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위 법관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빗대면서 온라인에서 농담처럼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청년들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정권에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0월 10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사실상 요새로 변했다. 전국적으로 선거인명부를 정비하려는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바퀴벌레 잔타당(Cockroach Janta Party·CJP)’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Z세대 운동 단체가 좌파 학생단체들과 함께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7월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대응해 경찰과 준군사조직 병력 2만 명 이상을 배치하고, 델리 중심부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며, 도심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당국은 CJP 지도부와 주요 야당 정치인들을 포함해 시위 참가자 수천 명을 연행했다.
이번 시위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선거인명부 정비 사업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사망자나 중복 등록자,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선거인명부에서 제외한다는 명목으로 ‘특별 집중 정비(Special Intensive Revision·SIR)’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이 사업으로 인해 정당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마저 투표권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선거인명부 초안에서 1억 3,000만 명의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인도 선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더 큰 흐름의 일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키고 권위주의적 정부를 구축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SIR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SIR을 통해 무슬림 유권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유권자들을 선거인명부에서 제외함으로써 최근 여러 주에서 치른 선거에서 모디의 바라티야 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BJP), 즉 인도국민당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Z세대의 시위는 좌파 정당을 포함해 다양한 성향의 야당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시위에 진정한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는 정부의 폭력적인 탄압에도 뉴델리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도 청년들이다. 이들은 기발한 발상과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손한 태도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해 온 인도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주목할 만하며, 앞으로 인도의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모디는 인도의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꿨나
인도에서는 매년 선거인명부를 정비해 새로운 유권자를 등록하고, 사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명부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2025년 6월부터 시행한 SIR은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기존의 유권자 등록 절차를 뒤집어 놓았다. 과거에는 선거관리 담당자들이 유권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등록 여부를 확인했지만, SIR에서는 유권자 스스로 서류를 작성하고 투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도록 했다. 선거관리 당국은 유권자 정보를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에 실시한 이전 SIR의 기록과 대조하고, 많은 경우 유권자들에게 투표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SIR 비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정당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을 선거인명부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IR을 추진하는 기관은 인도의 최고 선거관리기구인 인도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 Commission of India·ECI)다. 이 위원회는 전국 단위의 선거뿐 아니라 주 단위의 선거도 관리한다. 인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인구가 많은 주들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의회가 탄핵해야만 해임할 수 있다.
중요한 전환점은 2023년 12월에 찾아왔다. 당시 인도 정부는 선거관리위원의 임명 절차를 변경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행정부가 선거관리위원 임명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같은 법률에 선거관리위원들에게 법적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SIR 도입을 주도한 선거관리위원장 갸네시 쿠마르(Gyanesh Kumar)가 공교롭게도 새 법률에 따라 처음 임명된 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 이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인명부의 중앙집중화가 인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유
9월 23일 <인디언 익스프레스>가 선거관리위원 3명 중 2명이 SIR 시행 과정에 대해 최소 14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하면서 SIR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두 위원은 신규 유권자 등록 절차, 선거인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하거나 복구하는 방식, 명부에 다시 등록된 유권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등 여러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명부에 대한 접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각 지역 선거관리 담당자들이 유권자의 명부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분권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인디언 익스프레스>의 보도에 따르면 SIR은 유권자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인 에시넷(ECINET)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결과 선거인명부 관리 권한이 점점 중앙에 집중되면서 델리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본부가 유권자 명부에 대해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하게 됐다. 신문은 그 사례로 고아주에서 벌어진 일을 소개했다. 고아주 선거관리 당국은 유권자 97명의 이름이 실수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 고아주 최고선거관리책임자가 뉴델리의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여덟 차례나 보냈지만, 기한이 지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이들 유권자는 선거인명부에서 제외됐다.
인도의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지도자 라훌 간디(Rahul Gandhi)는 선거인명부에 유권자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작업이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에 비판적인 유권자 일부의 투표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벵골주에서는 2026년 4월 주의회 선거를 앞둔 몇 달 동안 약 900만 명의 이름을 선거인명부에서 삭제했다. 그 선거에서 모디의 인도국민당은 처음으로 서벵골주 정권을 차지했다. 선거인명부에서 제외된 유권자 가운데 34%가 무슬림이었다. 하지만 무슬림은 서벵골주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하다. 인도국민당은 선거인명부에서 제외한 무슬림 중 상당수가 ‘불법 방글라데시 이주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도 국적자들도 대거 제외됐다는 증거가 나왔다. 삭제된 유권자 약 250만 명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심판기구가 심사를 마친 사건은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심사를 마친 사건에서는 약 90%의 유권자가 다시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202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모디에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상황이 펼쳐졌다. 인도국민당은 힌두 민족주의 이념을 공유하지 않는 지역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간디가 이끄는 인도국민회의 중심의 야당 연합은 과반 의석에 38석 모자란 234석을 확보했다. 인도국민회의의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선거운동 지출 규모에서도 인도국민당에 크게 뒤졌음에도 거둔 성과였다. 그 결과 인도에서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많은 국민이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부에 맞서 싸울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인도에서 ‘바퀴벌레 운동’은 어떻게 성장했나
지난 5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바퀴벌레 잔타당(CJP)이 일주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500만 명을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7월 말 인도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 내면서 다시 한번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었다. CJP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운동은 인도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 온 불만과 갈등에서 비롯됐다. 운동은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인도인 학생 아비지트 딥케(Abhijeet Dipke)가 풍자적인 농담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인도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Surya Kant)가 정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업 상태의 인도 청년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빗댄 것이 계기였다. 딥케는 엑스에 “모든 바퀴벌레가 힘을 합치면 어떻게 될까?”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수백만 명이 호응했다. 딥케는 6월 6일 보스턴에서 뉴델리로 돌아와 곧바로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로 향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채용 경쟁시험을 부실하게 관리한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딥케는 정치 조직화 활동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뉴델리의 좌파 학생단체들과 손을 잡았다. 이들이 처음 시작한 시위는 36일 동안 이어졌고, 인도 전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수많은 학생과 취업시험 준비생, 학교 교사, 건설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달리트, 무슬림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운동 지도부는 경쟁시험 문제를 쟁점으로 삼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 계층 상승의 기회가 무너지는 현실에 좌절해 온 인도 청년들의 불만을 결집했다. 인도에서는 특히 대학 학위나 대학원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들의 실업률이 높다. 2025년에는 국영 인도철도가 직원 8,868명을 채용하는 데 무려 1,200만 명 이상이 지원했다. 실업 위기는 높은 생활비와 휘발유 가격 인상, 환경오염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도의 많은 도시에서는 산업활동으로 발생한 오염물질이 뿌연 연무를 형성해 거의 일 년 내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회계연도 GDP가 7.7% 성장했다는 수치를 내세우며 경제적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평등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존폐 위기에 놓인 인도 민주주의
인도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돼 왔음에도 오랫동안 질서 있고 투명한 선거 절차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인도 정치를 지켜본 사람들은 한때 강력했던 제도적 장치들이 무너지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구금되거나 경찰의 탄압을 받을 위험에 처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2019년 모디가 재선에 도전했을 때, 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가 선거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여섯 건의 신고에 대해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집권 2기에 들어선 모디는 선거관리위원 임명 절차의 독립성을 더욱 훼손했다.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정당에 유리하도록 정치적 경쟁 환경을 바꾸고 인도를 사실상 일당 지배 국가로 만들려는 또 하나의 시도로 받아들였다. 2024년에는 야당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가운데서도 모디가 이전보다 더욱 분열을 조장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 SIR 역시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지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거인명부에서 사망자로 잘못 분류된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9월 24일, <인디언 익스프레스>가 SIR의 여러 문제점을 폭로한 다음 날, 아비지트 딥케와 CJP은 선거관리위원장 갸네시 쿠마르의 해임과 SIR 절차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바퀴벌레’들은 더욱 거센 대중적 저항의 불길을 지폈다.
투표권을 지키려면 대규모 시위가 필요하다
올여름 교육 개혁에 반대하며 벌였던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Z세대 운동은 민주적 선거제도가 훼손되는 현실에 대한 인도 국민의 분노를 결집하려 했다. 바퀴벌레 잔타당과 함께 좌파 학생단체인 전인도학생협회(All India Students’ Association·AISA)도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강력한 시위 활동을 이끈 조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AISA는 인도공산당(마르크스-레닌주의) 해방파의 학생조직이다. 이 단체의 활동가들은 대규모 집단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경험과 조직적 규율, 정치적 신념을 발휘해야 했다.
AISA 대표 네하 보라(Neha Bora)는 이달 시위가 시작되기 전 <자코뱅>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위는 민주주의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우리는 이제 권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이 운동에서 분출한 에너지를 우리나라를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투쟁으로 이어가야 한다. 우리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할 가능성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이런 시위는 지금과 같은 폭력의 시대도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굳게 한다.”
CJP의 딥케와 AISA의 보라를 비롯한 운동 지도부는 10월 10일 공동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인도 경찰은 전국에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연행했다. 시위 당일에는 정부가 경찰과 준군사조직 병력 2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가 도심에 모이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강경 진압에도 저항의 물결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라훌 간디가 이끄는 야당들 역시 별도의 시위를 조직했고, 10월 12일 수천 명의 시민과 함께 대법원을 향해 행진했다.
이번 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인파는 모디 집권기에 벌어졌던 과거의 대규모 저항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에도 인도 무슬림 공동체의 투표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거나 농민들을 더욱 취약한 처지로 내몰 수 있는 법률에 반대해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당시 시위 역시 BJP의 비슷한 탄압에 직면했다. 정부는 시위 지도자들을 비방하는 공세를 펼쳤고, 과도한 경찰력을 동원해 시위를 저지했으며, 결국 대테러법을 적용해 활동가들을 체포했다. 샤르질 이맘(Sharjeel Imam)과 우마르 칼리드(Umar Khalid) 같은 무슬림 활동가와 지식인들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6년째 수감돼 있다.
그러나 이번 Z세대 운동은 BJP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졌다. BJP이 주요 TV 뉴스 채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여론의 흐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TV 뉴스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을 파키스탄이나 중국처럼 인도가 외부의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을 위해 활동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려 했다. 하지만 바퀴벌레 잔타당 지도자 사우라브 다스(Saurav Das)와 아슈토시 란카(Ashutosh Ranka)가 인도 국기를 들고 있다가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이 운동은 공통의 사회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폭넓은 연대 세력을 빠르게 형성했을 뿐 아니라, 종교와 카스트, 계급의 경계를 넘어 인도 청년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불안과 문제의식을 결집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인도 국민들은 지속적인 정치적 변화를 이뤄 낼 수 있다는 실질적인 희망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모디가 지금 국가 권력을 총동원해 이들을 탄압하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출처] In India, “Cockroaches” Are Leading the Fight for Democracy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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