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스키의 체포: 과두재벌의 소동

「주간녹색좌파」6/28 보리스 카갈리츠키

모스크바 – 지난 13일 미디어모스트(Media-MOST) 회장 블라디미르 구신스키가 체포되자마

자 항의가 일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의 독재”라는 자신을 약속을 찬양하고 범죄자들을 가차없이 다루

겠다고 변죽을 울리면서 환호작약한) 블라디미르 푸틴을 대통령 후보로 천거한 사람들의 목

소리가 특히 분분했다. 그리고 실제로 당국이 체첸 촌락들을 폭격하거나 비보르그의 노동자

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이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행해지는 현실이다)과 존경받는 인사인

한 백만장자가 체포되고 게다가 부티르카 교도소의 한 감방에 80명의 죄인 속에 갇히는 것

(이는 진짜 공포를 불러올만한 사건이다)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구신스키의 체포는 대중적 불만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한 과두재벌에게 닥친 불행

은 평균임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기 마련이다. 거

리와 술집, 부엌 등에서 보여지는 일반적인 분위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구신스

키를 계속 감옥에 넣어두고 그의 경쟁자인 또다른 과두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함께 가

두라는 것이다.

만약 푸틴이 표트르 대제의 전례를 따라 자신 주위의 교활한 귀족들을 재빨리 해치우려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열광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그의 복수를 불러온 동기가 무엇이든간

에 말이다. 이 나라 국민 모두는 과두재벌에 진저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중의 희망은 또다시 좌절될 것이다.(하지만 국민들이 진지한 희망을 부여잡고 있다고 말

하기는 힘들다. 부패나 과두재벌에 대한 투쟁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

다. 그저 부패한 과두재벌 내부의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구신스키의 체포가 야기한 “자유에 대한 위협”에 관한 비명의 와중에서 핵심적인 지점이

잊혀졌다. 과두재벌과 언론인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또는 잊혀진 것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반체제 언론인인 안드레이 바비츠키가 체첸에서 교환되었을 당시, 지금

분개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당국을 지지하거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나쳐버렸다.(바

비츠키는 체첸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적극 보도하던 기자다.처음 러시아 관리

들은 바비츠키가 합당한 취재허가를 받지 않았고 체첸 테러리스트들과 협력한 혐의가 있어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그후 크렘린 당국은 바비츠키의 동의 하에 그를 체첸 반군

에게 인도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그는 2월 6일 녹화됐다는 비디오테이프에 잠시 모습

을 나타낸 후 행방이 묘연하다-옮긴이)

서방의 경우에 특히 그러했다. 독일의 저명한 러시아 전문가인 라르씨는 애통해마지 않았

다. “우리는 체첸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기를 바랬습니다. 이제 구신스키에 관한 스토리가

전개되는군요. 수만 명의 평화적인 민간인들이 살해당했고 촌락들이 불탔습니다. 이 모든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잊혀져야 합니다. 바비츠키에 대한 탄압은 기억할 가치도 없지요. 그

런데 한 과두재벌이 체포되었다니! 이것을 잊어버리거나 용서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언론의 자유

어쨋거나 러시아의 언론자유는 위협을 받고 있다. 구신스키가 그저 은행계좌에 몇백만 달

러를 갖고 있는 자유의 화신이어서가 아니다. 국내의 모든 전자매체와 상당수의 신문이 과

두재벌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당국이 언론인들에게 압력을 가할 이

유가 없다. 과두재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이것은 어렵지 않다. 과두재벌

들과 당국은 결국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과두재벌 가운데 하나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과두재벌은 “자신의” 기자들에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압력을 넣을 것

이다. 모든 것은 법률과 사적 발의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국가는 언론인들에게 포고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만일 언론사주들이 자신의 종업원

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말한다면, 이것은 사적재산의 신성한 권리이다. 만일

기자들이 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들은 다른 신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

또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면 된다.

구신스키에게 닥친 보복은 단순히 정보분야에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가 아니다.

1999년 봄 많은 사람들이 아직 푸틴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때, 재산의 재분배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과두재벌들은 혁명적인 프롤레타리아트나 국가관료들에 의해 착취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과두재벌들에게 착취를 당했다. 식량공급이 급속히 떨어지면 몇몇 약탈자들이 다른 약탈자

들을 갈취했다.

강자는 약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여 살아났고 구신스키는 약했다. 첫째 그는 석유나 알루

미늄 산업같은 곳에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직 정보산업 한 곳에서만 자신의 제국을

세웠다(러시아에서 전문화는 곧 재난에 이르는 길이다).

둘째, 구신스키는 지난 가을 정치적 도박에서 판단을 잘못해, 모스크바 시장인 유리 루슈

코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데 판돈을 걸었다. 만일 루슈코프가 이겼다면 다른 사람이 구신

스키 대신 감옥에 갔을 것이다. 자유주의 인텔리겐챠들은 똑같은 이유에서 분개하겠지만 구

신스키가 아니라 베레조프스키를 옹호하게 될 것이다.

반체제적이지 않음에도 보복의 칼날이…

구신스키에 대한 복수는 당연히 크렘린의 (정치) 음모자들이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고 언

론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억누르지 않으면서 미디어모스트 그룹을 해체하면 끝날 것이다. 언

론의 자유는 자연사하게 될 것이고 구신스키의 TV방송사인 NTV는 이러한 과정을 가속화화는

데 있어 아무런 조그만 역할도 못할 것이다.

당국이 구신스키에게 이런 보복을 가한 것은 분명히 역사의 아이러니다. 구신스키가 소유

한 NTV는 반체제 방송국은 아니었다. 1996년에 이 방송은 옐친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구신스

키는 옐친의 득표율 상승에 많은 공헌을 했다.

2차 체첸전쟁을 보도하면서 NTV 기자들은 정부의 공식발표와 어긋나는 보도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들은 군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방송했으며 이 가운데는 체첸군이 수천 명이나 죽

은 데 비해 러시아군은 사상자가 전혀 없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NTV의 푸틴 관련 보도 태도는 충성 그 자체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NTV의 많은 기자들이

대통령선거 보이코트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필름에 담고 보이코트 활동가들을 인터뷰했지만

이 자료 중 어느 것도 방영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국영 방송인 RTR이 오히려

더 거리낌없이 보도했다.

나는 또한 이 모든 일에 대해 NTV의 한 기자가 설명해준 말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민

간 기업이고 따라서 당국과 갈등을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반체제적 입장이라 함은 특정 관료들에 대한 사소한 비판적 논평이 아니라 국가와 경제,

사회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대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

1993년 모스크바의 일련의 사태들에 관한 NTV의 견해는 다음과 같았다. ‘우둔한 국민들이

대표를 잘못 뽑았다면 의회를 폭격해도 괜찮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다 그런 것이다. 하지만,

1996년 대선 기간 때 벌어진 것과 같이, 열정적인 사람들이 정부청사에서 끄집어낸 부정자

금 상자를 들고 행진하는 것을 보안대가 저지한다고 치자. 그것은 쿠데타를 막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국영방송’과 ‘민영방송’과의 유일한 차이는 후자가 세밀한 부분을 약간 더

확인하고 더 프로답게 일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같았으나 민영방송이 좀더 정확하

게, 덜 뻔뻔스럽게 일을 처리했다.

이것이 구신스키가 처벌받은 이유다. 러시아 당국은 전문가들을 놔둘 수가 없다. 이 전문

가들이 당국의 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구신스키에게 징벌을 가한 이 체제는 지난 10년

간 구신스키가 만들기 위해 노력한 체제이자 그의 오늘날이 있도록 도와준 체제였으며 또한

그가 충실하게 복무했던 체제이기도 하다.

“신러시아인”(신흥 부자들-옮긴이)은 오직 자신들만을 위해 복무하며 거대한 자본의 축적

이 수백만 인민의 곤궁속에 이뤄진다는 사실에 아주 만족해한다.

그러나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무로부터 생겨난 재산은 같은 방식으로 사라져버

리는 습관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유죄선고를 받은 중죄인이 백만장자가 되었고 이제는 그

역이 일어난 것일 뿐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일이다.

어쨋든 이번 사건에서 크렘린은 그의 지지자들보다 너무 멀리 나갔다. 하나의 전례가 만

들어진 것이다.

이전에 과두재벌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존재였다. 정치적 라이벌조차도 부패 혐의로 감

옥에 보낼 수 없었다. 모든 엘리트 구성원들이 같은 이유로 감옥에 갈 수 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투옥하는 이들조차도 부패 혐의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사실은 이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감옥에 가야할 사람들이다).

온실 속에서 전략적 입장을 취해온 사람들이 이제는 우파와 좌파로부터 돌맹에 세례를 받

고 있다.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어쩌면 매우 다른 상황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전면적인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당국이 인

공적인, 관리가능한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곧 답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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