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두재벌, 즉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가진 자본가들이 오늘날 정치경제에서 갈수록 중요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제도적 자본’, ‘사회적 자본’, ‘계급 자본’과 구별되는 ‘개인 자본’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최상위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순자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사람은 약 3,500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전 세계 부의 약 3~3.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사업과 기술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입장을 통해 오늘날 세계에 자신의 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는 신봉건적 생산양식이 등장했다는 주장에 별로 설득력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날 과두재벌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귀족계급’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기업 자본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은 물론, ‘주주가치’가 화두였던 금융화 초기 단계와 비교하더라도 이들의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
참고로 억만장자들이 오늘날 사람들의 상상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들을 초고액 자산가나 ‘부자’ 전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초고액 자산가나 부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억만장자보다 훨씬 넓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최상위 부유층 1.5%는 전 세계 부의 48.4%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는 약 251조 달러에 해당한다. 이 집단에 속하려면 순자산이 ‘고작’ 100만 달러를 넘으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이 집단에 속하는 성인은 약약 700만~800만 명이다. 순자산이 1억 달러 이상인 집단의 경우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가 답답할 정도로 어렵지만, 대략 3만~10만 명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순자산이 500억 달러를 넘는 초거대 억만장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약 30명에 불과할 정도로 극소수다.
우리는 이런 거대한 부를 소유한 과두재벌들이 국가와 국경, 사법 관할권 등 일상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별개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상상하기 쉽다. 실제로 이들은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와 같은 조세·법률 관할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역외’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 세력이다. 하지만 ‘역외’라는 공간 자체가 일종의 ‘예외적’ 영역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 경제활동의 압도적 다수가 여전히 국민국가나 EU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중국만큼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중국은 엄격한 외환 통제 장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경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몇 편의 글에서 자본계정 규제와 외환 통제가 중국의 부를 서구의 부와 분리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장벽에 갇힌 부(walled-in wealth)’라는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다.(차트북 455)
차트북 476에서는 중국에서 억만장자들의 부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기와 시진핑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았다. 1980년대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기업인들이 축적한 부와 영향력, 그리고 부패와 같은 문제에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기반을 구축하고 막강한 권력을 확보한 억만장자 과두재벌 집단이 제기하는 문제와 본격적으로 씨름해야 했던 지도자는 시진핑이 처음이다. 2020년 중국 정부는 마윈(Jack Ma)을 압박하고 부동산 호황을 의도적으로 진정시키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베이징의 통제력을 확고히 했다. 이후 산업정책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서구에서는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담론이 등장했다.
지난주 발표된 2026년 후룬 부자 순위(Hurun Rich List)는 ‘장벽에 갇힌 부’에 관한 이야기를 최신 자료로 다시 살펴보고, 중국의 개인 자본가들이 축적한 부가 중국 경제 전반의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후룬(Hurun)은 영국·룩셈부르크 출신 사업가 루퍼트 후거워프(Rupert Hoogewerf)의 중국식 이름인 후룬(胡润)에서 이름을 따온 조사기관이다. 후룬은 1999년부터 중국 부자 순위를 발표해 왔으며, 2012년부터는 인도 부자 순위도 발표하고 있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후룬 부자 순위는 중국 부유층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 이 글은 최신 순위 발표와 함께 공개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조사 방법론에 대해 후룬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국 최고 부유층의 자산을 평가하는 일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에 가깝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는 후룬 부자 순위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자산 규모를 측정하려는 가장 진지한 시도라고 믿는다. 바이트댄스(ByteDance),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화웨이(Huawei)를 비롯한 대기업의 주주 가운데도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지분을 0.1%만 보유해도 후룬 부자 순위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가치가 높다. 우리 조사팀은 올해까지 28년 연속으로 중국 전역을 누비며 기업가, 지방정부 관계자, 산업 전문가, 언론인, 은행 관계자, 규제당국 관계자들과 정보를 교차 검증했다. 또한 과거 조사 자료도 함께 활용했다. 비상장기업의 경우에는 같은 업종의 상장기업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업종의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했다.
후룬연구소는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에서 자산이 50억 위안(약 7억 4,000만 달러)을 넘는 사람을 1,529명 찾아냈다. 따라서 이 자료에는 흥미롭게 살펴볼 만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무수히 담겨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추려낼 수 있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지닌 흐름은 무엇일까?
- 첫째, 중국의 개인 자산가들이 보유한 부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후룬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조사 역사상 가장 많았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21년의 1,460명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과두재벌들의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함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에 착수하고 있었다.
- 둘째, 후룬 부자 순위에 따르면 중국의 달러 기준 억만장자는 현재 1,176명으로 미국보다 많다. 미국의 억만장자 수는 약 1,000명 수준이다.
- 셋째, 중국 경제가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부유층의 자산 규모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순위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의 자산이 감소하거나 정체했다. 후룬에 따르면 “자산이 줄어들거나 변동이 없었던 사람은 911명인 반면, 자산이 증가한 사람은 785명에 불과했다.” 또한 “AI, 반도체, 로봇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산은 급증한 반면, 소비재, 부동산,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는 자산이 감소했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속도로 움직이는 경제를 보여준다.”

- AI: “AI는 이번 부자 순위에서 가장 강력한 부의 창출 동력이다. 현재 후룬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160명, 즉 10명 중 1명이 AI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 중국은 현재 하루에 수백조 개의 AI 토큰을 소비하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양이다.” “반도체, 대규모 AI 모델, 체화형 인공지능(embodied AI)으로 구성된 AI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올해 후룬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들의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부자 순위 1위는 여전히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Zhang Yiming)이다. 그의 개인 순자산은 997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그의 자산은 43%나 급증했는데, 이는 “바이트댄스가 AI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덕분이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Liang Wenfeng)이다. 41세인 그는 순자산 417억 달러로 단숨에 7위에 진입했다. AI 반도체 기업 캠브리콘(Cambricon)의 천톈스(Chen Tianshi) 역시 41세로, 순자산 305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주이밍(Zhu Yiming)이다. 그가 불과 10년 전에 설립한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hangXin Memory)는 지난 7월 증시에 상장한 뒤 기업가치가 한때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바이트댄스와 텐센트를 앞지른 것은 물론, 기업가치가 2,400억 달러인 마오타이(Moutai)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기업이 바이주(白酒) 제조업체에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로 바뀐 것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크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인 슈퍼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불과 한 분기 만에 약 70% 상승한 데다 AI 데이터센터의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컴퓨팅 파워와 관련된 산업 전반이 호황을 누렸다.” 딥시크 외에도 문샷 AI(Moonshot AI), 즈푸(Zhipu), 미니맥스(MiniMax) 등 여러 AI 모델 개발업체가 등장했다. GPU 설계업체 메타엑스(MetaX)의 창업자들 역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 로봇 산업: “AI에 물리적 몸체를 결합한 ‘체화형 인공지능’이 올해부터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후룬 부자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80명이 로봇 산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드론 산업의 선구자인 DJI의 왕타오(Frank Wang Tao)는 여전히 로봇 산업에서 가장 많은 부를 보유한 인물이다. 그의 순자산은 164억 달러에 달한다. 그는 선전의 로봇 산업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기업가를 지도하고 육성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유니트리(Unitree)의 왕싱싱(Wang Xingxing)이다. 36세인 그는 지난 8월 유니트리를 상장시킨 뒤 순자산 103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새롭게 순위에 진입한 인물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유니트리 주가는 상장 첫날 629%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는 한때 660억 달러까지 치솟았고, 왕싱싱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거의 200억 달러에 달했다.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기업가치는 약 350억 달러 수준으로 안정되었고, 왕싱싱의 자산도 상장 직후 최고점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밖에도 애지봇(AgiBot), AI2 로보틱스(AI2 Robotics), 링커핸드(LinkerHand), 갤럭시아 AI(Galaxea AI), 에코백스(Ecovacs), 유비테크(UBTech) 등이 로봇 산업의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중국에서 막대한 부가 집중되는 지역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에서 초고액 자산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도시는 선전이다. 반도체, AI, 로봇 산업이 선전에 집중되면서 이곳의 초고액 자산가는 전년보다 30명 증가한 177명에 달했다. 상하이는 9명 증가한 161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베이징은 6명 감소한 140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홍콩은 3명 증가한 10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선전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은 이른바 ‘하드테크(hardtech)’ 산업이다. “선전은 텐센트(Tencent)의 마화텅(Pony Ma), 비야디(BYD)의 왕촨푸(Wang Chuanfu), DJI의 왕타오(Frank Wang)가 활동하는 도시다. 또한 폭스콘(Foxconn)의 조립 생산라인에서 일을 시작해 이후 럭스셰어(Luxshare)를 창업한 왕라이춘(Grace Wang)의 도시이기도 하다. 럭스셰어는 애플 제품의 조립 생산 분야에서 폭스콘에 도전하는 강력한 경쟁업체로 성장했다. 여기에 올해 AI 공급망에서 막대한 부를 새롭게 축적한 인물들도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HKC의 왕즈융(Wang Zhiyong)과 메모리 반도체 업체 롱시스(Longsys)의 차이화보(Cai Huabo)가 대표적이다. 특히 차이화보의 자산은 올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 이 점은 특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국 부유층이 어느 도시에 거주하고 어디를 활동 기반으로 삼는지는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다. 중국 최고 부유층의 압도적 다수는 중국에서 살고 일하며, 자산도 중국에 두고 있다. 이들이 세계적인 엘리트 계층의 특권을 아무리 많이 누린다 하더라도, 베이징 당국이 이들과 이들의 자산에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AI와 하드테크 외에도 신에너지 산업은 이번 부자 순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배터리 업계의 거물인 58세의 쩡위췬(Robin Zeng Yuqun)은 순자산 573억 달러를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후룬에 따르면 “올해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약 100명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의 사례는 산업 재편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규모의 경제와 에너지 저장 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승리한 반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분야에서 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인물은 더예(Deye)의 장허쥔(Zhang Hejun)이다. 그의 순자산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94억 달러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정전이 빈번한 신흥시장 국가들이 더예의 에너지 저장장치용 인버터를 앞다투어 구매한 덕분이다. CATL의 쩡위췬도 자산이 110억 달러 증가했다. 기업가치가 2,500억 달러에 달하는 CATL에서 에너지 저장 사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부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45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인버터 제조업체 선그로우(Sungrow)의 차오런셴(Cao Renxian)과 쑤레이(Su Lei)는 자산 규모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태양광 제조업은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퉁웨이(Tongwei)의 류한위안(Liu Hanyuan)은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자산이 24% 감소했다. 올해 새롭게 부자 순위에 진입한 인물 중에는 쉬잉퉁(Xu Yingtong)이 있다. 그는 화웨이(Huawei)를 떠난 뒤 불과 4년 전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업체 시그에너지(Sigenergy)를 설립했다. 시그에너지가 증시에 상장하면서 그는 순자산 37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부자 순위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CATL은 2025년 5월 홍콩 증시에서 53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다. 이는 2023년 이후 홍콩에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IPO였다. 특히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A주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CATL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헝가리(Hungary)의 신규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 AI, 하드테크, 신에너지와 더불어 고급 기계 및 첨단 산업장비 분야도 중국 부유층의 자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산업생산과 수출이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차이나 쇼크 2.0’의 또 다른 측면이다. 헝리(Hengli)의 천젠화(Chen Jianhua)와 판훙웨이(Fan Hongwei)는 순자산 449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부자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천젠화는 의류 산업에 사용되는 화학제품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후 2022년 파산한 다롄의 조선소를 단돈 3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헝리중공업은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 상선 선대가 노후화된 데다 친환경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교체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한국 조선소들이 이미 수주 물량을 가득 확보하면서 신규 주문이 중국으로 밀려들었다. 헝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200척이 넘는 선박을 수주했으며, 2030년까지 건조할 선박도 500척 이상 확보했다. 하지만 천젠화의 성공은 더 큰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후룬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약 100명이 고급 산업장비, 즉 ‘기계를 만드는 기계’를 생산하는 분야에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기존 산업을 지배하던 전통적인 강자들을 밀어내고 있다. 량원건(Liang Wen’gen)과 량짜이중(Liang Zaizhong)이 이끄는 싼이(Sany)는 세계 150개국에서 굴착기를 판매하며 캐터필러(Caterpillar), 고마쓰(Komatsu)와 경쟁하고 있다. 왕리핑(Wang Liping)의 헝리유압(Hengli Hydraulic)은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고압 유압실린더 시장의 독점 구조를 무너뜨렸다. 이 회사는 앞서 언급한 헝리중공업과는 관계가 없다. 우보(Wu Bo)의 에스툰(Estun)은 ABB와 쿠카(Kuka)가 차지하고 있던 로봇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독일, 스위스, 일본, 한국이 이 산업의 표준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제 후룬 부자 순위에 등장한 중국 기업가들이 그 표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중요한 점을 일깨워준다. 가장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기술, AI, 반도체처럼 화려하고 주목받는 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약 1,500명이 이름을 올린 부자 순위 전체를 살펴보면 이들 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부유층을 배출한 분야는 산업용 제품 제조업이다.

- 후룬이 지적했듯이, 전통적인 산업 분류가 아니라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부의 원천을 분류하면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분류 방식에 따르면 “현재 후룬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10.4%가 AI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에서 증가한 수치다. 그 밖에 신에너지 분야가 6.5%, 첨단 산업장비 가 6.4%, 증강현실·가상현실·혼합현실(AR/VR/MR)이 5.0%, 로봇 산업이 4.9%, 웹3가 1.8%, 신소재가 1.5%, 소셜미디어가 1.2%, 저고도 경제가 0.8%를 차지했다. 저고도 경제에는 드론과 플라잉 택시 등이 포함된다.”

- 이렇게 기술의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다시 정치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정치적 ‘발언권’을 가진 기업가들이 부자 순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후룬에 따르면 “정치적 발언권을 가진 기업가는 전체의 5.7%로, 지난해 6%보다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던 2021년의 5.1%에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2004년에는 상위 부자 100명 가운데 무려 38%가 정치적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NPC) 대표는 44명으로 지난해와 같았으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위원은 2명 증가한 43명이었다.” 이처럼 중국 부유층 가운데 공식적인 정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 부자 순위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후룬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올해는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가 결실을 맺은 해다. 중국제조 2025는 10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한 10개년 계획이다. 올해 부자 순위 상위 10명 가운데 5명, 상위 100명 가운데 60%가 이 정책이 육성 대상으로 삼았던 산업에서 부를 축적했다. 반도체와 AI부터 로봇, 신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가 여기에 포함된다. 올해 시작된 새로운 5개년 계획은 이러한 산업 육성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AI 플러스(AI Plus)’, 양자기술, 바이오 제조, 체화형 인공지능, 상업 우주산업, 6G 등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지정했다. 이번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가들이 바로 이러한 정책을 현실로 구현하는 주역들이다.”
- 후룬은 최신 5개년 계획이 제시한 첨단기술 분야의 발전 방향을 고려하면 앞으로 어떤 인물들이 새로운 부자로 떠오를지도 짐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부자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번 부자 순위의 모습이 이미 드러난다.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로켓 기업 창업자 3명이 처음으로 부자 순위에 진입했다. 첫 번째는 랜드스페이스(Landspace)의 43세 창업자 장창우(Zhang Changwu)다. 랜드스페이스가 개발한 재사용 로켓 주췌 3호(Zhuque-3)는 올여름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조차 이 로켓이 팰컨 9(Falcon 9)를 능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스페이스 파이어니어(Space Pioneer)의 캉융라이(Kang Yonglai)와 CAS 스페이스(CAS Space)의 양이창(Yang Yiqiang)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들의 이름이 부자 순위에서 훨씬 높은 곳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양자컴퓨팅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서는 아직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이 없지만,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반면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에 속하지 못한 기업가들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후룬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2021년 헝다(Evergrande) 사태가 발생한 이후 부동산으로 축적한 자산은 매년 발표되는 부자 순위에서 계속 감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가 추진한 도시화 정책 덕분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했다. 완다(Wanda)의 왕젠린(Wang Jianlin)이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는 헝다의 쉬자인(Xu Jiayin)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상위 부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이 부동산 업계에 종사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의 부동산 개발업자가 단 한 명도 상위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부자 순위 상위권에 남아 있는 부동산 관련 인물은 홍콩에서 임대용 부동산을 소유한 재벌 가문들뿐이다. 부동산이 중국에서 부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었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 K자형 경제의 압박은 중국의 소비재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인터넷 기업의 거물들조차 이제는 관심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바이두(Baidu)의 리옌훙(Robin Li)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부자 순위 100위권에서 탈락했고, 마윈(Jack Ma)도 10위권에서 밀려났다. 올해 자산이 가장 크게 감소한 인물은 샤오미의 레이쥔(Lei Jun)이다. 그의 자산은 절반으로 줄어든 251억 달러를 기록했다. 레이쥔의 사례는 중국 소비시장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를 키워냈다. 이후 자동차 사업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 뛰어든 셈이 되었다. 올해는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조차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소비재 업계 부유층의 자산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팝마트의 왕닝(Grant Wang Ning)은 라부부(Labubu)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보다 자산이 절반으로 줄었다. 농푸산취안(Nongfu Spring)의 중산산(Zhong Shanshan)도 자산이 130억 달러 감소했다. 다만 2025년에 자산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했음에도,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증가한 수준이다. 이것이 바로 부자 순위에 나타난 디플레이션의 모습이다. 물가는 10분기 연속 하락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그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사람들은 음료 제조업체와 소비재 브랜드 소유주들이다.” 소비재 브랜드 가운데 새롭게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소소한 사치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만 등장했다. 차지(Chagee)와 헤이티(Heytea) 같은 버블티 브랜드, 그리고 중국 토종 ‘명품의 제왕’으로 불리는 라오푸 골드(Laopu Gold)의 쉬가오밍(Xu Gaoming)이 대표적인 사례다.
- 차이나 쇼크 2.0 담론에서 이미 널리 논의했듯이, 중국 기업의 번영에 수출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부자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이밍의 바이트댄스는 올해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업 구조조정 이후에도 틱톡 미국 사업의 지분 19.9%를 유지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틱톡의 미국 사업 가치는 14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왕촨푸(Wang Chuanfu)의 비야디(BYD)는 올해 상반기 해외 자동차 출하량을 70% 늘렸다. 해외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비야디는 헝가리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설계한 이른바 ‘본 글로벌’ 기업들도 있다. 왕타오의 DJI는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줄곧 세계 드론 시장을 선도해 왔다. 류징캉(JK Liu Jingkang)의 인스타360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60도 카메라를 생산하며, 제품 대부분을 중국 밖에서 판매한다. 쉬양톈(Chris Xu Yangtian)의 쉬인(Shein)은 정작 본국인 중국에서는 제품을 단 하나도 판매하지 않는다. 주자오장(Zhu Zhaojiang)의 트랜션(Transsion)은 중국에서 휴대전화를 단 한 대도 판매하지 않으면서 아프리카(Africa)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올해 부자 순위에 오른 사람 가운데 3분의 1이 수출 사업에 종사한다. 중국이 이제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약 30%를 차지하게 된 것도 바로 이들 덕분이다.”
- 부의 집중은 심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위안화 기준으로 자산이 1조 위안을 넘는 초부자가 등장할지는 더 이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언제 등장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장이밍은 이미 1조 위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에서 위안화 기준 1조 위안 자산가가 3명, 10년 안에는 10명까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중국 부자 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는 딥시크의 량원펑(Liang Wenfeng), 바이낸스의 자오창펑(CZ Zhao Changpeng), 캠브리콘(Cambricon)의 천톈스(Chen Tianshi)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천톈스는 불과 41세의 나이에 이미 305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다. 중국이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의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활동하는 차세대 첨단기술 기업가들이 등장할 것이다. AI와 생명과학의 융합 분야, 그리고 상업용 로켓 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로켓 기업 창업자 3명이 처음으로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있다. 바로 ‘1인 유니콘’, 즉 OPC다. 이는 창업자 한 사람이 수많은 AI 에이전트를 지휘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풍부한 엔지니어 인력, 빠른 AI 도입, 강력한 창업 열기를 독보적으로 결합한 나라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면 앞으로 1~2년 안에 1인 유니콘을 창업한 인물이 부자 순위에 등장하더라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 중국 기업가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데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할 수 있지만, 중국 국내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도 중요하다.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를 기준으로 보면 샤오미의 레이쥔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인플루언서다. 그는 더우인(Douyin)에서만 약 4,5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플랫폼을 합치면 약 7,000만 명이 그를 팔로우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중국의 다른 어떤 기업인보다 많은 수치다. 다만 엑스(X)에서 팔로어 2억 3,000만 명을 보유한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면 여전히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밖에도 신둥팡(New Oriental)의 위민훙(Michael Yu Minhong), 360의 저우훙이(Zhou Hongyi), 징둥닷컴(JD.com)의 류창둥(Liu Qiangdong), 지리자동차(Geely)의 리슈푸(Eric Li Shufu), 창청자동차(Great Wall Motors)의 웨이젠쥔(Wei Jianjun)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당수 기업가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회사가 지출해야 할 막대한 광고비를 절약하고 있다.”
이상은 현재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주요 흐름이다.
하지만 시야를 과거로 돌려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중국에서 억만장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시진핑의 집권 시기와 일치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후룬 부자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후룬은 포브스보다 중국 부유층의 범위를 더 폭넓게 정의한다. 하지만 후룬의 통계에서도 2012~2013년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나타난다. 시진핑이 집권한 뒤 처음으로 한 해 전체를 통치한 2013년은 중국의 최상위 부자 1,000명이 보유한 평균 자산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시점이었다.

그 이후 개인 자산가들의 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부터 2020년대에 이르는 동안 후룬 부자 순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기 위한 최소 자산 규모는 다섯 배로 증가해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실에서 어떤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는 불과 한 세대 만에 막대한 민간 자산이 축적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중국은 이제 상당한 규모의 부를 세습하는 상층 부르주아 계급이 자리 잡은 사회로 변모하기 직전에 있다. “현재 부자 순위 최상위권에 있는 자산가들은 개혁개방 시대에 기업을 창업한 1세대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반면 자산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사람들은 이들보다 나이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새로운 세대에 속한다. 하지만 연령대를 더 낮춰 보면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올해 부자 순위에는 30세 미만의 자수성가형 부자가 단 한 명도 없다. 30세 미만 부자 10명은 모두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들이다. 자수성가한 기업가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은 버블티 브랜드 차지(Chagee)의 창업자인 31세 장쥔제(Zhang Junjie)다. 35세 미만 부자 59명 가운데 자수성가한 사람은 단 6명에 불과하다. (…) 부자 순위에 오른 자산가들의 자녀들이 이제 3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올해 부자 순위에서 가업과 재산을 물려받은 차세대 후계자의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의 가족 자산은 공식적으로 대규모 세습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부자 순위에 오른 40세 미만 자산가 가운데 98명이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2세대 상속자였다.”
이러한 대규모 부의 세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이미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확고히 했다. 공산당은 일부 기업가를 상대로 강력한 개입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의 발전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관철했다. 부자 순위의 구성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부동산 부유층의 몰락이다. 새로운 산업정책이 부자 순위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도 중요한 변화다. 물론 두 경우 모두 공산당이 경제적·기술적 변화의 논리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부동산 거품은 진작에 꺼뜨렸어야 했다. 신경제의 발전 방향 역시 정부 정책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중국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를 확고히 차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베이징 당국이 이러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2000년대 초반에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던 공산당과 개인 자본 사이의 긴밀한 결합에서는 오히려 한발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당시 장쩌민 총서기는 ‘삼개대표론’을 내세워 중국 자본주의의 선도적인 기업가들을 공산당 내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공산당은 이러한 긴밀한 결합 관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종합하면 이러한 변화는 피어슨(Pearson), 리스마이어(Rithmire), 차이(Tsai)가 발전시킨 ‘당-국가 자본주의(party-state capitalism)’ 이론에서 제시한 양상과 상당히 잘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2010년대 중반부터 ‘삼개대표론(Three Represents)’에서 벗어나, 노턴(Naughton)이 말하는 ‘거시적 조타(grand steerage)’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는 공산당이 민간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정도를 줄이는 대신, 경제 전반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민간경제는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지만, 공산당은 기업 지배구조, 기업 곳곳에 분산된 당 조직, 각종 규제, 반부패 운동은 물론 산업정책과 거시경제정책 같은 폭넓은 정책 수단을 활용해 민간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Chartbook 482 China’s billionaires in the age of China Shock 2.0.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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