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자 미디어 오늘 >

조선일보가 남북공동취재단 취재거부를 한 북한측과 다시 한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지난달 30일 <남한 언론 길들이기 용납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대해 북한측이 평양방송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고, 조선일보가 11일 다시 사설 <조선일보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를 통해 맞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과 북한의 신경전에는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북한측이 ´폭파위협´을 했다고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북한측이 조선일보 기자들의 결의문에 대해 평양방송을 통해 “길들여야 할 대상”이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와 북한의 신경전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구원이 있는 거죠. 북한측이 지난 8일에 논평한 내용에도 북측의 반조선 감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평양방송은 “1997년 6월에 감히 우리의 체제를 악의에 차서 비방중상하였으며 1999년 11월에는 그 무슨 소요설까지 내돌리며 갖은 모된 짓을 하고 있는데 대해 경종을 울리고 조선일보를 폭파해 버리며 우리 공화국 경내에 단 한 발자국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단호히 경고한 바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선·북한의 신경전 석연찮다

그러면 북한측이 밝힌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인지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97년 6월 24일자 사설 <김정일 물러나야>에서 굶어죽은 북한주민의 참상을 보도한 KBS 「일요스페셜」을 보고 “북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김일성-김정일체제 지배자들에 대한 끝없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김정일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99년 11월2일자 <함북 온성서 폭동설 북군, 헬기동원 진압>에서는 “북한 함경북도 온성 지구에서 지난달 중순 폭동이 발생, 무장 병력이 충돌하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북한을 왕래하는 소식통들이 1일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11월5일 “우리 인민군대와 인민 사이에 불화를 조성하고 조선군 혁명영도에 흠집을 내기 위한 오위 모략보도”라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반박을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폭동설´ 보도는 탈북자 인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유도했고 북한의 외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올해 4월쯤에도 조선일보 사보에 난 <북한 고려호텔 월간조선 비치> 사진에 대해서도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일보의 날조´라고 반박 논평을 내기도 했었구요. 이처럼 조선-북한의 대립과 반목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습니다. 북한측이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을 거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상황과 경우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조선 김창기 정치부장이 북에 간 이유는

북한이 논평을 발표한 8일(토요일), 조선일보의 김창기 정치부장은 다른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5일부터 3박4일 동안 북한측의 공식적인 입북절차를 거치고, 금강산을 갔다가 돌아오는 중이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북한이 조선일보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당일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북한을 다녀올 수 있었다는 점,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좀더 취재해야 할 부분이지만 북한측이 조선일보를 정말 위해할 생각이 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선일보도 남북화해 무드가 형성된 시점에서 나온 북한측의 논평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또 북한측이 평양방송에서 주장한 “민족의 단합과 통일에 저해를 주는 이따위 행위는 언론의 자유문제가 아니라 엄중히 다스려야 할 반역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죄행을 저지른 자들이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신성한 협상마당에 머리를 들이밀 자격도 자리도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일이다. 조국통일의 길 위에 가로놓인 걸림돌은 들어내야 하고 암초는 폭파하여 없애버리는 것이 순리이다”라는 내용을 곰곰이 들여야 보면 진짜 ´폭파위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평양방송의 “거세찬 통일의 흐름에 역행해 나서는 조선일보와 같은 것들은 마땅히 민족의 이름으로 천백번 길들이기를 똑똑히 하고 단호히 결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평도 북한측의 호전적인 용어사용을 본다면, 조선일보의 취재거부에 대한 의지표현과 반조선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조선일보의 내부적인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더 이상 해석은 일단 접기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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