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주류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가 병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된 끝에 지난주 금요일 8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노드하우스는 50년 넘게 예일대학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쳤으며, 교무부총장과 재무·행정 담당 부총장 등 대학의 주요 보직도 맡았다.
노드하우스는 주류 경제학에서 널리 사용하는 교과서 《경제학》(Economics)의 공동 저자이기도 했다. 이 책은 유명한 주류 경제학자이자 미국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1948년에 처음 출간했으며, 지금도 미국 대학의 경제학 원론 강의에서 표준 교재로 통한다. 내가 대학 학부생이었을 때도 교수들이 경제학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한다며 지정해 준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도 훗날 경제학계에서 명성을 떨치기 전에 한동안 노드하우스의 연구조교로 일했다. 크루그먼은 노드하우스를 두고 *”그는 위대한 경제학자이자 영감을 주는 스승이었으며, 대학 공동체에 헌신한 훌륭한 학자이자 나의 첫 번째 멘토였다”*라고 말했다.
노드하우스는 주류 경제학에서 두 가지 업적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성장회계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의 경제학이다. 특히 기후변화의 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스웨덴 중앙은행상)을 받았다. 성장회계는 주류 경제학에서 장기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생산요소’ 모형에 기초한다. 생산량 증가에 기여하는 요소를 자본투자와 노동이라는 ‘투입요소’로 나누고, 이 두 요소로 설명하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잔차’는 ‘혁신’의 기여로 돌린다. 각 투입요소가 생산량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할 때는 완전고용, 완전경쟁, 자유시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노드하우스가 지적했듯이, 명목금액으로 표시한 생산량에서 물가 상승분을 제거해 실질소득 증가율을 추정할 때 사용하는 물가지수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와 품질이 끊임없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질소득 증가율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 공식 물가통계에서는 이러한 품질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데, 이를 ‘헤도닉 가격기법(hedonic pricing)’이라고 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화폐적 회계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치론에 기초해 생산 투입량을 노동시간으로 측정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경제성장에 대한 마르크스주의·고전파 경제학의 접근법이다.
그럼에도 노드하우스는 신고전파 성장회계를 이용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미래의 경제성장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정하려 했다. (SSRN-id2658259) 그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려면 노동력, 에너지, 천연자원 등 희소한 생산 투입요소가 대량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원이 고갈되면 로봇 도입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보았다. 노드하우스는 로봇의 능력이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거의 1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른바 ‘특이점’이 도래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했다.
노드하우스는 로봇이 통제에서 벗어나 인간을 포함한 세계 전체를 지배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초지능의 발전은 정치·군사적 첩보 활동과 무기 개발 과정에서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앞으로 초지능 기계 자체가 우리의 적대 세력에 추가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 초지능 기계는 장난삼아 파리를 괴롭히는 짓궂은 소년들처럼 우리 인간을 대할 것인가?” 그러나 노드하우스는 로봇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일자리가 적어도 한 가지는 남을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로봇의 지배에 맞서 인류를 방어하는 일이다. “우리는 통상 총생산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 그런데 초지능 기계처럼 훨씬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한다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한 가지 직업은 특이점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노드하우스가 가장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8년 “기후변화를 장기 거시경제 분석에 통합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탄소 배출, 기후변화, 경제성장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회계 모형인 동태적 통합 기후·경제 모형(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DICE)을 개발했다. 노드하우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손실과 해수면 상승 등 경제적 피해를 추정하고, 이를 탄소 배출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경제학의 중요한 공헌은 기후변화가 경제성장에서 비롯된 의도하지 않은 해로운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데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형을 개발하려 했다.
노드하우스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을 추정하고 다양한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이른바 통합평가모형(integrated assessment models, IAMs)을 구축했다. 노드하우스의 통합평가모형은 50년 후 세계경제의 GDP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따라서 탄소 배출량이 예상대로 증가하더라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완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래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 모든 석탄 생산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탄소 배출 감축 조치를 시행한다면 당장의 경제성장률과 소득이 낮아져 미래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았다.
노드하우스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한 해법은 ‘시장 중심의 해결책’이었다. 탄소 가격제와 탄소세를 활용하면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도 탄소 배출을 통제하고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EU와 G20이 기후변화 완화 방안에 관해 매우 편리한 조언을 얻기 위해 노드하우스에게 의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노드하우스는 2021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EU 기후변화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깨달음이지만,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 추진하는 국제 기후정책의 접근 방식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노드하우스는 통합평가모형을 구축하면서 여러 가지 가정을 적용했는데, 이러한 가정 때문에 이 모형은 정책 분석 도구로서 거의 쓸모가 없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추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추정이 수많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가정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많은 통합평가모형은 재앙적인 변화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티핑포인트란 지구온난화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경제에 피해를 주는 임계점을 뜻한다. 대부분의 통합평가모형은 영구동토층 해빙, 메탄 방출, 그 밖의 잠재적인 티핑포인트와 같은 과학적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더욱이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들도 상당수 빠져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고, 그 결과 광범위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오늘날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하는 통합평가모형 대부분은 두 가지 잘못된 가정에 기초한다. 첫째, 미래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부유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둘째,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의 생명은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보다 덜 중요하다고 가정한다. 첫 번째 가정은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생계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커다란 위험을 무시한다. 두 번째 가정은 ‘출생 시기에 따른 차별’이다. 이는 좀처럼 비판적 검토를 받지 않지만 정당화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도덕적 규범에도 어긋나는 가치판단이다.
또한 통합평가모형은 피드백 효과도 고려하지 않는다. 즉,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와 가뭄,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하면 피해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대규모 이주에 나서게 되며, 그 결과 GDP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세계는 지금보다 그다지 ‘부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노드하우스의 통합평가모형을 포함한 모든 신고전파 성장회계 모형은 자본주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생산 위기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를 고려하지 않는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통합평가모형을 이용해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을 계산한다. 이 모형은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1톤 또는 이에 상응하는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했을 때 세계경제의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지고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지 추정하려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렇게 추정한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기후변화 완화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에 활용한다. 그러나 통합평가모형은 수많은 중대한 위험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지나치게 낮게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IPCC도 학계에서 발표한 탄소의 사회적 비용 추정치가 “몇 달러에서 수백 달러에 이른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이러한 분석 결과는 미래의 비용을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전적 피해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은 자의적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할인율을 3%로 설정하면 현재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로 인해 5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GDP 손실)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비용은 중국이 고속철도에 지출하는 금액과 비슷한 4,000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 이 할인율을 적용하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으며, 따라서 탄소의 사회적 비용도 톤당 약 10달러로 책정하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드하우스가 자신의 모형에 적용한 할인율이 바로 3%였다. 하지만 왜 하필 3%인가? 기후변화에 관한 유명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작성한 니컬러스 스턴(Nicholas Stern)은 노드하우스의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할인율을 1.4%로 낮췄다. 그러자 탄소의 사회적 비용은 톤당 85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때마다 경제에 85달러의 피해가 발생하며, 전체 피해액은 3조 달러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탄소 가격도 이에 맞춰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평가모형의 또 다른 역할인 기후변화 완화 비용 추정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 IPCC는 여러 통합평가모형의 분석 결과를 검토한 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C 이내로 억제할 목표를 66%의 확률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준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2100년의 전 세계 총소비가 2.9~11.4% 감소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기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현상 유지‘ 시나리오와 비교한 수치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는 현상 유지 시나리오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화석연료 소비를 계속 늘려도 경제성장 자체에는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비주류 경제학자인 스티브 킨(Steve Keen)은 통합평가모형이 지구온난화가 경제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얼마나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지 신랄하게 비판했다. 킨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통합평가모형을 개발한 경제학자들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기온 변화와 GDP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경험적 자료를 2100년까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이 3.2°C 더 상승하더라도 기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 셈이다! 또한 이들은 지구 기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들이 임계점을 넘어 급격하게 변하더라도 GDP에는 아주 작은 추가 피해만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여기에는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상, 아마존 열대우림, 오늘날 유럽의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는 대서양 자오면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등이 포함된다.“
노드하우스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나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모형을 뒷받침하려 했다는 데 있다. 그는 단순히 난해하고 추상적인 신고전파 미시경제 이론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신고전파 경제학의 가정들을 고수했다는 점이 그의 학문적 기여를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출처] William Nordhaus: growth and climate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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