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간의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회담은 상견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만남이었지만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양자 협의체제를 구축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국제무대에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회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아세안확대외무장관회의(PMC)를 앞두고 열린 덕에 국제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으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전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회담에서 양측은 크게 세가지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벌여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첫번째로 거론된 것은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문제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특히 유엔의 지지라는 외교적 힘을 바탕으로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8월 초 이전에 밀레니엄 의제로 등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각종 성명 채택을 추진해왔다. ARF 의장성명에 한반도 조항이 포함될 예정이며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특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RF 의장성명에는 이미 북측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번째 의제는 남북 유엔대표부간 대화채널 구축과 남북 외무장관회담 정례화이다. 둘다 외교분야에서 남북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이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밀레니엄 결의안 추진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 통로가 필요하다”며 “국제무대를 대변하는 유엔대표부간의 대화채널 구축은 상호 협력체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남북 외무장관회담 정례화는 실무대화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것이다. 양측 장관은 별도의 기회를 마련하지 않고 ARF와 유엔총회 등 연례적인 만남의 기회를 활용한다는 방안을 택해 실현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밖에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유도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우선 북한의 대미·대일 수교과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IBRD) 가입을 위한 공동노력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장관은 또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협력사업에 객원회원국으로 북한을 초청하는 문제와 ASEM 협력사업 참여를 제안하고 북한이 원할 경우 이를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인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여전히 풀기 힘든 문제다. 특히 이 문제는 국제무대 진출의 ‘심사관’ 격인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이어서 계속 북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방콕/이주승기자 ja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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