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상환 교수는 내년부터 <한국사회의 이해> 강의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윤성효기자)

지난 7월 24일 창원지방법원 형사합의3부(재판장 이재철)는 6년 동안 끌어온 경상대 교양 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이적성이 없다”며, 장상환(경제학), 정진상(사회학) 두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무죄 선고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철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장상환 교수를 만나 무죄 선고의 의미와 국가보안법의 철폐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무죄를 선고 받은 소감은 어떻습니까?

“우선 기쁩니다. 7년 동안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난 기분입니다. 재판부의 이번 무죄 판결은 학문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억압을 저지한 역사적 판결로서 우리 사회 변화의 증거이고 국보법 철폐의 주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들과 학교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동료교수님들과 학생들, 사건 즉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투쟁하신 민교협 교수님들에게 특히 감사드립니다.”

– 검찰에서 즉시 항소한다고 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례적인 절차로 생각합니다. 94년 사건 당시 최인석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이 책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저와 정진상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던 것입니다. 애초에 무리하게 대학교재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점과 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의 지나침을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검찰의 올바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 6년 동안 재판을 진행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말하고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사회의 이해’가 폐강되었고, 글쓰고 책내는데 심리적 위축을 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95년에는 매월 한 번씩의 재판 준비 때문에 아무 연구도 하지 못했습니다.

95년 여름에는 답답하여 술을 매일 먹었더니 위가 나빠졌습니다. 인상깊었던 것은 8월 30일 저희들이 경찰에 자진출두할 때 1000여 명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집회에 참석하여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일부 수구세력들이 지난 94년 남북정상회담 좌절 후 공안정국의 분위기를 타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교수들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동원하여 공격한 사건입니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무죄 판결로 이러한 무리한 학문탄압 시도는 좌절되었습니다.”

– 지역과 중앙의 기득권세력이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신다면?

“평범한 내용의 책인데도 사건으로 제기된 것은 김영삼정권 초기에 지방 토착비리 세력 사정으로 위기에 몰린 진주 지역의 일부 토호세력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 책 필자들(모두 민교협 소속 교수들임)의 비판 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공안기관을 동원하여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기를 부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다.

실제로 대학교수의 강의 교재를 이적 표현물로 문제삼은 사례는 군부독재 체제하에 있었던 70, 80년대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 6년전 박홍 전 서강대 총장 등 공안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인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비이성적인 시대착오적 존재로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그들 극우세력은 설 땅이 없어졌습니다.”

– 당시 언론에서 편파·왜곡보도로 인해 사건을 오해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당시의 언론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부 수구 언론은 당시 검찰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반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인석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판결에 대해 용공판사인 것처럼 비난하였습니다.

이것은 언론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언론사의 소유경영체제도 소수 기득권세력들이 사유물시하지 못하도록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 1심 재판부는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서 판단했다고 했는데, 판결문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찾는다면?

“재판부는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현행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더라도 무죄라고 하였습니다. 집필동기와 전후사정, 조직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마르크스주의 방법을 원용하여 한국사회를 분석한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민중·신식민지·종속 등의 문구가 있으나 사회과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 이번의 무죄 선고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이 확산되는 것 같은데,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일삼는 국내 기득권 세력의 정권안보를 위하여 존재해왔습니다. 민중들은 ‘말 많으면 빨갱이’,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에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 결과 제반 모순을 누적시켜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그냥 두고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사건 전체를 정리한 자료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명서, 신문기사 등에다가 공판기록까지 합하면 엄청난 분량이 될 것입니다. 누가 거짓말하고, 사실을 왜곡했는지 분명히 밝혀 교본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 ‘한국사회의 이해’가 경상대 교양교재로 사용되다가 94년 2학기 때 폐강되었는데, 어떤 이는 교양 강좌를 다시 개설해야 한다고 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죄 판결이 났으니 모든 것이 즉시 원상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이해’ 과목은 이번 2학기는 이미 시간표 작성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개설이 어렵습니다. 준비를 거쳐 2001년 1학기부터 개설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94년판을 개정한 <한국사회의 이해>(2000년판)를 2학기에 준비할 계획입니다.”

– 이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교훈은 이해관계와 주장이 다른 상대방을 말살함으로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반인간적인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과 사회를 파괴하는 것으로 하루 속히 불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 핵심적 과제입니다.”

(오마이뉴스/윤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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