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국방군사연구소 편’ 불방 결정에 항의하는 KBS 노조원들 ⓒ KBS 노조

결국 KBS의 <추적60분>은 불방되었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20분에 방송하기로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추적 60분’은 어제(8월 20일) 아무런 이유 없이 ‘스파이 하드’란 영화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유례 없는 불방 사태를 막으려던 KBS의 일선 프로듀서들과 노동조합의 간절한 염원은 여지없이 무시되었고, KBS가 파업 때면 ‘방송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나가야 한다’, ‘시청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거품을 물었던 한국방송공사의 경영진은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을 불방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폭거를 저질렀다.

어제 방송 예정이던 추적 60분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해체되었나’편은 원래 8월 6일에 방송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해당사자인 국방부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압력과 로비로 2주간이나 연기되었다가, 지난 8월 17일 제작본부장의 제작중단 지시를 받기에 이르렀다.

제작본부장은 제작진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내가 제작을 지시해도 심의실이나 편성실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는 이유를 들며 제작중단을 지시했다. 실제로 심의실에서는 심의실에 완성본이 제출되기 전 이미 제작 중단 사유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추적 60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현업제작진과 노동조합은 이것을 ‘외압에 의한 불방’사태로 규정하고 언론자유와 공영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과 PD협회, 그리고 일선 제작진을 아우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8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KBS경영진은 주말인 지난 19일 제작본부의 간부들을 통해 ‘국방군사연구소’편의 9월 3일 방송, 제작진의 기획의도 존중, 기획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내용 삭제, 그리고 여타 부분은 제작진에 일임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요일인 20일 조합측이 제작본부장을 직접 만나 확인해본 결과, 9월 3일 방송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제작본부장이 방송을 추진하고, 그 위의 세력(?)이 방송에 부정적이던 8월 17일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이에따라 KBS노동조합과 대책위는 부사장에게 사측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방송을 약속한 중재안을 끝내 확인하기를 거부하거나 회피한다면, 후배사원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으로 규정, 강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PD조합원들은 오늘(21일) 정오에 PD조합원 총회를 열어 22일 오전까지 부사장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을 경우, 전원 제작거부를 결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국을 포함한 프로그램 시사회, 사장 면담요구, 강도 높은 피켓시위, 편성규약을 통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PD협회는 ‘이젠 투쟁이다’는 성명서를 통해 “프로그램으로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말해야 하는가. 다만 신관 로비의 아우성으로 말해야 하는 현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KBS PD들을 바깥으로 내모는, 방송으로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실에 맞서 이제 기꺼이 투쟁의 깃발을 올리고자 한다”며 투쟁의 출정을 선포했다.

또 “지금 <추적 60분> PD들은 투쟁중이다.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제작거부라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투사가 아니다. 1.5평의 작은 공간 속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밤새 편집하는 방송쟁이일 뿐이다. 그러나 성역의 이름으로 이 사회의 환부를 감추려 하는 세력이 있다면, 우리 PD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투사가 되고자 한다”며 결의를 밝혔다.

이와함께 PD협회는 박권상 사장에게 “스스로 기자였음을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박권상 사장! 당신은 자신이 쓴 기사가, 그 속에 담긴 진실이, 정당한 이유도, 합리적인 절차도 없이 무단 삭제 당해본 경험이 있는가? 언론의 선배로서 당신은 외압에 의해 좌절해야 하는 언론인의 참담함에 일말의 공감도 느끼지 못하는가?”라고 말하며 “우리는 당신의 양심을 원한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진지한 관심과 성실한 답변을 원한다.

KBS의 PD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의 비겁함과 그 노회함을 믿지 않는다”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KBS노동조합제공)

[관련기사]

<(속보)KBS 「추적 60분」, 내달 3일 방영키로> 08211353

(서울=연합뉴스) 정성호기자 = 외압 의혹이 제기됐던 KBS 「추적 60분」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해체되었나’ 편이 다음달 3일 방영될 예정이다.

`국방군사연구소…’는 애초 지난 6일 방송될 계획이었으나 2주간 방영이 연기됐다가 지난 17일 제작 중단 지시가 내려지면서 그간 이 프로그램의 방영 중지를 요구해온 국방부 등의 외압에 의해 불방이 결정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KBS는 그러나 군의 양민학살에 대해 남원 지역 주민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이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삭제한 채 방영키로 했다.

KBS는 `국방군사연구소…’의 재제작분에 대한 자체 심의를 거친 뒤 이 프로그램의 방영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