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우구스토 피노체토 전 칠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실종된 반정부 인사 가족들이 8일 대법원의 피노체트 면책특권 결정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AP 연합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에 대한 칠레 대법원의 면책특권 박탈 결정이 8일 공표되자, 피노체트가 주도한 쿠데타로 피살된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딸 이자벨은 “정의로 가는 문이 드 고령인 데다 사법부의 건강 확인 절차를 통과할 만큼 건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칠레 민주주의의 승리”=피노체트 반대자와 지지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법원 바깥에서 소식을 들은 반대자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한 반면 지지자들은 피노체트 기소를 막는 법을 의회에 청원하겠다며 대법원의 결정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인권감시’는 “굽힐 줄 모르는 칠레인권운동의 가치를 입증하고 칠레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고무시켰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피노체트의 차남 마르코 안토니오는 “아버지는 재판을 받을 건강 상태가 아니다”며 “아버지가 (사망으로) 재판을 끝까지 받지 못한다면 이후에는 내가 나서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사주했던 미국은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은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독재자의 유산 청산을 향한 칠레의 일보 전진”이라고 평했고 스웨덴·벨기에도 환영을 나타냈다.

◇ 피노체트는 수감될까=세계의 시선은 이제 피노체트가 실제 법의 심판을 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그는 1973년 양심수 72명이 무더기로 학살된 이른바 `죽음의 카라반’ 사건 등의 주범으로 지목돼 고소된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그에 대한 154건의 고소 사건이 몇주일 안으로 잇달아 기소될 것은 확실하나 순탄히 법의 심판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칠레는 `정신 이상’ 피고인에 한해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그의 정신 상태가 장기간의 재판을 받을 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올 경우 실제 재판까지 몇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더구나 이날 리카르도 이수리에타 육군 참모총장 등 8명의 장성이 피노체트 자택을 위로 방문한 사실이 시사하듯 `군선배’의 사법처리에 대한 군부의 반발도 만만찮아 피노체트에 대한 법의 심판은 앞으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겨레/강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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