62%가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4대 경제강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안보예외조항은 이들이 (작은 군사예산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무역규범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는) 발전도상국들에 대해 경쟁상의 우위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이들 강대국들 – 이 나라들이 지출하고 있는 군사비는 총 4950억 달러에 달하며, 이중 2760억 달러는 미국의 군사비이다- 은 자국내 군수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우주항공 및 전자

부문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나라들은 국가안보예외조항을 그들의 국내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지원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 글·번역·정리 :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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