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1,067명의 기록을 모은 디지털기록관이 문을 연다. 1989년부터 2026년까지 확보한 산업재해 사망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실태를 살펴보기 위한 공간이다.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울산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980명으로, 한 해 평균 약 36명에 달했다. 사망자 절반 이상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울산 산재사망노동자 디지털기록관 추진위원회’는 오는 21일 오후 6시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기억으로 여는 안전한 울산’을 주제로 개관식을 열고 디지털기록관(ulsanworkermemorial.kr)을 공개한다.
이번 기록관은 산업도시 울산의 성장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단순한 통계가 아닌 한 사람의 삶으로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추진위원회는 1962년 울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다치거나 병들었다고 지적했다.
추진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단순한 숫자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죽음을 기록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삶과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록관은 지역언론사 울산저널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추진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자동차지부, 울산저널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이 연구팀을 꾸려 자료 수집과 분석을 맡았다.
연구팀은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의 업무상재해 유족급여 승인자료 1,575건을 비롯해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의 사고성 중대재해 사망자료 112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사고 사망자료 217건, 현대자동차지부의 사고 사망자료 9건, 울산지방법원의 산재사망사고 관련 판결문 123건 등을 수집했다.
연구팀은 1989년부터 2026년 9월까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복 자료를 제외하고 울산 지역 산재사고 사망노동자 1,067명의 기록을 정리했다. 다만 1999년 이전 자료는 현대중공업 기록에 한정돼 있어, 구체적인 통계 분석은 2000년 이후 사망노동자 98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분석 결과 2000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울산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연평균 약 36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2년 56명, 2001년 53명, 2004년과 2006년, 2016년 각각 48명이 숨졌다. 최근 3년간 기록된 사망자는 2023년 25명, 2024년 34명, 2025년 40명으로 증가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558명으로 전체의 56.9%를 차지했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9명(21.3%), 300인 이상 사업장은 163명(16.6%)이었다. 전체 산재사고 사망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사망자가 448명(45.7%)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이 349명(35.6%)으로 뒤를 이었다. 두 업종의 사망자를 합하면 전체의 81.3%에 이른다. 운수·창고 및 통신업은 77명(7.9%), 기타 사업은 75명(7.7%)이었다.
연구팀은 제조업체 내부에서 공사를 하다 숨진 노동자 22명을 별도로 분류했다. 이러한 사고는 통상 건설공사로 분류돼 제조업체가 발주처로 취급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제조업체 내부에서 발생한 공사 사고에 대해 해당 업체가 유해·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 살펴 도급인인지 발주처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숨진 노동자가 292명(29.8%)으로 가장 많았다. 기계나 설비에 끼이거나 감겨 숨진 노동자는 134명(13.7%), 부딪힘 사고는 71명(7.2%), 물체에 맞아 숨진 노동자는 64명(6.5%)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91명(29.7%)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254명(25.9%), 60대 이상 180명(18.4%) 순이었다.
기록관에는 사망노동자들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기억의 벽’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는 개관식에서 기록관의 설립 배경과 자료 수집 과정, 운영 방향을 공개한다. 김형균 울산저널 대표가 기록관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이정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기록관의 구성과 활용 방법을 설명한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추가 자료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기록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 1989년 이후 산재사고 사망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축한 기록을 1989년 이전 사망자와 업무상 질병으로 숨진 노동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추진위원회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록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앞으로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울산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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